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를 2주 써봤다...구입을 말리고 싶다“ (사용기)

2017-11-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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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를 먼저 실사용하며 구매해선 안 될 이유를 정리했다.

한국 정식발매 전 미국판 아이폰X을 직구했다. / 김원상 기자
한국 정식발매 전 미국판 아이폰X을 직구했다. / 김원상 기자

아이폰X가 오는 24일 출시된다. 지난 17일부터 사전 예약을 진행한 통신 3사에 따르면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아이폰X을 예약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돈 주고 사도 되는 걸까', '아이폰X를 사면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아이폰X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X를 직구해 지난 11일부터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했다. 아이폰X 이전에 사용한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S8이었다. 다른 운영체제를 탑재한 두 기기를 여러 가지로 비교하며 일상에서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아이폰X 구매는 합리적이지 않다"였다. 이유를 정리했다.

◈ 보안에 민감하다면 아직애플은 기존 보안체계였던 지문인식 '터치아이디(Touch ID)'를 아이폰X에서 과감하게 버렸다. 대신 얼굴인식을 기반으로 한 '페이스아이디(Face ID)'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페이스아이디를 이용해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얼굴을 인식해서 큰 불편함은 없다. 안경이나 모자를 쓰거나 기타 액세서리를 착용해도 얼굴을 과도하게 가리지 않으면 얼굴 인식엔 문제 없다. 사라진 지문인식이 아쉽지 않았다.문제는 보안성이다. 애플은 지난 9월 발표회에서 페이스아이디가 지문보다 더 뛰어난 보안 체계라고 자랑했다. 그런데도 지난 3일 해외에서 아이폰X 판매 시작 이후 보안이 뚫린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겉보기에도 상당히 다른 형제 얼굴을 페이스아이디가 구분하지 못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브, revorocks123
페이스아이디는 성별도 다르고 나이 차이도 꽤 나는 엄마와 아들도 구분하지 못했다.

유튜브, Attaullah Malik

보안 문제는 불안함을 낳는 걸로 그치지 않는다. 핀테크(Fintech)가 일상이 된 우리나라 스마트폰 환경에서 더 큰 문제다. 시중 은행 모바일 앱을 이용할 때 아이폰X가 굉장히 불편하다는 점이다.

지난 22일 제1금융권 은행 중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이 자사 iOS용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모바일 뱅킹 로그인이나 이체에서 '페이스 아이디'로 인증할 수 없게 해놨다. 24일 아이폰X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면 더 많은 은행이 페이스아이디 인증을 막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금융권이 얼굴인식을 공식적인 인증 수단으로 허용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모바일 뱅킹에서 인증 가능한 생체인식은 전자금융거래법이 결정한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서 모바일 금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체인식은 '지문'과 '홍채'다. 아이폰X 사용자들은 로그인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암호를 일일이 키패드에 눌러야 한다.

◈ 오프라인 결제나 교통카드 이용은 언제쯤...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경쟁사 스마트폰은 오프라인 결제와 교통카드 기능을 지원한다. 외출시 스마트폰만 들고 나가면 바깥에서 돈을 쓸 일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아이폰X를 구매하려면 일상 속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

아이폰X는 한국인 일상에서 '스마트'한 구석이 많지 않다. 갤럭시S8을 쓰다가 아이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아이폰X에 그런 기능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아이폰은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애플페이(Apple Pay)가 서비스되고 있다. 애플페이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으로 매장에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2016년부터 일본 지역에 '스이카(Suica)'라는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애플이 국내에도 빠른 시일 안에 이런 편의 기능을 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애플페이가 한국에 도입되기 위해 애플이 먼저 전자결제대행(PG) 회사 설립이 필요하다. 애플이 PG 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은 전혀 없다.

일본 스이카 / 애플
일본 스이카 / 애플

일본 스이카같은 교통 서비스 역시 도입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지금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NFC을 사용해 교통카드로 활용한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간 NFC 기능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없게 닫아놨다. 애플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 이상 국내서 아이폰으로 교통카드 이용은 불가능하다.

