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8가지

2017-05-19 22:30

add remove print link

SF영화계 기념비적 작품 '에이리언'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진화했다.

Flickr

SF영화계 기념비적 작품 '에이리언'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진화했다.

1편(1979)이 '여전사 vs 외계생명체'라는 단순한 이야기로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했다면, 2편(1986)은 그 이야기의 빈틈을 메우며 시리즈 토대를 쌓았다. 3편(1992)은 철학적 요소를 더해 "영상에 비해 스토리가 빈곤하다"는 비판을 반박했고, 4편(1997)은 SF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넌지시 보여줬다.

5편(프로메테우스, 2012)은 1편 이전으로 돌아가 에이리언 기원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는 이에 대한 상세한 답을 내놨다.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8가지를 정리해 봤다. 스포일러가 약간 있다.

1. 외국어 표기법에 따르면 '에이리언'이 아니라 '에일리언'이 맞다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모든 제목은 '에이리언'으로 표기되지만, 사실 '에일리언'이 맞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Alien'은 외래어 표기법의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 영어 표기 세칙에 따라 '에일리언'으로 적어야 한다.

영어 표기 세칙 6항은 "어중의 [l]이 모음 앞에 오거나, 모음이 따르지 않는 비음([m], [n]) 앞에 올 때에는 'ㄹㄹ'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에이'로 발음되는 'Al' 뒤에 모음 'i'가 붙기 때문에 '에일리언'이라고 적어야 하는 것이다.

2. 주인공 '리플리' 역은 원래 베로니카 카트라이트가 맡을 예정이었다

이하 영화 '에이리언1(1979)' 스틸컷

베로니카 카트라이트(Cartwright·67)는 '에이리언1'에서 램버트로 출연한 배우다.

1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은 원래 카트라이트에게 리플리 역을 맡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작자 월터 힐(Hill) 감독 반대로 오디션을 거쳐 무명 배우 시고니 위버(Weaver·67)가 최종 캐스팅된다.

힐의 안목은 옳았다. 1100만 달러(약 124억 원)로 제작된 '에이리언1'은 북미에서만 6000만 달러(약 675억 원)를 벌어들이며 '초대박'을 터뜨린다. 위버의 주가도 수직 상승했다. 1편 출연료로 3만 달러(약 3387만 원)를 받은 위버는 2편(1986)에선 33배나 오른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받았다.

특히 4편에선 1편 제작비와 같은 1100만 달러를 받으며 할리우드에서 손 꼽히는 '고액 출연료' 배우로 우뚝 선다.

3. 3편을 제외하고 영화 제목에 숫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1편 원제는 '에이리언(Alien)', 2편은 '에이리언스(Aliens)'다. 3편만 유일하게 숫자를 붙였다. 다만 윗 첨자(에이리언³)로 붙였다. 4편은 '에이리언: 레저렉션(Resurrection)'이 원제다. 5편 '프로메테우스'와 6편 '에이리언: 커버넌트'에도 숫자가 붙지 않았다.

4. 1편에 등장하는 에이리언 '드론'은 실제 인간 두개골로 만들었다

특수효과 전문가 H. R. 기거(Giger·1940~2014)는 실제 사람 두개골로 '에이리언1'에 나오는 크리처 '드론' 머리를 만들었다. 하나당 700달러(약 78만 원)씩 총 3개를 인도에서 "의료용"이라 거짓말한 뒤 구입했다.

왜 기거가 플라스틱이 아닌 사람 두개골을 고집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는 두개골 등 사망한 사람의 신체 일부를 촬영 용도로 쓰는 걸 금지하고 있다.

5. 1편 원제는 '스타 비스트'였다

댄 오배넌(O'bannon)과 로날드 슈셋(Shusett)이 쓴 '에이리언1' 각본 원제는 '스타비스트(Star Beast)'였다. 직역하면 "우주의 괴물"쯤 된다. 1977년 개봉해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영화 '스타워즈' 영향을 받은 제목이다.

하지만 논의를 거쳐 '외부인, 외국인, 외계인' 등을 뜻하는 "에이리언(Alien)"으로 최종 결정됐다. 제목이 바뀌면서 몇 가지 설정도 수정됐다. 주인공은 남자에서 여자(리플리)로, 결말도 새드 엔딩에서 해피 엔딩으로 바뀌었다.

아래는 슈셋과 오배넌이 쓴 '에이리언' 1편 각본 초안이다. 실제 영화와 다른 부분이 많다.

6. 2편에 나오는 고아 소녀 '뉴트'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영화 '에이리언2(1986)' 스틸컷

2편에서 고아 소녀 '뉴트'역으로 SF, 호러계 아카데미상 '새턴상'을 수상한 캐리 헨(Henn·40)은 캐스팅 당시 연기 경험이 전무했다. 그 흔한 학교 연극 무대에도 올라본 적 없었다.

당시 캐스팅 관계자에 따르면, 헨을 캐스팅한 건 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트 역에 500명이 넘는 아역 배우가 몰렸지만, 헨만 '훈련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헨은 '에이리언2' 이후 자신과 연기는 맞지 않다며 은퇴를 선언하고, 현재는 교사로 일한다.

7. 영화사 '20세기 폭스'는 리들리 스콧이 작업한 1편 스토리보드를 보고 제작비를 2배로 올려줬다

리들리 스콧은 영국 왕립예술대에서 미술, 영화학을 전공했다. 그림에 일가견 있다. 스콧은 '에이리언1' 각본을 보고 한 달 만에 뚝딱 스토리보드를 써냈다. 스토리보드는 영상화할 극본을 미리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영화사 '20세기 폭스' 측은 스콧이 그린 스토리보드를 보고 감탄했다. 그 자리에서 제작비를 2배로 올려줬다.

왜 감탄했는지는 직접 확인하자. 아래는 스콧이 그린 실제 '에이리언' 스토리보드 일부다.

8. 3편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3편을 자기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영화 '에이리언3(1993)' 스틸컷

영화 '세븐(1995)', '파이트 클럽(1999)', '소셜 네트워크(2010)', '나를 찾아줘(2014)' 등을 연출한 '스릴러 장인' 데이비드 핀처(Fincher·54)는 1992년 영화 '에이리언3'로 데뷔했다. 원래는 유명 CF 감독이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영화 제작사가 촬영 과정에 미치는 입김은 상당하다. 특히 많은 자본이 투자되는 할리우드는 정도가 심하다. "흥행에 도움이 안 된다"며 스토리나 캐릭터를 멋대로 바꾸거나, 이를 거부하는 감독은 무 자르듯 자른다.

실패하면 큰 돈을 잃게 되는 제작사 입장에선 이런 간섭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아니다. 조언을 가장한 참견이 심해질수록 '연출의 자유'를 빼앗기게 된다. 핀처가 딱 여기 해당했다. 어떤 신을, 어떻게 찍을지 매일 밤 제작사 측과 입씨름을 벌였다. 지는 쪽은 늘 핀처였다. 당시 핀처는 30살 신인 감독에 불과했다.

특히 '편집권'을 뺏긴 게 결정타였다. 편집권은 영화를 편집할 권리다. 영화는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도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바뀔 수 있다. 편집권은 감독이 영화에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권한이자, 최후의 보루다.

영화에 대한 모든 권리를 빼앗긴 핀처는 "에이리언3는 내 작품이 아니"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핀처는 아직도 '에이리언3'을 자기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핀처 / Wikipedia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