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항의했더니 돌아온건 사실상 해고” 용인 호텔 뷔페업체 고발한 직원들

2018-10-12 18:20

add remove print link

용인 한 호텔 식당직원 22명, 임금체불 항의하며 파업
직원들 고용한 뷔페업체는 다른 직원 채용해 식당 계속 운영...“사실상 해고”

이하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이하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용인 한 호텔 식당에서 외주 뷔페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직원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파업에 나섰다. 하지만 업체는 기존 직원들 대신 다른 직원들을 채용해 식당에서 계속 영업하는 '배짱'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억울하게 임금체불된 사회초년생 좀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사람은 호텔 식당에서 일했던 B뷔페업체 전 직원 김 씨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김 씨는 B업체 소속으로 지난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일했다고 했다. 처음 두 달 치는 월급이 들어왔지만 지난달 5일에 들어왔어야 할 8월달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다. B업체 대표는 '다음날에 지급될 것'이라며 하루하루 약속을 미루기만 할 뿐 지키지 않았다.

뿔난 직원들은 지난달 14일 대표와 마주 앉아 급여 정산을 요구했다. 당시 대표가 약속했던 17일에도 급여가 들어오지 않자 파업을 선언하고 해당 임금체불 내용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 파업하니 다른 직원 채용?..."사실상 해고"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문제는 B업체가 파업을 선언한 직원들 대신 다른 직원들을 고용해 영업을 버젓이 다시 시작한 것이다. 경기일보는 지난 19일 B업체가 숙박객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키트리 취재 결과 해당 호텔 식당은 약 3주가 지난 12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운영 중이다.

김 씨는 위키트리에 "저희는 사실상 해고가 된 셈"이라며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존 적금도 해지해야 했다"라며 어려운 생활을 호소했다.

영업부 대리 박모(26) 씨는 "저희가 월급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급여가 안 들어오다 보니까 많이 힘들다"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라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그는 "임금을 못 받은 22명 중 절반 정도가 20대다. 학교에서 나온 실습생들도 있는데 그 실습비 얼마 되지도 않는 돈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받아야 하는 임금은 약 4500만 원에 달한다.

박 씨는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리고 임금체불 문제가 밝혀지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밖에 안 된다. 그래서 사업주들이 (임금을 체불해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법이 강화돼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사업주들이 심각성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촉구했다.

◈ 운영도 불법... 관할구청 "행정처분 절차 중"

B업체 운영이 '불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씨는 청원글에서 "B업체는 지금 영업신고증도 등록하지 않았고, 사업자등록증 또한 본인이 운영하는 다른 지역 사업장의 사업자등록증을 가져와서 이 곳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라며 "이런 불법 영업도 문제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호텔 식당 사업주로 등록된 곳은 B업체가 아니라 B업체 이전에 호텔에 고용됐던 A업체다. 원칙대로라면 A업체가 폐업신고를 하고 B업체가 신규 등록을 하거나 영업자 양도·양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B업체는 양수도 과정도 거치지 않았고, 폐업 후 신규 등록을 하지도 않았다.

관할구청은 위키트리에 "지난달 20일~21일 정도에 신고가 들어와서 저희도 현장조사를 나갔다. 현재 행정절차를 밟는 중이다. 지금은 B업체의 의견 제출 기간"이라고 밝혔다.

행정절차상 B업체가 불법영업하는 것을 중단시킬 수 있기까지는 지지부진한 과정이 필요하다. 오는 26일까지 B업체가 의견을 제출하면 당국은 또 다시 기한을 정해 시정을 명령한다. 기한이 지나도 시정 조치되지 않을 경우에야 비로소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그 사이 B업체는 호텔에서 태연하게 영업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직원들을 대표하는 영업부 부장 박기성 씨는 위키트리에 "(B업체는) 근로계약서도 안 썼고 쓰자는 얘기도 없었다. 저는 4대보험 들어달라고 했는데 확인해보니 가입돼있지도 않더라"라고 말했다.

박기성 씨에 따르면 B업체 대표는 노동청 감독관을 통해 12일까지 밀린 임금 지급을 약속했다. 현재 12일 오후 6시 기준 대표는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