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스프레 원톱 '스파이럴 캣츠'를 만났다

2016-06-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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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오버워치 페스티벌'에서 코스프레한 이혜민(왼쪽)씨와 오고은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오버워치 페스티벌'에서 코스프레한 이혜민(왼쪽)씨와 오고은 씨 / 스파이럴 캣츠

지난달 21~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 '오버워치' 홍보 행사에서 두 여성이 주목을 받았다. '오버워치'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오고은(29)씨와 이혜민(24)씨다. 오고은 씨가 '메르시'로, 이혜민 씨가 한국인 캐릭터 '디바(D.VA) 송하나'로 변신했다. SNS에선 "이 분들이 누구냐"며 난리가 났다.

두 사람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2인조 코스프레 팀 '스파이럴 캣츠'를 꾸려 활동하는 '프로'다. 이날 '오버워치 페스티벌'에도 게임 제작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의뢰를 받고 코스프레를 했다. '오버워치'가 워낙 한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오씨와 이씨에 대한 사람들 관심도 커졌다.

오씨는 자신을 '타샤' 오고은, 이씨는 '도레미' 이혜민이라 부른다. '게임 캐릭터'스럽게 붙인 별명이다.

"'디바(D.VA) 송하나' 제가 진짜 좋아하는 캐릭터거든요"

'도레미' 이혜민 씨는 자신이 코스프레한 오버워치 캐릭터를 언급하며 활짝 웃었다. 말수 적은 그녀가 순간 활발해졌다.

'타샤' 오고은 씨가 옆에서 거들었다.

"혜민이가 지금까지 코스프레 캐릭터에 대해 욕심이 없었어요. 옷을 만들어주면 '와 이쁘다' 하면서 입고 그랬는데 '송하나' 캐릭터는 '언니 이건 조금만 더 이렇게 해주시면 안 돼요?'라며 이것저것 요구한 게 많았어요"

혜민 씨는 의상 제작과정에서부터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오 씨가 그런 혜민 씨가 "기특했다"고 했다. '스파이럴 캣츠' 팀장인 오 씨는 행사 때마다 코스프레 의상을 직접 만든다.

스파이럴 캣츠 '타샤' 오고은 팀장(왼쪽), '도레미' 이혜민 씨 / 위키트리

"가족보다 더 많이 봐요"

두 사람은 4년을 함께 했다. 하루 중 같이 보내는 시간만 따지면 가족보다 더 가깝다.

"저도 그랬지만 혜민이도 중학생 때부터 코스프레를 취미로 해왔어요. 2012년쯤 저희 쪽에서 먼저 혜민이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는데 거절하더라고요(웃음). 그 당시 스파이럴 캣츠는 프로로 전향하기 전이었어요. 혜민이가 거절한 뒤 2년쯤 지나서 본인 스스로 연락이 오더군요. 학교도 졸업하게 됐는데 일해보고 싶다고. 면접 보고 함께 하게됐어요."

동아리 성격이었던 스파이럴 캣츠는 2012년 '타샤' 오고은, '도레미' 이혜민이라는 2인조 정규 멤버 체제를 갖췄다. 같은 해 프로로 전향했다. 2012년 쏟아진 대작 게임 덕분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를 내놨다. 이때 블리자드와 맺은 인연이 스파이럴 캣츠를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오 씨에 따르면 현재 국내 프로 코스프레팀은 4~5팀 정도다. "프로라는 기준이 없어서 '내가 프로다'라고 하면 프로인 상황이에요. 코스프레 협회도 없고... 코스프레를 일로 하는지 취미로 하는지 구분할 경계가 없어요. 지금은 춘추전국시대?"

스파이럴 캣츠는 국내 프로팀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체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팀이라고 했다. 수입도 여기서 나온다. 코스프레 행사 수입과 기업체 스폰 등을 합치면 "수입은 꽤 좋은 편"이라고 했다.

"블리자드와 맺은 인연"

스파이럴 캣츠는 지난 2012년 블리자드에서 첫 제의를 받아 '디아블로3 한정판 발매' 행사에 섰다. 오 씨는 "그 행사 분위기가 약간 살벌했다"며 "하루 전부터 한정판 게임 사려고 줄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이라 연예인이 와서 연설하고 행사가 지연되니 '빨리 내려가라'고 야유했다"고 했다.

그는 "저희 코스프레가 등장했을 때는 판매가 진행되고 있을 때쯤이었다. 그 상황에 우리 코스프레팀이 올라가니 사람들 반응이 '우와'했다"고 말했다. 행사장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의미다.

오 씨는 당시 뜨거운 호응이 블리자드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블리자드가 주최한 게임 코스프레는 스파이럴 캣츠가 모두 도맡았다. 때문에 두 여성은 국내보다 북미에서 더 유명하다.

블리자드와 라이엇 게임즈 초청을 받아 두 회사 본사를 방문한 적도 있다.

"게임회사라 자유로웠던건지, 캘리포니아라서 자유로웠던건지... 2014년 블리자드 본사를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웃통을 벗고 비치발리볼을 하고 있더라고요. 개발실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대로 특색있게 꾸며놓은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디아블로' 개발실은 전등을 다 끄고 촛불을 밝혀 놨어요. 재밌었죠"

라이엇 게임즈 본사에서 '스파이럴 캣츠' 이혜민 씨(왼쪽에서 두번째), 오고은 씨(왼쪽에서 세번째) / 이하 스파이럴 캣츠

"우린 '모델'이 아니라 '장인'이죠"

스파이럴 캣츠는 코스프레 의상을 입기만 하는 팀이 아니다. 가발부터 소품, 고퀄리티 의상까지 모두 직접 제작한다. 결과물을 보면 정말 '장인'이 따로 없다.

소품 만들다 다친 손

의상 제작은 대부분 오고은 팀장이 맡는다. 이혜민 씨는 소품 제작을 담당한다. 보통 의상 한 벌당 실질적인 제작 기간은 2주 정도라고 했다. 오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스타크래프트2'의 케리건을 꼽았다. 특수분장사와 합숙까지 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코스프레는 애정이 있어야 돼요"

"원래 취미로 코스프레를 하던 사람들이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코스프레라는 게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실제로 구현해야 하는데 그 캐릭터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고, 애정이 있어야 돼요. 그게 없으면 옷을 입어도 유저들이 다 알아보거든요. 그 사람이 코스프레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처음에 코스프레로 상업 활동 시작했을 때 유저 분들이 쉽게 받아들여준 건 '우리랑 같은 사람이다'라는 느낌으로 그랬던 것 같아요"

이혜민 씨는 시간 나면 PC방에서 게임하는 게 가장 즐겁다고 한다. 오 씨는 "나는 코스프레를 좋아해서 이 일을 하는데 혜민이는 게임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한다"며 " 팀이 망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 스파이럴 캣츠로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오락실에선 이렇게 놀아요~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D.VA) 송하나' 코스프레한 이혜민 씨

케리건 캐릭터 완성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 '아칼리' 코스프레한 이혜민 씨

'문명 온라인' 캐릭터 '미아 공주' 코스프레한 오고은 팀장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