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주고등법원에서 귀를 의심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나왔다

2019-07-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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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여성 가슴 만지면 성추행이고 60대여성 가슴 만지면 아니다?
법원 “피해자 사회경험 많은 60대여서 성적 수치심 크지 않아”
“성경험 없거나 적은 여성들만 적합한 성추행 피해자냐” 반발

왼쪽 광주고등법원 사진은 광주고법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고, 오른쪽 여성의 사진은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왼쪽 광주고등법원 사진은 광주고법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고, 오른쪽 여성의 사진은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택시기사를 성추행한 초등학교 교감을 교육청이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황당한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피해자가 60대 여성이란 점을 들어 성적 수치심이 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7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광주고법 행정1부(최인규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초등학교 교감 A씨가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항소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해임처분을 취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9월 9일 자정쯤 택시 뒷좌석에 타고 광주 서구 도로를 지나던 중 운전석에서 운전하던 여성 기사 B씨의 가슴을 만지고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같은 해 10월 광주지검으로부터 보호관찰 선도위탁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A씨를 해임 처분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사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 윤리와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고려할 때 징계 기준이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만취해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피해자가 즉시 차를 정차하고 하차를 요구해 추행 정도가 매우 무겁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추행을 신고하려던 것이 아니라 경찰 도움을 받아 하차시키려 했다'고 진술했고 A씨와 원만히 합의했다"며 "피해자가 사회 경험이 풍부한 60대 여성인 점, 진술 내용을 볼 때 피해자가 느낀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광주 여성민우회는 이날 논평을 발표해 "교감이 만취한 상황을 참작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에는 술에 관대한 한국 사회의 문화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사회경험이 풍부한 67세의 여성인 점, 피해자가 느낀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판결문 문구엔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광주 여성민우회는 "법원이 판단하기에는 성 경험이 없거나 적은 아동과 청소년, 20대 여성들만 적합한 성추행 피해자이냐"며 "성인지 감수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대법원의 의지와 사회 흐름과도 맞지 않은 부적절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