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야한 장면만..." 일부 네티즌들 언행 빈축

2016-03-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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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앞에 '귀향' 영화 홍보

3.1절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앞에 '귀향' 영화 홍보전단이 놓여져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14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영화 '귀향'은 개봉 5일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 뉴스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개봉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참상을 담아 국민적 관심을 받은 영화 '귀향'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의 몰상식한 언행이 이어져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 학생은 지난 28일 동네 피시방에서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다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귀를 의심했다.

학생이 밝힌 대화 내용은 이랬다. 한 남성이 "'귀향'이라는 영화를 아느냐"고 묻자 친구는 "야한 영화?"라고 되물었고 이내 이들은 시시덕거리며 영화를 보러 나갔다는 것.

이 학생은 이 대화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이 대학교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 적었다.

그는 '한국 사람이, 아니 적어도 사람이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요?'라며 '아무리 생각 없이 말을 했다 하더라도 정말 수준 이하'라고 답답한 마음을 글로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우분들이라면 어떻게 대응하셨을지 댓글을 달아주세요'라고 조언을 구했고, 여기에는 약 40개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학생들은 '공감 능력이나 자정능력을 거르는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거나 '장난으로도, 생각 없이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분노했다.

그뿐만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와 '디시인사이드'에서는 '귀향은 그냥 엑기스만 내려받아서 보자'며 이른바 '야한' 장면만을 편집한 영상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베드신이 나오지 않는다'며 영화를 보지 말라고 선동하거나 '파일 공유사이트에 풀리면 엑기스만 보려는데 야한장면이 있나요'라고 묻는 등 몰상식한 네티즌들의 게시글이 계속되고 있다.

29일 명동 근처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온 김모씨(51·여)는 이에 대해 "같은 한국인으로서 정말 부끄럽다"며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위로는 못 할 바엔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람객 이모씨(21·여)도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신상이 공개돼 망신을 줬으면 좋겠다"며 "한 번이라도 피해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 사람들의 머릿속이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특정 장면 만을 편집해 동영상 관련 사이트나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귀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피해 할머니들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정을 전하고 수요시위를 개최하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해당 소식을 듣고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말 수준 이하의 행동이라 따로 말할 것도 없다"며 "비정상의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속이 거북하다"고 말했다.

3년째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있는 대학생 단체 대표 김모씨(23·여)도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끔찍하다"며 "이 영화는 범죄 사실을 기록하고 피해자 상처에 공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저런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끼어들 곳이 없다"고 일축했다.

'귀향'은 194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14살 '정민'양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영화 제작이 어렵게 되자 약 7만3000명의 시민이 12억원을 모금했고, 배우와 스태프들도 재능기부로 영화가 완성되는데 힘을 보탰다.

이날 영화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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