◈ 애플스토어 입점 연기, 더 나은 사후 지원도 연기

애플스토어 개점 일정도 미뤄졌다. 원래 12월에 문을 여는 걸로 알려졌지만 공사 지연으로 2달 연기됐다고 한다.

애플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애플스토어(Apple Store)가 진출하면 애플스토어에서만 제공하는 서비스들도 함께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많은 애플 소비자가 유난히 애플스토어 입점을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애플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직영 서비스센터 '지니어스바(Genius Bar)'다. 지니어스 바는 전문적인 인력이 소비자에게 일대일로 기술 지원과 사후 지원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국내에 지니어스 바가 들어오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서비스가 보장된다.

애플 소비자가 기다리는 또 다른 서비스는 '애플케어플러스(Apple Care+)'라는 상품이다. 애플케어플러스는 북미 기준 199달러(약 21만 원)짜리 보험 상품이다. 이 상품은 아이폰 보증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준다. 애플케어플러스는 무엇보다 소비자 과실로 침수나 손상가 발생해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수리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들이 애플스토어와 함께 한국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 아이폰X를 구매해도 지니어스 바나 애플케어플러스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애플스토어가 한국에 정식 개장한 후 더 나은 사후지원이 보장됐을 때 아이폰X을 구매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카메라는 역시 아이폰이지...?

최근 들어 아이폰은 경쟁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비해 카메라 기능이 좋지 못했다.

2016년 출시된 아이폰7 시리즈 모델은 많은 아이폰 사용자를 실망시켰다.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으면 어둡게 나와 괜찮은 사진 하나 건지기 힘들었다. 밝은 곳에서는 피사체 색감을 생생하게 살리지 못해 흐리멍텅한 결과물이 나왔다.

아이폰X는 그나마 카메라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다. 일반 렌즈와 2배 광학줌 망원 렌즈로 듀얼 카메라를 갖췄다. 두 카메라 모두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이 들어가 더 좋은 결과물을 뽑아냈다.하지만 카메라에 큰 기대를 가지고 아이폰X를 덜컥 사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이폰X는 괜찮은 카메라 성능을 갖췄지만 압도적으로 다른 스마트폰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아이폰X를 주/야간, 동영상, 셀카 등 카메라 기능을 갤럭시S8과 비교했을 때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구석은 느끼지 못했다.

미국 유튜버 'SuperSaf TV'는 양대 스마트폰 카메라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아이폰X 카메라는 삼성 갤럭시 노트8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유튜브, SuperSaf TV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삼성 갤럭시 노트8 카메라가 좋은 사진과 동영상을 뽑아냈다. 특히 전면 카메라는 노트8이 월등히 좋다. 유튜브 이용자들도 대부분 갤럭시 노트8 카메라 품질이 더 좋다는 댓글을 달았다.

◈ 결국 문제는 가격

김원상 기자
김원상 기자

가격이 아이폰X 구매를 가장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이폰X는 64기가가 142만 원, 256기가가 163만 원이다. 현재 국내에서 정식 판매되는 스마트폰 중 가장 비싸다. 아이폰X 한 대 값으로 타사 중저가 스마트폰을 2대나 살 수 있다. 아이폰X를 쓰는 동안 비싼 돈 주고 살 정도로 값어치가 있냐는 질문이 꾸준히 머릿속에 맴돌았다.

앞서 11월 3일 아이폰8 시리즈가 한국에 출시됐다. 아이폰X와 같은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탑재됐고 카메라 역시 아이폰X와 큰 차이가 없다. 64기가 기준 아이폰8은 94만 원, 아이폰8 플러스가 107만 원이다. 아이폰X에 비해 약 40만 원이나 더 저렴하다.

아이폰X를 구매하기 전 아이폰을 쓰고 싶은지 아이폰X를 갖고 싶은지 확실히 판단해야 한다. 아이폰을 쓰고 싶은 것이라면 정답은 아이폰X가 아니다.

home 김원상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