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화제작' 브라더스-내추럴 디스오더 감독 인터뷰

2016-08-24 17:00

add remove print link

EIDF2016 개막작 '브라더스'마르쿠스-루카스 형제가 커가는 8년을 담은 영화이를 만

EIDF2016 개막작 '브라더스'

마르쿠스-루카스 형제가 커가는 8년을 담은 영화

이를 만든 이는 두 형제 어머니이자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아슬레우 홀름'

8년 동안 '엄마'와 '관찰자'라는 두가지 역할에서 딜레마를 겪었다는 그녀

페스티벌 초이스 '내추럴 디스오더'

뇌성마비 장애인이자 한국계 입양아 야코브 노셀

야코브는 '장애인인 내가 살 가치가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자전적인 연극을 만들게 됨

크리스티안 감독은 야코브의 도전, 일반인들과의 인터뷰, 과학적인 검사, 미래사회에 대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를 '뻔하지 않게' 풀어냄

아슬레우 홀름 감독 / 이하 EBS 제공

다큐멘터리는 긴 시간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지난 22일 시작한 EBS 다큐영화제 ‘EIDF 2016’에서도 오랜 시간 피사체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과 기록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8년 동안 두 형제가 자라는 과정을 그린 개막작 ‘브라더스’와 3년 반 동안 뇌성마비 장애인이자 한국인 입양아인 주인공을 담은 ‘내추럴 디스오더’가 대표적이다.

올해 EIDF에서 가장 화제가 된 두 작품 ‘브라더스’의 아슬레우 홀름(Aslaug HOLM) 감독과 ‘내추럴 디스오더’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Christian Sonderby JEPSEN) 감독을 23일 열린 ‘EIDF 2016’ 기자 간담회에서 만났다.

아슬레우 홀름 "8년 동안 '엄마'와 '관찰자' 사이에서 딜레마 겪었다"

개막작 ‘브라더스’는 두 형제가 커가는 8년의 시간을 담은 영화다. 극 영화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을 만든 이는 두 형제 어머니인 홀름이다. 그는 노르웨이 영화제 ‘아만다 영화상’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EIDF 2016 개막작 '브라더스' 주인공 루카스(왼쪽·당시 5세)와 마르쿠스(당시 11세)

아이 어머니이자 '브라더스' 촬영과 감독을 맡은 아슬레우 홀름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홀름은 자신을 “어머니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라 소개했다.

홀름은 아들 마르쿠스(당시 11살)와 루카스(당시 5살)가 자라나는 8년이란 시간을 영상에 담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가 있을 때에도 ‘카메라를 어디에 숨기고 촬영하지’라는 생각부터 했다고 한다.

아이가 운동장에서 울고 있을 때에도 '아이를 보호해야 할지 계속 관찰해야 할지' 늘 충돌하는 지점에 있었다고 한다. 그가 8년 동안 겪어온 딜레마가 고스란히 영화에 담겼다.

그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많은 순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관찰자’로서 역할을 했다고 털어놨다. 8년 동안 촬영이 마치 가족 간 ‘홈 비디오’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두 형제가 ‘형제애’을 쌓고 이웃 사람들과 상호 작용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영화는 몸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아이들에게 영화적인 디렉팅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8년 동안 촬영 분을 보여주지 않았다. 촬영을 끝내고 처음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줬을 때 홀름은 무척 긴장한 상태였다. 장남 마르쿠스가 영화를 보고난 뒤 “내가 아니라 남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밌었다”는 말을 아직도 그녀는 잊지 못한다.

영화 속 앵글은 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홀름은 “아이들이 자신의 세계나 관점을 가지고 생각하고 발전하는 주체로 보이길 원했다”며 “그래서 그들의 시선에 맞췄다”고 말했다.

현재 루카스는 중학교 3학년, 마르쿠스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8년 간의 촬영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홀름은 아이들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란 원래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 직업지만, 엄마로서의 인내도 배웠다고 한다.

