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영접하지 말고 난징대학살 추도식에 가라” 문재인 대통령이 내린 지시

2017-12-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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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주중대사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착한 베이징 서우두 공항 환영행사에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샀다.

13일 국빈 방문을 위해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 이하 청와대 제공
13일 국빈 방문을 위해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 이하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주중대사에게 자신을 영접하지 말고 중국의 국가적 행사인 '난징대학살 추도식'에 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이 국빈 방중 첫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못하는 등 "외교적 홀대"를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13일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약 2시간 30분 비행 끝에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내리자 중국 군인들이 도열해 구령과 함께 거총 경례를 했다.

현지 공항 환영행사에는 우리 측에서 이숙순 재중국한국인회장, 김홍기 중국한국상회 부회장, 중국 측에서는 쿵쉬안유 외교부 아주담당 부장조리, 추궈홍 주한대사 등이 나왔다. 그런데 '현지 외교 수장'인 노영민 주중대사 모습은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샀다.

공항 환영행사에서 어린이에게 꽃다발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
공항 환영행사에서 어린이에게 꽃다발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

당시 상황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노영민 대사가 공항 환영행사 대신 난징 대학살 8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보통 해외 순방을 떠난 대통령이 현지 공항에 도착하면 해당 국가 주재 대사가 나와 영접하는 관례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노영민 대사가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영접하러 나오지 않았는데, 난징 (대학살) 80주기 행사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원래 상하이 총영사와 베이징 (주중)대사관 공사참사관이 가기로 돼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그 보고를 받고 대사가 대통령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오는 것도 중요한데, 그것보다 중국의 국가적 행사라고 하니 대사가 직접 참석해 뜻을 기리는 게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했다.

관계자는 "(이런 지시를 받고) 대사가 공항 영접에 나오지 않고 난징 행사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중일 전쟁 당시 중국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중국인 약 30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추도식은 매년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서 열린다. 이날 추도식에는 시진핑 주석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 국빈 방중 첫날 시진핑 주석이 수도 베이징을 비우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외교적 홀대"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보통 외국 정상이 국빈 방문하면 외교적 관례상 첫날에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이 열린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국빈 방중 둘째 날인 오는 14일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한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