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사가 여고 교실에 몰카' 피해 반 학생 인터뷰

2017-08-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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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평소에도 여성비하 발언을 많이 했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사진입니다 / flickr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사진입니다 / flickr

지난 6월 21일 경남 창원 한 여자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몰래 카메라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급 남자 담임 교사가 야간자율학습 시작 10분 후 교탁 위 분필통 바구니에 와이파이 통신 기능을 갖춘 360도 카메라 1대를 설치했다. 학생들은 야간 자율 학습이 시작하고 4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몰카를 발견했다.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몰카가 발각된 후 교사는 "카메라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그랬다, 시험 기간이라 카메라 설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일부 학생은 "카메라가 계속 설치됐다면 체육복을 갈아입는 장면 등이 찍혔을 수 있다"라며 반박했다. 학생과 학부모 항의가 이어졌다. 학교 측은 오랜 시간 동안 해당 교사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상급 기관에도 이 사안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학교 측 미온적인 대응에 분노한 일부 학부모가 국민권익위에 신고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담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육아 휴직을 낸 상태다. 피해 학생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사건 진상을 알리고 있다.

피해 반 학생 A양과 유선상으로 한 인터뷰다.

기자 :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학생 : 저녁 7시 10분이었습니다. 야자가 6시 30분에 시작했으니 40분 가량이 지난 상태였죠. 교탁 앞에서 불빛이 반짝거렸습니다. 앞에 앉은 애들이 "저게 뭐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야자 땐 교실이 조용하잖아요. 그쪽으로 이목이 쏠렸죠. 얼마 안 가 그게 '몰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다들 놀랐습니다. 이런 카메라를 처음 봤으니까요. 끄는 방법을 몰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약 30분 동안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전원을 껐습니다. 이후 선생님이 들어왔어요. 몰카는 야자가 시작하고 약 10분 후 설치됐다고 합니다.

기자 : 몰카에 찍힌 시간은 약 30~40분이군요.

학생 : 네. 다행히 빨리 발견된 편이고 그사이에 누가 체육복을 갈아입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교탁에 바로 앞자리 친구는 많이 놀란 눈치였습니다. 그 친구는 치마를 입은 채로 앞에 의자를 갖다 놓고 다리를 올리고 있던 상태였거든요.

친구는 그 일이 있고 난 뒤 선생님 얼굴만 보이면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고 사건 직후에는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습니다.

기자 : 충격이 컸겠어요.

학생 : 당시 무서운 마음에 손을 벌벌 떠는 친구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있었어요. 친구 몇몇은 집에 가서 부모님을 보자마자 울었다고 합니다. 평소에 여성 관련 발언에 문제가 많은 분이긴 했지만 이런 행동까지 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기자 : 평소 선생님 발언이 문제가 있었나요?

학생 : 평소에 여성 혐오, 여성 비하적 발언을 많이 하셨어요. 수업 시간에 +전자, -전자를 설명하면서 +를 남자, -를 여자로 가르쳤어요. 특히 -전자는 늘 '여자'로 지칭했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에 +전자와 -전자가 있다"라는 설명도 "여기에 플러스와 여자가 있다"라는 식으로 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자들이 화장하는 이유는 번식을 위해서"라는 말도 했어요.

우리 학교에 오기 전에는 근처 남고에 계셨는데 그 남고에서도 성적 농담을 많이 해 학생들이 불편해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 몰카 발각 후 선생님 반응은 어땠나요?

학생 : 처음엔 우리가 잘 자습하는지 확인하려고 그랬다고 하더군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반 평소에도 자습 태도가 좋고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카메라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진술하더라고요.

기자 : 학교 측 대처는 어떻습니까?

학생 : 선생님은 육아 휴직을 낸 상태입니다. 아기가 있거든요. 우리는 휴직이 아닌 정식 징계를 원합니다. 많은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세요. 의견을 모아 사안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생각입니다.

카메라 / 피해 학생 A양
카메라 / 피해 학생 A양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