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혐·여혐 논쟁 번진 강남역 묻지마 살인

2016-05-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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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한남충이 또..."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강남역 '묻지마'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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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충이 또..."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다. 한남충은 '한국 남성'과 '벌레 충(蟲)'의 합성어로 "한국 남성은 벌레"라고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여혐(여성 혐오)', '남혐(남성 혐오)' 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새벽 1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상가 공용 화장실에서 23살 여성 A씨가 흉기에 찔린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즉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날 결국 숨을 거뒀다. 

사건 발생 9시간 후, 현장 인근을 배회하던 용의자 B씨(34)가 경찰에 검거됐다. B씨는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교회에 다닐 때, (교회) 여성들이 나를 자주 무시했다"며 "사회생활에서도 (여성들의) 무시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그는 2014년까지 신학원을 다닌 전직 신학생이라고 한다. 

30대男 화장실서 모르는 여성 '묻지마 살인'
B씨의 범행 동기가 알려지자 온라인은 '남혐' 댓글로 들끓었다. 네이트판의 한 게시물에서는 남성·여성 네티즌들간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추천 수 1300개를 넘긴 이 게시물에는 "한국남자들, 이쯤되면 진짜 단체로 정신병원 가야하는 거 아니냐", "이 나라 모든 범죄자가 한남(한국 남성)이라고 해도 손색 없다"는 극단적 댓글까지 등장했다. 둘 모두 추천 수 400개 이상을 기록하며 '베스트 댓글'이 됐다. 

"살인사건을 공론화 시키자"며 추모 행사를 기획한 네티즌의 트윗도 '남혐' 분위기에 불씨를 당겼다. 이 네티즌은 18일 "피해자를 위해 추모에 동참해달라"며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추모글을 담긴 포스트 잇을 붙이자고 제안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제안에 동참했다. 이날 강남역 10번 출구 앞은 시민들이 쓴 포스트잇 쪽지들로 물결을 이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평범한 추모글도 있었지만 "여성이 죽는 것은 뉴스감도 아니냐", "죽인 남자, 죽은 여자", "살女(녀)주세요, 넌 살아 남(男)았잖아" 등의 비난성 글도 있었다. 

'서초동 묻지마 살인'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 상황
이에 일부 남초(남성이 많은)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남성의 범행을 남성 전체 잘못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빠르게 퍼졌다. 한 남초 사이트 이용자는 "모든 남성이 가해자인듯 한 발언을 (쪽지에) 하는 건 미개한 일"이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경기 파주 전기톱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여혐'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여성이 저지른 잔악한 범죄를 예로 들어 "여자도 '남성 혐오'를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경기 파주 전기톱 살인사건은 지난 2014년 여성 C씨(당시 37세)가 휴대전화 채팅으로 알게 된 50대 남성을 파주의 한 무인모텔로 유인해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C씨는 남성을 흉기로 40차례 가량 찌른 뒤, 전기톱으로 상·하반신을 토막내 시신을 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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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남성·여성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각 집단이 '혐오'로 대응하는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엘림 한국젠더법학회 회장은 "폭력에 폭력으로, 혐오에 혐오로 대항하는 것은 심한 갈등을 유발하고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천지일보에 말했다. 그는 이어 "(성 구분 없이) 평화롭고 평등하고, 모두가 상생의 발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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