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여성의 날' 역사 속 페미니스트 6명

2017-03-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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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영화 '서프러제트' 스틸컷

오늘(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의류 노동자 1만 5000여 명이 러트거스 광장에서 노동 환경 개선, 여성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후 1910년 독일 노동운동가 클라라 제트킨(Clara Zetkin·1857~1933)이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제창했다. 1975년 UN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여성의 날을 맞아 역사 속 페미니스트들을 뽑아봤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던 시절, 이들은 누구보다도 용감한 발언을 하며 시대를 바꾸는 데 앞장섰다.

1.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1759~1797)

위키피디아

"우리 여성에게 부드럽고 가정적인 짐승이 되기만을 충고하는 그들은

우리를 얼마나 지독하게 모욕하는 것인가!"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의 권리 옹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1759년 영국 런던 근교에서 태어났다.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는 '계몽사상'이 퍼지고 있었다. 계몽사상은 인간 이성을 앞세우는 사상이다. 사람들은 인간 평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프랑스 혁명 역시 계몽사상을 토대로 전개됐다.

많은 계몽 사상가는 여성 문제만큼은 여전히 보수적인 태세를 취했다. 이들은 인간이 평등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여성을 인간 범주에 넣지 않았다.

1792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라는 책을 통해 시민권을 남성에게만 부여하는 시도에 저항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스스로 경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로 머무르지 않고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 에멀린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1858~1928)

위키미디어

"노예로 사느니 반역자가 되겠어요"

"우리 서프러제트가 함부로 다루는 목숨은 자기 목숨뿐입니다. 이 자리에서 말하건대, 우리 정책은 결코 타인 목숨을 위태롭게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중략) 정부가 사람 삶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재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산을 통해 적을 공격할 것입니다"

- 에멀린 팽크허스트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현실문화)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서프러제트(suffragette)였다.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1903년 그는 두 딸과 함께 여성사회정치동맹(WSPU·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을 결성했다.

서프러제트는 전투적 페미니즘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우체통에 폭탄을 설치하거나 건물 유리창을 깨는 등 여러 전투적인 방식으로 투표권을 요구했다. 서프러제트 운동 끝에 영국에서는 1918년 30세 이상 여성이, 1928년에는 21세 이상 모든 여성이 투표할 수 있었다.

지난 2015년, 사라 가브론(Sarah Gavron·47) 감독 영화 '서프러제트(suffragette)'가 세상에 공개됐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실제 서프러제트들이 벌인 투표권 쟁취 활동을 담아냈다. 극 중에서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Meryl Streep·68)이 에멀린 팽크허스트 역을 맡아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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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1880~1968)
flickr

"나는 전투적 여성 참정권자입니다"

"고통을 감수하며 싸우지 않는 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헬렌 켈러가 페미니스트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헬렌 켈러는 앞서 언급한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같은 '서프러제트'였다. 헬렌 켈러가 살던 시기, 미국 여성들은 투표권을 갖지 못했다. 그는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지지하며 투표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페미니스트인 동시에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는 말년에 신념이 강하고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렸다.

4.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1882~1941)

위키피디아

"...셰익스피어 같은 천재는 교육도 못 받고 노예처럼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천재는 영국 색슨족이나 브리튼족에서 태어난 적도 없죠. 오늘날 노동 계층에서도 태어나지 않았고요. 그런 천재가 어떻게 여성들 가운데서 태어날 수 있었을까요? 트리벨리언 교수는 여성이 아이 방에서 나올 나이가 되기 전부터 가사를 시작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부모들은 법과 관습을 통해 어린 여성들에게 그러한 행동을 강요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가 겸 비평가다. 그는 47살 때 수필 '자기만의 방'을 썼다. 그는 이 수필에서 사회가 여성을 차별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5. 나혜석(1896~1948)

위키미디어

"조선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항상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 노리개를 거부하오.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내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리라"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니오, 오직 취미다.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떡 먹고 싶을 때 떡 먹는 것과 같이 임의용지로 할 것이오. 결코, 마음 구속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나혜석 '이혼 고백서'

나혜석 작가는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다.

나혜석 작가는 1934년 잡지 '삼천리'를 통해 '이혼고백서'를 발표했다. 그는 '이혼고백서'에서 여성에게 현모양처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한다. 당대 남성들은 앞다투어 이 글을 비난했다.

나혜석 작가는 한국 여성 최초로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었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나머지 사회로부터 비난과 조소에 시달려야 했다.

6.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1908~1986)

이하 flickr

"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 페미니스트 활동가다. 그는 1929년 21살 때 철학 교수 자격시험 차석으로 합격할 정도로 박식했다.

1949년 보부아르는 '제2의 성'을 썼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보부아르는 수동성, 교태, 모성애 등 '여성성'이라 불리는 많은 요소가 사회적인 관습 안에서 길러지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 책은 출간 한 주 만에 2만 2000여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보부아르는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Charles Aymard Sartre·1905~1980)와 계약 결혼을 했다. 이들은 반세기 동안 연애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다른 애인을 만났다.

장 폴 사르트르·시몬 드 보부아르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