그는 “두 아이에게도 (촬영이) 오히려 좋았을 것”이라며 “엄마로서 역할만 했다면 다소 집착하고 아이들을 내 마음대로 다룰려고 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결정에는 덜 개입하고 오히려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가능성과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독립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홀름은 기자회견 내내 앞에 있는 기자들 사진을 찍기 바빴다. 한국에 처음 왔고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천상 다큐멘터리 감독'인 홀름은 8년이나 아이들을 찍었지만 본래는 10년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8년이 되던 해 마르쿠스가 “이만하면 찍을 건 다 찍지 않았느냐”고 말해 촬영을 멈췄다. 그는 “아이의 현명함 덕분에 ‘마쳐야 할 때’를 알게 된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홀름은 20년 동안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제 다큐가 아닌 ‘픽션’으로 전문적인 배우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신의 다큐적인 경험이 극 영화에서는 어떻게 발휘될지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다. 영화 주제는 ‘가족’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브라더스' 트레일러 / EIDF 페이스북 페이지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하나의 흥미로운 캐릭터로만 바라봤던 야코브, 하지만 3년의 시간 동안 그가 던지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지게 됐다"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감독

영화 ‘내추럴 디스오더’는 뇌성마비 장애인 야코브 윤 이에스코우 노셀 이야기를 다룬다. 장애인이 주인공이지만 '뻔한' 영화는 아니다.

지능에 문제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총명하기까지한 야코브는 미래에는 유전자 식별을 통해 자신과 같은 장애인은 완전히 소멸되고 연구소 표본으로만 남을거라 상상한다.

영화 '내추럴 디스오더' 속 야코브의 상상씬 - 미래사회에서 그는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 표본으로만 존재할 것이라 상상한다

장애인이자 입양아(한국에서 태어난 야코브는 한 살 때 덴마크 가정에 입양됐다)인 야코브는 ‘장애인인 내가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 주제로 자전적인 연극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을 찍은 것이 다큐멘터리 영화 ‘내추럴 디스오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감독과 주인공 야코브가 함께 참석했다. 둘의 다큐멘터리는 야코브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연극을 준비하며 덴마크에서 가장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을 수소문했고 크리스티안 감독과 만났다.

야코브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게 된 이유에 대해 “(보시다시피)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며 “연극이나 영화 모두 전문적인 사람들이 저한테 도움을 준다. 이는 제가 존중 받는 인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야코브는 작은 규모의 연극을 목표로 했고 크리스티안 감독도 TV로 내보낼 중편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하지만 연극 규모가 커지고 결정적으로 야코브가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로 6개월 간 집안에서만 생활하게 되면서 다큐멘터리 촬영에만 3년 반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야코브는 왕립극장 무대에 크리스티안 감독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다.

크리스티안 감독은 그 시간 동안 야코브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나의 흥미로운 캐릭터로 바라봤던 야코브. 그가 던지는 질문을 감독 스스로에게도 던지게 됐다. 야코브를 둘러싼 연극과 영화 연출진 모두가 가족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크리스티안 쇤더비 옙센 감독(왼쪽)과 야코브 노셀

영화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야코브가 살아갈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논한다. 야코브의 도전,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 유전자 검사와 과학적 실험, 장애인이 없어질 미래 사회를 애니메이션으로 다뤄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크리스티안 감독은 “야코브는 정말 수다스럽다. 1시간만 있어도 듣는 게 피곤하다”며 “사람들에게 영화 속 메시지를 야코브 내레이션만으로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전문가나 의사,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말, 미래적인 애니메이션 등으로 이야기를 다양한 범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연극에서 야코브는 ‘나도 존재할 가치가 있나?’, ‘나도 살 가치가 있나’라는 질문에 다다르기 위해 여러가지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관객들은 버튼을 눌러 이에 답한다.

연극 초반과 후반 가장 많이 바뀐 야코브 답변은 두 가지다. 바로 ‘야코브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와 ‘정상인과 야코브의 유전자 중 무엇을 고를 것인가’였다.

연극을 보며 야코브의 총명함과 깊은 성찰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 역시 좋은 아버지가 될 거라고 답했다. 또한 그의 장애가 유전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고 야코브 유전자를 선택했다.

이날 영화제를 위해 입양 뒤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는 야코브는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덴마크에서 입양해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생물학적인 어머니 역시 잘 지내시길 바란다. 다른 곳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신데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다.

영화 '내추럴 디스오더' 트레일러 / EIDF 페이스북 페이지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