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더럽다고? 의사에겐 환자 상태일 뿐” 김종대 의원에 일침 날린 남궁인

2017-11-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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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환자 배 안에 무엇이 들어있어도 호들갑 떨거나 놀라거나 자극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 남궁인 페이스북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 남궁인 페이스북

"이번 사건과 그가 행한 일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석하려는 것은, 당신 같은 '이데올로기'적인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다"

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이국종 교수를 옹호하며 김종대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 22일 남궁인 교수는 페이스북에 장문을 남겼다. 상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북한 귀순 병사의 상태를 언급한 이국종 교수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한 김종대 의원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가 들어간 문장을 읽고 저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쓰지 않으려 했으나, 도저히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에겐 범죄 행위를 재단하는 일이 한낱 쉽고 간편한 일이겠지요. 당신이 아닌...

남궁인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남궁인 교수는 "북한군 귀순, 판문점에서의 총격, 국민과 언론의 큰 관심, 이것 때문에 사회는 의사에게 그 사람의 상태를 물었다"며 "의사는 국민에게 수술 상황이나 감염 여부 등 그 환자의 상태를 소상히 알릴 수 있다"고 했다.

남궁인 교수는 김종대 의원이 문제 삼은 '기생충 감염' 발언을 두고 "그 언급은 제가 보기에 단순히 고군분투한 사람의 언어다"라며 "그(귀순병사)가 앓았던 병이나 영양 상태는 생명의 위독 상태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남궁인 교수는 "당신은 당신 배 안에 들어있는 분변이나 방금 먹은 점심이 부끄러운가"라고 반문하며 "적어도 우리는 환자 배 안에 무엇이 들어있어도 호들갑 떨거나 놀라거나 자극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그것을 직시하고 치료할 방법을 찾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보기에 기생충은 그냥 보건 의료의 미비로 인한 감염이다. 그 논지를 확장해 '북한은 더러운 나라, 혐오스러운 나라'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은 당신이 가진 사고체계를 증명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남궁인 교수는 "인권에 대한 언급, 좋다. 하지만 인권을 더 보호하고 싶은 것은 의사들이다. 일선에 선 사람을 비난할 시간에 권력이 있는 당신이 만들어가는 사회를 비난하고 그런 법이나 만들어달라"고 했다.

남궁인 교수는 '글 쓰는 의사'로 유명하다. 응급의학과 의사로 재직하는 동안 겪었던 현장경험을 토대로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등 에세이를 발간했다. 이달 초 tvN '어쩌다 어른' 강연자로 출연해 대중에게 응급실 문제를 알리기도 했다.

앞서 김종대 의원은 지난 17일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됐다"며 귀순한 북한 병사가 인격 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환자 정보를 누설하거나 부당 이용을 금지한 의료법 19조를 이국종 교수가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종대 의원은 23일 이국종 교수를 만나 충분히 사과할 것이라고 밝히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북한을 더럽고 혐오스러운 나라로 낙인찍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