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라도 잡고 싶은 심정” 홍대 거주지 침범한 파티룸에 고통받는 주민들

2018-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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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집에 가는 길에 숨이 턱턱 막혀요. 그 소음은 당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바라본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진입니다) / 뉴스1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바라본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진입니다) / 뉴스1

"요즘엔 집에 가는 길에 숨이 턱턱 막혀요. 그 소음은 당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진짜 머리채라도 잡고 싶다니깐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빌라에 살고 있는 임모(여·27) 씨는 주말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래층에 들어선 '파티룸' 때문이다.

파티룸은 말 그대로 파티를 하라고 대여해주는 공간이다. 브라이덜 샤워나 생일 파티같은 다양한 파티들이 열린다. 저녁부터 익일 오전까지 사용이 가능해 '올나잇파티'를 즐기려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임 씨는 주말마다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집 아래층 파티룸을 찾는다고 했다. 대부분 저녁 6~7시 정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파티룸을 이용하는 고객들이라고 했다.

파티장소에 오는 소음을 견디다 못해, 임 씨는 집주인과 파티룸을 차린 세입자에게 수차례 항의했다. 돌아오는 답은 "어쩔 수 없다"는 게 다였다.

임 씨는 "결국 매주 주말마다 파티룸을 찾는 새로운 손님들과 씨름해야 되는 건 저"라며 "집 계약 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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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홍대 인근에는 이런 '파티룸'이 급격하게 늘었다. 관광객들은 물론 2~30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인 만큼 고객을 유치하기가 쉽다는 이점이 있다. 한 공간대여 사이트에 등록된 서울 마포구 소재 파티룸만 수백 개에 이른다.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울 홍대 인근 파티룸들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울 홍대 인근 파티룸들

문제는 세입자가 자신이 살 것처럼 일반 원룸을 빌린 뒤, 원룸을 파티룸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즉 파티룸이 주로 주택가에 위치하게 된다는 점이다. 소음 피해를 겪는 주민들이 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은 쉽지 않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에어비앤비 같은 경우 등록을 안 하고 '숙박업'을 할 경우 미신고 불법 숙박으로 단속할 수 있지만, 파티룸은 숙박업이 아닌 공간대여의 개념이기 때문에 단속할만한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파티룸과 관련해 발생하는 소음 민원 처리는 오로지 경찰 소관이다. 구청이나 관할기관에서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지난 4월 원룸 윗층에 생긴 파티룸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는 김모(남·30) 씨는 "경찰에 신고해도 그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경찰이 왔다 싶으면 조용해지니까 단속하러 왔다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는 경우도 많다"며 "신고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집주인 눈 밖에 날까 봐 그냥 참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파티룸 운영자들은 나름 이용자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고 항변한다. 지난 4월 홍대역 인근에 파티룸을 연 A씨는 "예약시 주의사항으로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경우 제재 및 퇴실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며 "민원이 발생하면 손님에게 전화해 규정을 다시 안내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한 파출소 관계자는 "소음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을 나가긴 하지만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주의를 주고 오는 정도"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거주 지역에 생긴 파티룸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연을 찾아볼 수 있다. / 네이버 지식in
온라인상에서도 거주 지역에 생긴 파티룸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연을 찾아볼 수 있다. / 네이버 지식in

파티룸은 그야말로 법망 밖에 있다. 대부분 개인이 원룸이나 전월세방을 빌려 파티룸으로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별도의 등록절차가 필요 없다.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지만, 10곳 중 2~3개 업체만이 사업자등록증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현법률사무소 김종현 변호사는 "주거 공간을 어떤 용도로 쓰는지는 개인의 자유다. 집을 빌려주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한다면 탈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밤새 영업을 하는 파티룸을 매일 운영한다면, 단순한 임대업이 아닌 숙박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숙박업으로 분류되면 등록 절차와 공중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규제를 받지만, 현재로서는 파티룸이 일종의 자유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티룸은 숙박업은 아니지만 밤을 새는 건 가능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파티룸들은 대부분 '낮 패키지'와 '밤 패키지'를 나눠서 운영한다. 주력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밤 패키지'를 이용하면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파티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자칫 파티룸의 탈을 쓴 숙박업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월까지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파티룸을 운영했다는 황모(남·33) 씨는 "대부분 파티룸들이 '숙박 관련 용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를 붙여두지만, 사실상 밤에 파티룸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다음날까지 숙박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황 씨는 "손님들 편의를 위해 침구류를 몰래 비치해두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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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지만, 현재 얼마나 많은 파티룸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관할기관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파티룸'을 관할하는 부서가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한 민원이나 불법 영업이 발생한다면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