버스커 대신 춤꾼... '춤판'으로 변한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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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6시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차 없는 거리'엔 약 10개가 넘는 댄스팀이


지난 3일 오후 6시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차 없는 거리'엔 약 10개가 넘는 댄스팀이 공연에 한창이었다. 약 1m 간격을 두고 공연하던 이들은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 관객 앞에 바짝 다가가 춤을 췄다.

댄스팀이 준비한 검은색 앰프에선 걸그룹 노래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지나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전쟁을 치르듯 댄서들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여장한 이강용(18) 군 공연이었다. 이 군은 10cm 하이힐을 신고 여자 옷에 금색 가발을 썼다. 걸그룹 트와이스 노래 '우아하게'에 맞춰 현란한 손놀림과 발동작을 선보였다.


지난 3일 오후 홍대 '차 없는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댄스팀 레드크루 / 이하 위키트리


최근 서울 홍대입구역 '차 없는 거리'에는 주말마다 젊은 춤꾼과 아이돌 지망생들이 몰리면서 '춤판'이 펼쳐지고 있다. 홍대 인근은 공연문화를 상징하는 상징적 거리이기 때문이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부터 KB국민은행 서교동지점까지 총 길이 300m인 이 거리는 매주 주말이면 차가 없는 보행전용 거리로 운영된다.


이 군은 "이 거리에서 춤을 추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버스커 대신 춤꾼...
홍대 차 없는 거리에서 춤을 추는 10대들

이 군 옆에 있던 강예현(16) 양은 "홍대에 1년 전부터 공연을 하는 댄스팀이 많아졌다. 이미 공연문화가 형성된 곳이었기 때문에 댄스팀도 쉽게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주말에는 오후 시간에 춤을 추는 댄스팀과 새벽에 춤을 추는 댄스팀이 나눠서 활동한다"고 했다.


강 양은 "이 거리에서 춤을 추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단순히 좋아서 공연하는 댄스팀도 있지만 춤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춤을 알리고 싶어서 공연하는 팀도 있다. 어떤 친구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친구, 가족과의 불화를 해소하려고 공연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들은 홍대 '차 없는 거리'를 자신들을 살게 하는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거리 한쪽에는 많은 팬들 앞에서 검은 자켓과 하얀 셔츠를 입은 남성 5명이 춤추고 있었다. 주위에는 전문 촬영 장비를 들고 사진과 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버스커 대신 춤꾼...
DN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들


어반댄스를 추던 신상일(20) 씨는 "버스킹만 하던 홍대 차 없는 거리가 변했다. 기획사 연습생인 저는 춤을 추면서 팬들을 이 곳에서 만난다"며 "이 거리가 가지고 있는 생동감을 춤을 추면서 그대로 느끼는 것 같다. 재밌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한 DN엔터테인먼트 실장 김예랑 씨는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연습생들이 댄스 공연을 한다. 연습생들을 알릴 기회가 되기도 하고,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1년 사이 홍대 '차 없는 거리'가 거대한 댄스 공연장처럼 변한 것에 대해 사람들 반응은 엇갈렸다.

양경태(22) 씨는 "이 거리에 어느 순간 춤을 추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각자 사연들이 있더라. 저는 응원한다"고 했다.


우려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김태희(20) 씨는 "춤을 추는 학생들을 보면 어린 학생들이 많다. 굳이 여기까지 나와서 춤을 춰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2014년부터 '차 없는 거리'서 춤을 췄다는 이민경(15) 양은 "가끔 어떤 분은 왜 여기서 춤을 추느냐고 혼내기도 한다. 학생 본분을 지키면서 춤을 추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공연은 차 없는 거리를 대표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무작정 규제하기보다는 밤 10시 이후에는 질서를 지켜 공연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버스킹을 하던 기존 공연가들은 '춤판'이라는 새로운 홍대 거리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약 3년 동안 기타를 치면서 차 없는 거리에서 공연해 온 김승우(28) 씨는 "처음에는 내 자리를 뺏겼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댄서들 덕분에 길거리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제 연주를 보는 관객도 많아졌다"고 했다.

김씨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