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화계 스타감독 공자관 인터뷰

2016-09-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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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다 죽어가던 한국 에로영화계에 한 작품이 혜성 같이 등장했다. '젊은엄마'.

2013년, 다 죽어가던 한국 에로영화계에 한 작품이 혜성 같이 등장했다.

'젊은엄마'. 이혼한 장모와 사위의 위험천만한 로맨스를 그린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를 연출한 공자관(39) 감독은 "제작사가 못해도 10~20억은 벌었을 것"이라며 "'젊은엄마'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공자관(39) 감독 / 이하 위키트리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남동에 있는 영화사 ‘밀크픽처스’ 사무실에서 만난 공 감독은 위험해서 더 '끌리는' 사람이었다. '밀크픽처스'는 그가 2015년 설립한 저예산 영화제작사다. "막장이 좋다"는 공 감독 취향을 반영하듯 사무실은 위치부터 '남달랐다'. 바로 옆에 역사단체 사무실이 있다. 고조선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 함양이 목적이라고 한다.

공 감독은 “(옆 사무실 분들은) 볼 때마다 ‘밥은 먹었냐’고 물어봐 주시는 좋은 분들”이라며 “대한민국 사회가 도덕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늘 걱정 하신다. 그 옆에 에로영화 사무실이 있다는 게 참 묘하다”라고 말했다. 마침 ‘야동’이니, ‘섹스’니 민망한 단어를 열심히 주고받던 중이었다. 제작기사 명지훈 씨가 영화사 사무실 문을 서둘러 닫았다.

공 감독은 신작 ‘특이점이 온 영화’ 촬영을 최근 마쳤다. 오는 11월 개봉이 목표다. 그는 “패러디, B무비, 막장, 패륜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엮인 컬트 무비”라며 “특이한 영화라 ‘특이점이 온 영화’라고 제목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공 감독은 2000년대 초중반을 휘어잡은 에로영화제작사 ‘클릭 엔터테인먼트’ 출신이다. 단국대에서 연극영화(95학번)를 전공하고, 충무로 대신 에로영화계에 진출해 수년간 수십 작품을 찍었다. 또 걸출한 스토리텔링과 연출력을 겸비한, 현재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이다.

충무로 키드는 왜 에로영화의 길을 택했을까. 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골과 위악: 공자관이 에로계에 뛰어든 이유

공 감독은 ‘반골’이다. 그는 자기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 책임을 추궁당하는 일을 혐오한다. 인터뷰 당일에도 USB를 인식하지 못하는 노트북 때문에 제조사 직원과 입씨름하고 있었다. 공 감독은 “부당한 걸 못 참는다. 이런 성격이 에로영화계로 나를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영화는 찍을 때 리스크(위험)가 크다. 내 영화의 총 제작비는 많아야 2~3억이다. 만약 영화가 망해 1억 정도밖에 못 벌었다고 해도 손실이 크지 않다. 대신 그 안에서는 별 걸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예산 (에로) 영화를 찍는다. 내가 하는 발상과 이야기는 몇 십 억짜리 영화와는 맞지 않다”

신작 ‘특이점이 온 영화’는 스와핑, 근친상간, 원나잇 등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물론 에피소드마다 반전이 있고, 유머 코드가 삽입돼 부담 없이 볼 수 있다고 한다. 공 감독은 “모든 사람들이 저급한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아닌 척 한다”며 “그런 이중 잣대가 싫어 일부러 더 저급하게 군다. 위악을 떤다”고 말했다.

공 감독은 한국사회가 자유롭게 ‘떡’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제대로 된 성인 콘텐츠가 시장에 정착해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가 공적·사적 공간에서 ‘떡’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척 행동한다. ‘위악’은 이런 분위기 타파를 위해 그가 꺼내든 무기다.

