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후, 노푸 못해먹겠어!!!" 그렇다면 로우푸는 어떨까?

2017-03-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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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머릿결 비결이요? 전 물로만 머리를 감아요. 어제 두 달 만에 머리를 처음 감았어요."

영국 출신 유명 가수 아델(Adele)이 한 말이다. 그는 미국 패션 잡지 글래머에 '노-푸(no-poo)'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푸'란, '노 샴푸(No Shampoo)'의 줄임말로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노-푸'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아예 물로만 머리를 감거나, 샴푸 없이 베이킹파우더와 사과 식초 등 자연 성분을 이용해 머리를 감는다.

'노-푸' 열풍은 샴푸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 등 여러 화학 성분이 두피를 약하게 하고 탈모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노-푸를 실천하는 여러 블로거들은 "처음에는 기름지던 머리카락이 몇 개월 지나자 기름기 없고 건강하게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델 외에도 배우 기네스 펠트로, 킴 카다시안, 영국 해리 왕자 등 많은 연예인이 노-푸를 머릿결 유지 방법으로 꼽았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이하 Shutterstock

'노-푸'를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유로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플라스틱 샴푸 용기와 일반 샴푸에 참가된 황산염, 파라벤 등 화약 성분이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의료센터 론다 파라(Ronda Farrah) 피부학 교수에 따르면 노-푸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파라 박사는 "'노-푸' 실천으로 두피 및 머리카락 건강이 좋아지고 기름기가 사라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피부학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파라 교수는 "샴푸는 두피를 건강하고 깨끗하게 해준다"며 "머리를 감지 않으면 왁스 같은 헤어 제품, 죽은 피부 세포, 땀, 흙 등이 쌓여 두피에 염증이 생기고 머리카락에 기름기가 낄 수 있다"고 했다.

이렇듯 노-푸가 모두에게 좋은 건 아니다. 피부과 전문의 임이석 원장은 "노-푸는 피부가 예민한 민감성 두피인 경우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두피에는 샴푸의 세정력이 필요하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샴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노-푸의 대안으로 샴푸를 적게 쓰는 '로우-푸(Low-Poo)'를 권했다. 샴푸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거품을 많이 내서 세정력을 높이는 샴푸법이다. 두피 건강과 탈모에 효과가 있는 걸로 알려졌다.

'로우-푸'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임 원장에 따르면 '로우-푸' 샴푸량은 '펌프(샴푸가 나오는 입구 부분)'를 한 번 꾹 눌렀을 때 나오는 양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대략 펌프 1번에 500원 동전 정도 크기가 나온다.

여성의 경우 펌프 1번~1번 반 정도, 남성은 1번 이하(펌프 반 번~1번)가 적절하다"라고 했다. 거품망이나 바디타월 등을 사용해 적은 샴푸 양으로 거품을 최대한 많이 내는 게 포인트다.

거품망

로우-푸가 정말 두피 건강에 도움이 될까? 위키트리 두 기자가 지난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직접 체험해봤다.

A 기자 건성 두피다. B 기자는 지성 두피다. 둘 다 머리 길이가 가슴 아래까지 오는 장발이다.

A 기자는 손바닥에 짜면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 되는 샴푸량을 썼다. 로우-푸 1일 차(16일)부터 찝찝한 느낌이 하루종일 기자를 따라다녔다. 풍성한 샴푸 거품으로 머리를 개운하게 씻어내던 느낌이 그리웠다. 바디타월을 사용해 거품을 아무리 많이 내도 두피를 겨우 커버할 정도밖에 안 됐다.

A 기자가 로우-푸를 위해 사용한 샴푸량/ 이하 위키트리

1주일 차에는 어느 정도 로우-푸에 적응이 됐다. 더 빨리 머리가 기름지는 것 같던 느낌도 없어졌다. 2주 차에는 빠지는 머리카락 수도 확연히 줄었다. 평소 20가닥 정도씩 빠지던 머리카락 수가 5가닥 이하로 확 줄었다.

로우-푸 시작 1일 차(좌)와 2주 차(우) 비교 사진. 1일 차에는 머리숱이 적어 가운데 두피가 하얗게 보였다. 2주 차에 접어들자 하얗게 보이던 두피가 머리카락으로 가려졌다.

머리결 손상이 심한 B 기자는 지성 두피임에도 평소 샴푸를 4~5번 펌프해 사용하는 버릇이 있었다.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자주 머리카릭이 기름졌고 종종 두피에 여드름이 생겼다.

B 기자는 지난 2주 동안 샴푸를 1펌프만 사용했다. 거품망을 사용하니 평소보단 확연히 적지만 제법 거품이 났다. 거품을 머리카락 전체가 아닌 두피에 집중적으로, 마사지하듯 발랐다.

거품을 샤워기로 깨끗이 씻어냈다. 욕조 밑으로 떨어지는 거품이 확연하게 적었다. 머리를 감다 만 찝찝한 기분이 살짝 들기도 했다.

'로우-푸' 시작 전(좌)와 10일 차(우) 비교 사진. 옆 머리 윗부분 기름기가 확연히 줄었다.

목욕을 마친 후, 두피 기름기가 확연히 줄었다. 기름기가 제일 심했던 옆 머리 윗부분에 특히 효과가 좋았다. 평소 1~2번 정도 생겼을 법한 두피 여드름도 체험 기간인 2주 동안 생기지 않았다.

임 원장은 B 기자에 대해 "지나친 샴푸 사용량 때문에 두피 건강이 안 좋았던 경우"라며 "아마 샴푸를 깨끗하게 씻어내지 않아 여드름이나 기름기가 심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두 기자의 로우-푸 2주 체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A 기자는 머리숱이 늘었고, B 기자는 두피에 기름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덜 개운'한 느낌 외에는 불편한 점이 없었다. '노-푸'의 장점으로 꼽혔던 머릿결과 환경은 '로우-푸'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임 원장은 "노-푸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제대로 씻지 않아 노폐물과 각질이 두피에 쌓이다 보면 탈모나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대신 계면활성제 같은 샴푸 성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샴푸 양을 줄이는 로우-푸를 하면 된다. 다만 로우-푸라도 너무 적은 양을 쓰게 되면 세정 효과를 보기 어렵다. 샴푸를 한 후에는 3~5분 정도 충분하게 헹궈주는 게 좋다"는 팁을 전했다.

*이 기사는 윤희정 기자, 김민진 기자가 함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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