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기관 송금? 이론적으로는 맞다" 할랄 진실

2016-03-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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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산업 계획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전북 익산시와 경북 대구시에서 나온

할랄 산업 계획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전북 익산시와 경북 대구시에서 나온 할랄 산업 육성계획이 시민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시민들이 '할랄'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테러단체 IS의 거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안보 우려부터 "무슬림이 대거 유입된다", "할랄은 그냥 찝찝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1월 28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이슬람 할랄 식품 산업 반대 집회 / 뉴스1

이슬람 신도가 한국 최대 종교 불교 신도 수의 0.01%(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서 이슬람과 할랄은 생소한 존재다. '할랄'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 채 일부 종교단체의 극단적인 주장에 휩쓸려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비판도 있다.

대체 '할랄'은 무엇일까? 눈에 불을 켜고 걱정해야 할 대상이 맞는 걸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flickr, Andy Rennie

할랄이란?

할랄은 아랍어로 ’ حلال’다. ‘허용된’이라는 뜻이다. 반대 개념은 ‘하람’이다. '금기'를 뜻한다.

할랄은 샤리아(Shariah)법이 허용하는 사물이나 행위를 통칭한다. 샤리아법은 이슬람교 경전 코란, 창시자 무함마드 언행록 하디스, 행동법 해석 파트와 이렇게 세 가지를 말한다. '할랄'은 이슬람법에 따라 형벌이 부과되지 않는 대상이다.

할랄은 음식만이 아니다

할랄은 제품과 서비스로 나뉜다.

제품에는 식품, 화장품, 의약품, 가죽제품, 패션 등이 있다. 서비스에는 음식점, 관광, 교통, 금융, 연구개발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식품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할랄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할랄 산업의 62%가 식품산업이다.

그렇다면 할랄식품이란?

샤리아법이 허용하는 음식이다. 독, 알코올 등 유해성분이 없는 모든 식물은 할랄이다. 해물류도 보통 할랄이다.

육류제한은 엄격하다. 돼지고기, 개고기, 동물 피, 맹수, 맹금류, 파충류는 먹을 수 없다. 할랄식으로 도축하지 않은 고기도 금지한다.

사람을 취하게 하는 모든 음식도 제한된다. 알코올이 포함된 술이 대표적이다.

금지 식품은 이슬람교가 부정하다고 여기는 대상이다.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도 금지 이유에 포함된다.

가공 중 자칫하면 '비할랄' 돼

'할랄인증'이란 비할랄 요소로부터 통제하고 격리해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증표다. 제품생산 모든 과정이 이슬람 율법에 따라 가공돼야 한다.

제품 원료는 할랄이지만 가공 방법에 따라 '비할랄'이 될 수 있다. 밀 자체는 할랄이다. 하지만 밀가루는 '할랄인증'을 받아야만 무슬림이 먹을 수 있다.

(자료제공: 한국할랄산업연구원)

할랄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마트 노브랜드 감자칩'에 붙은 할랄 마크 사진이 SNS에 퍼지며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할랄식품) 로열티는 대부분 이슬람 포교를 위해 쓰여진다"는 주장으로 파문이 확산됐다.

이마트에서 이미 할랄식품이 팔리고 있었군요! 충격입니다.

Posted by 갓톡 on 2016년 2월 1일 월요일

이 문제를 비롯해 할랄 산업 전반에 대한 의문점을 사단법인 할랄협회 조영찬 수석위원에게 물어봤다.

-할랄 산업 수익이 이슬람 포교를 위해 쓰인다?

해외 할랄인증의 경우, 인증비용이 이슬람 관련 기관으로 송금된다는 이야기는 이론적으로 맞다. 하지만 송금되는 금액은 서류처리 비용 정도다. 이슬람 포교에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말레이시아 할랄인증기관 JAKIM에 국내 업체가 내는 돈은 공장 하나에 연간 130만 원 정도다.

-할랄 인증받은 음식은 더 안전하고 깨끗하다?

할랄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위생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대부분 HACCP을 기본으로 요구하고 있고, 나머지 기관도 HACCP 수준의 위생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HACCP은 식품의 유통, 생산, 소비 전 과정에 걸쳐 안전성을 확보하는 위생관리 시스템이다. ISO와 GMP 등 다른 시스템을 추가로 인증한 시설에는 가산점을 준다.

하지만 이슬람만의 '엄격한 위생 절차'는 없다. 비할랄 재료 사용 금지, 교차오염 방지, 제조공정 관리 등 전반적인 심사를 엄격하게 처리하는 건 맞다.

1월 13일 동물보호 시민단체 케어가 한 할랄 도축장 건설계획 반대 퍼포먼스를 펼쳤다 / 뉴스1

-할랄 도축 방법, 끔찍한 동물학대다?

동물 학대는 '기절과정'의 허용 여부를 두고 촉발됐다. 이슬람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문제다. 하지만 현재 할랄 도축 산업에서도 대체적으로 도축 전 기절시키는 것을 허용한다. 보통 이뤄지는 도축 방법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동물 복지 차원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도축장까지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도착한 뒤 마실 물을 주고, 일정시간 진정하며 휴식하게 하고, 다른동물 앞에서 가축을 죽이지 않고, 도축 과정을 최대한 단축시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 등이 논의된다.

-"신의 이름으로"라고 기도한 뒤 도축하므로 할랄 고기는 '제사음식'과 다름없다?

'제사음식'에 대한 정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자면 기독교인이 식사 전 '감사 기도'를 올리는 것도 '제사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 이태원의 한 할랄 인증 제과점 / 이하 연합뉴스

-무슬림이 몰려온다?

이론적으로는 각 할랄공장에 무슬림 한 두명이 고용돼 감독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에서는 무슬림 감독관 없이 기준만 잘 지키면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99.999% 비무슬림 한국인이 할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할랄인증을 받은 한국업체 100여 군데 이상에서 할랄 감독관으로 고용된 무슬림은 거의 없다. 무슬림 유입이라고 볼 수준이 안 된다.

덧붙이자면, 하람과의 격리는 원재료를 의미하는 것이다. 할랄을 생산하는 직원은 무슬림이 아니어도 된다.

-결국 피할 수 없는 흐름인가?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시장 잠재력은 크고 그로인한 사회 부작용은 우려만큼 크지 않다. 조만간 한국에도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종교집단의 무조건적 반대와 빈약한 기초정보로 인해 많은 부분이 왜곡돼 있다. 정확한 정보 없이 전파되는 유언비어의 문제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다. 이때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는 '할랄식품'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일 해양수산부는 이란과 한국 간 해운협정에 가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할랄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란 식품시장에 대한 진출 폭이 넓어졌다고 보고 한국 수산업계에 무슬림 식품 개발을 위한 할랄 인증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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