공 감독은 “약 빤 영화. 평범하지 않은 영화를 좋아한다. ‘고상함은 가짜’라는 게 인생 좌우명”이라며 “한국 남자들이 포르노와 섹스를 얼마나 좋아하냐. 전 세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걸 왜 (국가가)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 궁극적 목표는 포르노를 찍는 것”

공 감독은 ‘포르노합법화’ 주의자다. 그는 스스로를 ‘떡투사’라고 부른다. 공 감독은 “포르노가 합법이 되면 좋겠다. 내 궁극적 목표는 포르노를 찍는 것”이라며 “진짜로 시원하게 (관계를) 해버리면 어디가 덧나나. 그걸 찍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든 미성년자들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감독은 아마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와 가장 많이 마찰을 빚은 인물 가운데 한 명일 것이다. 표현 수위를 한계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 한 번은 영등위의 지시사항에 따라 몇 번이나 재촬영을 했는데, 그때마다 “미성년자가 볼 수 있다”며 퇴짜를 놨다. 분노한 그는 영등위원장 면담까지 신청했다.

공 감독은 “표현의 자유가 선진국 정도로 보장받으려면, 포르노가 허용돼야 한다. 현재 영등위 심의 과정에는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는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도, 성매매하는 장면도 묘사하면 안 된다. 영등위에서 심의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영화는 실제가 아닌 ‘픽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가 끼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면서 “그런 논리라면 스릴러 영화에서 칼로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은 전부 잘라내야 한다. 집에 다 식칼 하나씩은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공 감독은 “산업 측면에서 봤을 때도, 포르노 합법화는 포지티브하다. 일자리 창출도 되고, 매출도 발생한다. 경제 외연이 넓어질 것”이라며 “내가 내 몸 사용해서, 내 성기를 보여주고 돈 벌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왜 막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비밀 출사’ 나갈 정도로 몰락한 에로영화 시장...‘성 문제’ 숨기지 말아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에로 배우는 여자 20명, 남자가 10명 내외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80~90% 가까이 줄었다. 수입도 떨어졌다. 당시 여배우들 한 달 평균 수입은 1000만 원 남짓이었다. 남배우도 300~500만 원 사이를 받았다. 이제는 그 절반도 힘들다. 이것도 이른바 업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 기준이다.

정부의 성인 콘텐츠 제한 정책은 얼마 없던 에로영화 수요마저 위축시켰다. 인터넷을 통해 대거 유입된 서양·일본AV도 에로시장이 사양길을 걷는 데 한몫했다. 굳이 ‘진짜로 하지도 않는’ 에로영화를 찾아 볼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공 감독은 “국내 성인영상 산업은 거의 전멸했다. (배우들) 대부분이 투잡을 뛴다”라며 “일부 여배우들은 ‘비밀 출사’를 나가 돈을 벌기도 한다. 음모, 성기를 완전 노출하는 조건으로 개인 누드 촬영을 하는 것이다. 한 건당 100만 원 정도 받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공 감독은 “에로는 인정도 못 받고, 돈도 안 되는 장르다. 그런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성 산업에 대한 문화적 홍보가 필요하다. 성은 자연스러운 거다. 숨기거나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던" 공자관 감독의 '에로영화'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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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섹스신, 진짜로 하나?

A. 아니다. 에로영화 배우들은 베드신 촬영 전, 일명 '공사'라는 걸 한다. 남배우는 성기를 스타킹으로 묶어 덜렁거리지 않게 하고, 여배우는 테이프를 붙여 그곳을 막는다. 격렬한 베드신을 촬영하다 보면 가끔 공사 부위가 떨어진다. 그러다 보면, 성기와 성기가 실제로 맞닿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삽입까지 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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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촬영 중 흥분하는 배우도 있나?

A. 당연히 있다. 어떤 남배우는 공사 상태에서 사정한 적도 있었다. 사석에서 배우들에게 "촬영하다 보면, 실제로 느끼기도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몇몇은 "그렇다"고 답했다. 삽입을 제외한 대다수 장면은 실제 행위다 보니 사람인 이상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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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에로배우 섭외는 어떻게?

A. 전문 에이전시가 있다. 에이전시를 배우들과 작품을 이어주고 그 대가로 피(Fee·수수료)를 받는다. 보통 출연료의 30%다. 현재 국내에 있는 에로배우 에이전시는 3곳 정도다. 규모는 작다. 3곳을 통틀어 남녀배우 30여 명 정도가 속해있다. 이 30명이서 국내 19금 콘텐츠, 에로영화 대부분을 소화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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