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현장에서 문 두들겨 이웃 구한 의인들

2017-11-16 21:30

add remove print link

덕분에 불과 5∼6분 만에 건물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유튜브, 연합뉴스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지난 11일 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이 연기에 뒤덮인 원룸 주택에 뛰어들어가 거주자들이 대피하도록 도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충주 지역 인터넷커뮤니티인 '충주사람 모여라'에 게시된 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8시 58분께 충주시 봉방동의 한 포장업체에서 난 불로 주변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거세진 불길은 인근 4층짜리 원룸 주택 실외기에 옮아 붙으면서 이곳에 입주한 거주자들을 위협했다.

때마침 화재 현장을 지나던 김종복(55)씨와 그의 딸 김보슬(27·여)씨, 김씨의 친구 이슬기(26·여)씨는 맹렬하게 번지는 불길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원룸 거주자들이 모두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앞뒤 잴 겨를도 없이 이 건물로 들어가 입주자들에게 알리려 했으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다행히 문앞에 걸린 원룸 임대 안내문에 건물주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고, 이들은 건물주와 통화해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불길이 점차 번지면서 긴박한 상황에서 세 사람은 서로 층을 맡아 각 세대를 뛰어다니며 초인종을 누르고 불이 났음을 알렸다.

특히 이 건물 4층에 사는 할머니(60)와 5살, 3살 난 손자 2명은 불이 난 상황을 까맣게 모른 채 집 안에 있었다.

할머니는 "손자들을 재우려고 방에 있었는데 밖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서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길래 나갔더니 젊은 여성이 불이 났다며 대피하라고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 등은 어린 손자 2명은 끌어안고 할머니와 함께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덕분에 불과 5∼6분 만에 건물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이 불은 원룸 건물 실외기와 벽 일부를 태우는 데 그쳤지만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연기와 유독 가스때문에 제때 피신하지 않았더라면 질식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들은 원룸 건물 입주자들을 대피시킨 뒤 소방차가 도착, 진화가 시작되자 홀연히 화재 현장을 떠났다.

이들의 선행은 당시 4층에 살던 이 할머니의 딸이 극적으로 구조된 사연을 주변에 알리면서 뒤늦게 확인됐다.

딸은 "세 분이 없었으면 우리 가족을 포함해 원룸에 계셨던 주민들이 큰 화를 당했을 것"이라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불길을 보고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며 "주변에 있던 다른 많은 분들도 함께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