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사진 저도 봤어요” 비와이&플래쉬뱅 인터뷰

2016-08-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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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반기 한국 힙합을 거칠게 정의하면 이렇다. "영원히 비와!"이병윤, 크리스찬(

2016년 상반기 한국 힙합을 거칠게 정의하면 이렇다.

"영원히 비와!"

이병윤, 크리스찬(기독교인), 섹시스트릿(Sexy Street). 이 셋을 합치면 힙합 가수 '비와이(BeWhy)'가 된다. 마치 '성부(하나님), 성자(예수), 성령(믿음)'은 하나라는 '삼위일체'와 같다.

'이병윤'은 비와이 본명이다. '비와이'라는 활동명도 영어 이름 이니셜(BY)에서 따왔다. 나중에 "무언가의 원인, 이유가 되라"라는 뜻을 넣어 '비와이(Be+Why)'로 바꿨다.

비와이는 '예수쟁이'다. 스스로 그렇게 소개한다. 날 때부터 기독교를 따르는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신앙심은 누구보다 독실하다. 자신의 롤 모델로 젊은 신앙인이자, 기독교 음악(CCM) 가수인 천관웅 목사를 꼽는다.

비와이는 '섹시스트릿'이다. 섹시스트릿은 고교 시절 '옆반 친구' 씨잼이 만든 힙합 크루다. 크루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같이 활동하고 있다. '쇼미더머니5'에서 소개된 비와이 곡들은 모두 이 크루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멤버들과 함께 가사를 쓰고, 플로우를 짜고, 비트를 만들었다. 치열하게 했다.

지난 4일 밤 서울 홍대 부근 카페에서 비와이를 만났다. 첫 인상은 흰 모자와 흰 티를 입은 '순수 청년'이었다. 비와이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그의 생각·음악·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섹시스트릿' 멤버들 이야기도 들어봐야 했다. 듀오 '플래쉬뱅(Flashbang)'의 '키보(Keebo)'와 '슬림블랙진(SlimBlackJean)', DJ 황탁이 함께했다. 셋 모두 비와이의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크루 멤버다.

왼쪽부터 황탁, 슬림블랙진, 키보, 비와이

- '쇼미더머니5'가 끝난 지 거의 1개월이 자났다. 근황이 궁금하다.

비와이(이하 비) : 그냥 여러 섭외도 정리하고, 음반 활동도 하고 있다. 광고에도 몇 개 출연했다. (쇼미더머니 전부터)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근데 아예 새로 시작했다. 사람들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새로 작업하게 됐다).

- 플래쉬뱅은 최근 새 앨범('Air Drop')을 냈다고.

키보(이하 키) : 오피셜(공식) 발매(☞바로가기)는 아니다. 우리는 아직 시작 단계다. 곡을 무료 공개하고 있다. 올해 공개한 믹스 테입들을 모아 지난 2일 발매했다.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 재밌고 신나는 곡을 많이 준비했다.

유튜브, $exy $treet

- 혹시 플래쉬뱅도 '쇼미더머니'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키 : (얼마든지) 나갈 용의가 있다. (사실) 시즌 5에도 도전했는데 일찌감치 탈락해 방송을 못 탔다. (비와이와 씨잼이 '쇼미더머니' 우승, 준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 나는 (둘이) 어떤 방식으로든 성공할거라 확신했다. 이번 앨범 만들 때도 큰 자극 됐다. 같은 집단(섹시스트릿)에 있는 사람들이 다 잘 되면 더 멋있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키보

슬림블랙진

- 지난달(7월) "비와이가 힙합 기획사 AOMG 러브콜을 거절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어쩌면 '힙합 스타'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였는데.

비 : 어쩌다가 그 기사가 터졌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AOMG에서도 제게 공식 영입 제안을 하지 않았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기사가 나가자) AOMG 멤버들 전부가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AOMG 멤버들에게 사과했다. 공식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은 잘 지낸다.

'래퍼 비와이, AOMG행 유력'

- 비와이에게는 '착한 래퍼'라는 선입견이 있다. 본인은 "아니"라고 부정했더라. 근데 하나님은 늘 "착하게 살라"고 말하지 않나? (비와이는 크리스찬이다)

비 :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 선하다는 건 이렇게 생각한다. 내 안에 악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제 안에는 악도 있고, 실수도 하고 그런다. 내가 스스로 "착하다"고 인정하는 건, 내 삶에 비추어볼 때 모순이다. 나는 착한 래퍼가 아니다. 그저,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키: 적어도 제 기준에서 비와이는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성격이 착하고 이런 건 아니다(일동 웃음). 행실이 착하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여자도 안 만난다. 물론 저걸 한다고 "악하다", 이건 아니다. 사실 나하고 슬림블랙진은 셋 다 한다(다시 웃음). 그렇다고 악질은 아니다. 그냥 악질과 평범 사이(웃음)...?

나 악질 아니라규...

- '쇼미더머니5' 파이널 무대에서 씨잼이 공연 끝무렵 "조성현 바보"라고 외쳤는데,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했다.

