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예법 어디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없다…설 차례상 '이렇게'만 차리세요
2025-01-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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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례는 간소함이 본래 모습
안성문화원이 말하는 설 차례상 차리는 법
안성문화원이 설 명절을 맞아 간소하면서도 전통을 지킬 수 있는 ‘슬기로운 설 차례 생활’ 안내서를 제작해 배포 중이다.

이 안내서는 차례를 준비하며 고민하던 시민들의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내서는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의 간소화된 차례 방식에 기반해 제작됐다.
예법과 설문조사 결과를 두루 고려해 제작된 안내서는 복잡한 절차와 품목 대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차례상 차리는 법이 그림으로 담아 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차례와 제례의 차이부터 공수법, 큰절하는 방법까지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명절마다 눈치 보며 배우던 전통 예절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지방 쓰는 법에 대한 안내가 돋보인다. 한자와 한글로 작성된 템플릿을 함께 제공해 출력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지방 작성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안내서에 따르면 차례는 설날과 추석과 같은 명절에 지내는 것이고, 기제는 조상이나 부모가 돌아가신 날에 지내며 차례에는 송편이나 떡국 등의 명절음식을 올리고 시제와 기제에는 밥과 국을 올린다.
차례는 약식이므로 한 번만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지 않는다. 시제와 기제는 반드시 세 번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는다.
또한 예법을 다룬 문헌에 홍동백서, 조율이시라는 표현은 없다고 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제사에 제물을 차려 놓는 순서로 붉은 과실은 동쪽에, 흰 과실은 서쪽에 둔다는 것이다. 또한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감으로 제사나 차례에 올리는 과실을 뜻한다.
흔히들 이런 원칙을 근거로 제사상을 차릴 때 꼭 지켜야 하는 규범으로 여기고 있지만 유교 예법 어디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의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과일의 경우 4~6가지를 편하게 놓으면 된다.
또한 안내서에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그만 두어도 된다고 설명한다. 전을 부친다면 육적, 어적, 소적, 육전, 어전 모두 가능하다고 말한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집도 있고 차례를 지내지 않고 바로 성묘하는 곳도 있다. 이 부분은 가족이 논의해서 정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박석규 안성문화원장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간소화된 차례를 지내고자 하는 분들의 고민을 덜기 위해 이번 안내서를 준비했다”며 “설 명절이 가족 간 화목을 다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안내서는 안성문화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