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할 시간에 딴 걸 하고 싶어" 가사도우미 찾는 청년 1인 가구
2017-06-02 20:00
add remove print link
이하 셔터스톡 서울 천호동에 사는 김지은(24) 씨는 IT업계에서 일하는 1년 차 직장인이

서울 천호동에 사는 김지은(24) 씨는 IT업계에서 일하는 1년 차 직장인이다. 전주에서 서울로 상경한 그는 10평짜리 오피스텔에 혼자 산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탓에 요새 집안일이 자꾸 뒷전으로 미뤄졌다. 집은 점점 엉망진창이 됐다.
김 씨는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4시간에 약 4만원이었다. 신청을 받고 온 '가사 도우미'는 4시간 만에 김 씨 집을 새 집처럼 탈바꿈해놓았다.
김 씨는 "청소할 시간이 너무 없어, 집안을 보면 한숨부터 나왔다"며 "가사도우미 서비스 덕택에 지긋지긋한 집안일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사 도우미를 계속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과거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가사도우미 서비스가 최근 1인 청년 가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집안일'에 써야 하는 시간을 다른 일에 집중하는 데 쓰는 게 낫다고 본다. 서비스 비용도 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 가사도우미 서비스의 진화...애플리케이션 '춘추시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국내 1인 청년가구 수는 65만 5000 가구였다. 10년 전보다 29.8% 증가했다.
이런 사회 추세에 맞춰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전화를 걸어 '파출부'를 신청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뜻하는 O2O 서비스가 가사도우미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된 가사도우미 서비스 앱은 미소, 대리 주부 등 약 20개에 이른다.
지난해 2월 출시된 가사도우미 애플리케이션 '미소(MISO)'는 출시 후 지난해 연말까지 약 10만 건 거래를 달성했다. 지난 3월 월 거래액이 10억 원을 돌파했다.
미소 측은 "혼자 사는 분들 중에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가사 도우미를 찾는 혼족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IT 공룡' 카카오 역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올해 1분기 '카카오 클린홈'을 내놓으려고 했지만 카카오 독식을 우려한 업계 반발로 계획이 좌절되기도 했다.
앱 사용은 간단하다. 클릭만 하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고를 수 있다. 청소해야할 곳, 주의사항 등도 기재할 수 있다.
한 달에 2번 정도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직장인 강혜정(29) 씨는 "제가 없는 시간에 가사도우미가 와서 원하는 곳을 치워주고 간다. 어색하게 마주칠 필요도 없다. 결제도 애플리케이션으로 바로하니 순식간에 모든 것이 해결돼서 좋다"고 했다.

업체 수가 늘면서 서비스 질을 두고 고심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시장은 수십여 개 스타트업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레드 오션'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성'이 필요하다.
B업체 관계자는 "집안 일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어디까지 해줘야하는 건지 모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앱에도 어떤 부분 청소를 원하는지, 어떤 스타일 가사도우미를 찾고 있는지 고를 수 있게 해놨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서비스가 끝난 후에는 가사 도우미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최근 생겨난 업체들은 고객 피드백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이용자 성향에 맞는 가사도우미를 선택할 수도 있게 했다.
◈ 월 200만 원 벌지만...내 시간이 더 소중해
'가사도우미'하면 과거에는 부자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개인 시간 확보가 중요한 혼족들에겐 '가사 노동'에 시간을 들이는 일은 비합리적인 일로 인식되고 있다.
프리랜서 손모(25) 씨는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한다. 손 씨는 "예술 관련 일을 한다. 한달 수입은 250만 원 정도다. 처음에는 '청소에 왜 돈을 써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하기 싫어서 스트레스받았던 일을 신경 쓰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가사 도우미는 '프로'다. 자신이 직접 집안 일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손 씨는 "빨래, 청소...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전문가는 확실히 다르다. 평소 청소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창틀부터 세탁기 먼지망까지 전부 청소해준다"고 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야만 가사도우미를 쓸 것이라는 편견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한 가사도우미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소위 말하는 '사모님'들이 가사도우미를 찾았다면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원룸에 사는 20대 젊은 층이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소득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한 달에 200~300만 원 정도 버는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시세는 보통 '4시간에 4만원' 수준이다. 1인 가구인지라 청소 시간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 그 정도면 돈을 내고 할만하다는 게 혼족들 생각이다.
◈ 가사도우미와 혼족의 만남은 '윈 윈'

셔터스톡
동네 소개소에서 일감을 찾던 기존 가사도우미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울 제기동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김모(58) 씨는 "예전에는 아는 사람 통해서 일하거나 동네 소개소에서 일할 집을 찾았다. 지금은 내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회사에 알려주면 나를 원하는 사람을 매칭 받는다"고 했다.
김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딱 있고, 대부분 본인들이 집에 없는 시간에 나를 부르기 때문에 청소만 하고 가면 된다"며 "예전보다 심적으로도 편하고 내 일정에 맞춰 나도 근무 시간과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혼족들 역시 이런 구조에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강혜정 씨는 "업체가 가사 도우미 신원을 보장해주고 제가 원하는 분을 골라서 집에 보내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만족하지 못했을 때는 평가에 낮은 점수를 주거나 업체에 전화하면 피드백을 준다고 했다.
물론 혼족들 이용이 높아지면서 업체 측 관리가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이용자들은 "혼자 사는 집이라서 안전에 걱정이 될 때도 있다"고 했다.
대부분 업체들은 도우미 모집 공고를 내고 홈페이지나 전화로 접수를 받아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 과정에서 '업무 경력', '범죄 전력' 등 규정에 어긋나는 사항이 없는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확인 절차가 부실한 곳도 있다고 한다.
B업체 관계자는 "특히 여성들이 걱정을 많이 하신다. 가사도우미 업체를 선택할 때 널리 알려진 유명 업체를 선정하고, 집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면 나중에 바꾸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