슬림블랙진(이하 슬) : 그 '조성현'이 나다(웃음). (씨잼이) 사전에 얘기하지 않은 퍼포먼스였다. 나하고 키보 형만 벙쪄서 (방송에) 나왔다. 나중에 씨잼한테 물어보니 "그냥 놀리고 싶었다"고 하더라. 씨잼은 항상 이런 식이다.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좋다. 때로는 충동적이다. 내가 언젠가 유명해지면 그대로 갚아줄거다. 나는 공영방송에서 할 거다(웃음). "류성민(씨잼 본명) 바보"라고. (아쉽게도 당시 영상이 남아있지 않다)

- 비와이에게 '쇼미더머니5'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언제였는지.

비 : '데이데이'와 '자화상'이다. 곡 자체가 새로운 음악이 많았다. 특히 '자화상'은 뭔가 좀 심오하지 않느냐. (내 안에 있는) 세 명의 자아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잘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도전적 실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자화상은) 제 친형(팝페라 가수 이병일 씨)과 함께 무대를 꾸며 더 기억에 남는다.

비와이

- '심오'하니까 생각난 질문인데, 혹시 철학책 좋아하나?

비 : 아니다(웃음). 성경을 자주 읽는다. 제 랩 가사에 나오는 게 (대부분) 성경 내용과 가치관이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다. (민수기 14장 28절). 또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브리서 11장 1절)"도 좋아한다. 특히 이 구절은 '믿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정리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 인기가 커질수록, 비판 목소리도 커진다. 비와이도 그렇다. 예를 들면 "매번 비슷한 랩을 한다"든지, "실력에 비해 너무 신격화했다"든지.

비 : 그런 의견에 대해 별 생각 없다. 어떤 것이든 계속 반응이 나오는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대신 그런 건 좀 꺼려진다. 진짜 뭐, 나를 막 찬양하고 신격화하는 그런 (사람들 보면 기분이) 좀 그렇다. 예술을 받아들이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높게 평가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좋다.

('비슷한 랩'을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음, 죄송하다(웃음). 그런 피드백을 '타임 트래블(2015년 3월 발매)' 앨범을 냈을 때 (처음) 받았다. 그래서 그걸 벗어나려는 시도를 '인트리니티(2015년 9월 발매)'에서 했는데, 그랬더니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아 전에 하는 스타일이 좋은데. (랩 좀) 타이트하게 해주지".

(그 뒤로) 그냥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 어떤 곡을 내놔도 긍정적, 부정적 반응이 함께 따라온다. 다만, (그렇게) 관심을 계속 주신다는 게 좋은 거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 가사에 여성·성소수자 혐오 내용을 넣었다는 지적이 있다.

친구들도 외쳐. 오 bravo. 날 보면 군대에서도 뒤로할 걸. 국가안보, 여성의 동성애는 분명 나로인해 감소, 왜냐면 내 Flow에 흥분하거든. 레즈비언도. (중략) 오늘 밤 넌 걷어차지 이불, 교회가 시작되는 곳에서 나도 함께 진행. Satan, 이 병X은 얘기가 나오면 예민해. I'm sorry man, No. Sorry woman. hash tag Biatch Viewer. 지금 내가 사다줄게 생리대.

- 'F5'

비 :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한다. (동성애 혐오 내용이 담겼다는 지적은) 동의 하지 않는다.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

유튜브, PUFF 2WICE

- 최근 SNS에 화제에 오른 '비와이 오징어 사진'을 본 적 있나?

비와이를 뺀 섹시스트릿 멤버들은 전부 "보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필자가 사진을 보여주자,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빵' 터졌다.

'짬뽕 사진' 보고 빵터진 섹시스트릿 멤버들 / 이하 위키트리

비 : (당연히) 봤다. (트위터) DM(채팅)으로 엄청 많이 왔다. 음, 나는 괜찮다. 나에 대해 이렇게 뭔가가 계속 나오는 게 좋다. 관심이잖나. (속 마음을 얘기해달라는 말에) 아니, 뭐, 그것(오징어) 보다는 당연히...

키 : 비와이가 요즘 잘 생겨졌다. 많은 사랑을 받으면 사람 얼굴도 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비와이의 랩을 들으면 (비와이가) 더 잘 생겨 보인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외모를 소유하고 있다. 누가 봐도 래퍼 얼굴 아니냐.

황탁(이하 황) : '잘 생겨졌다'가 아니라 '(얼굴이) 좋아졌다'로 합의하자니까(일동 웃음).

황탁

-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다. 입대는 언제?

비 : 아직 (별) 계획은 없다. 최대한 음반 작업을 하다가 갈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위키트리 독자들에게 한마디.

황 : (섹시스트리트) 멤버들과 유명해져서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게 목표다. 여러분도 재미있는 인생을 살면 좋겠다.

키, 슬 : '플래시뱅' 믹스테입이 나왔다. 많이 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또 섹시스트릿도 계속 사랑해달라.

비 : 독자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도 우리의 길을 계속 가겠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본인의 영혼이 원하는 걸 찾아서 그걸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음악이든 삶이든 도전적 자세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 사진 =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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