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이색 데이트 장소 '낚시 카페'에 대한 엇갈린 시선

2017-09-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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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블로그 및 소셜미디어는 낚시 카페를 '이색 데이트 장소'로 꼽고 있다.

'낚시 카페'는 최근 이색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실내에서 간편하게 낚시하면서 연인, 친구와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다"라며 도심 속 여러 낚시 카페를 추천하는 글을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생 이진형(가명·25) 씨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낚시 카페를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는 "이용 시간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라며 "비교적 저렴한 값에 낚시 체험을 하는 줄 알았더니 동물 학대를 한 기분"이라고 했다.

이진형 씨는 어떤 점에서 불편함을 느꼈을까? 지난달 26일 서울 도심에 있는 한 낚시 카페를 직접 방문했다. 지하 1층에 매장 내부로 들어서자 물 비린내가 코를 자극했다. 매장 한 가운데에는 큰 수조가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 수조 주위에 둘러앉아 낚시를 하는 형식이다.

서울 한 낚시 카페에서 사람들이 수조에 둘러앉아 낚시를 하고 있다. / 이하 위키트리
서울 한 낚시 카페에서 사람들이 수조에 둘러앉아 낚시를 하고 있다. / 이하 위키트리

수조 내부를 살펴봤다. 그다지 깊지 않았다. 빽빽하게 모여 헤엄치는 물고기 수십 마리 실루엣이 보였다. 수조 주변이 어두워서, 물고기 생김새, 수질 등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자리로 안내받자 직원이 미끼와 낚싯대를 가져왔다.

"잡은 물고기는 수조 앞 저울로 가져와서 무게를 재세요. 무게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되고 포인트로 상품을 가져가실 수 있어요."

수조 앞쪽에 위치한 저울
수조 앞쪽에 위치한 저울

무게 확인이 끝난 물고기는 다시 수조로 들어가 '재활용'된다. 직원은 "저울 아래 버튼을 누르면 물고기가 수조 안으로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이진형 씨가 '동물 학대'를 주장한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그는 "물고기를 잡으면 상으로 주거나 회를 떠주는 곳인 줄 알았다"라며 "한 번도 아니고, 하루에 수도 없이 날카로운 낚싯바늘에 찔릴 물고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라고 했다.

낚시 카페에서 쓰는 낚시바늘은 사람 손가락이 찔려도 충분히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날카롭다. 잡힌 물고기 입가를 보니, 깊숙히 박힌 낚시바늘과 선명한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잡은 물고기를 저울로 재기 위해 수건으로 잡는 과정에서 비늘이 떨어지기도 했다.

바늘에 입이 찔린 물고기. 피를 흘리고 있다.
바늘에 입이 찔린 물고기. 피를 흘리고 있다.
날카로운 낚시바늘과 떨어진 비늘
날카로운 낚시바늘과 떨어진 비늘

직원에게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죽는지 물어봤다. 그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3~4마리 정도 죽는다"라고 답했다. 물고기가 연속적으로 낚시바늘에 찔릴 텐데 괜찮냐고 묻자 "물고기는 재생 능력이 빠르고 좋은 편"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물고기가 반복적으로 낚시바늘에 찔린다는 이유로 폐사할 가능성은 적다고 한다. 서울낚시협회 이재호 사무국장은 "물고기가 사람에게 잡히면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조 안으로 되돌아온 물고기는 바로 먹이를 물지 않고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할 때까지 휴식기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충분히 회복이 됐을 때에야 비로소 다시 미끼를 물게 된다는 얘기다.

이 사무국장은 "낚시 카페 수조를 보면 구석에 몰려 있는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바로 휴식기를 취하는 물고기다. 실제로 물고기가 재생 능력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낚시 카페에서 물고기가 폐사할 경우에는 먹이 또는 수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낚시 카페에서 휴식하는 물고기에게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지 못할 때 폐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대 논란은 여전하다. 이날 낚시 카페를 방문한 이현정(25) 씨는 "죽지 않는다 해도, 하루에 몇 번씩 잡고 방생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아니냐. 충분히 학대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동물권단체 '케어' 임영기 사무국장은 "최근 낚시 카페 학대 신고가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라며 "올해만 10건이 접수됐다"라고 전했다.

임 사무국장은 "유희를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크게 보면 모두 동물 학대에 해당된다"라며 "특히 물고기 같은 경우는 직접 만지고 볼 수 없어 상대적으로 신고 수가 적지만, 동물 보호 단체에서는 충분히 학대로 인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임 사무국장은 "흔히 물고기는 통점(고통을 민감하게 느끼는 감각점)이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서울낚시협회 이재호 사무국장도 "물고기 통점 유무는 아직까지도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라고 했다.

임 사무국장은 "낚시바늘이 꼭 입에만 걸리는 것도 아니라 눈, 척추, 꼬리 등에도 걸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몰고기를 다치게하거나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물고기가 낚시바늘을 삼켜서 내장을 파열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여전히 낚시 카페를 옹호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날 낚시 카페에 방문한 김진아(26) 씨는 "사실 학대라고 느낀 사람은 낚시 카페가 아닌 '낚시'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물고기 입에 바늘을 꿰어 잡는 '낚시' 자체가 잔인하다고 여기는 것 아니냐. 실내에서 할 수 있다는 것 빼고는 일반 낚시터와 다른 점을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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