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투자하는 한국인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025-01-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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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AI 쇼크에 엔비디아 주가 17% 폭락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7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AI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2.47포인트(3.07%) 급락한 19,341.83으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88.96포인트(1.46%) 하락한 6,012.28을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9.33포인트(0.65%) 오른 44,713.58로 마감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 개발 소식은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AI 관련 과잉투자 우려를 부채질하면서 기술주 전반에 매도세를 불러왔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딥시크의 AI 모델에 대해 "고성능 칩과 방대한 컴퓨팅 파워, 막대한 전력에 의존하는 현행 AI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혁신적 파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즉각적으로 제기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AI 산업의 기존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AI 주도주이자 'AI 붐'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엔비디아는 이날 17% 급락하며 나스닥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순위도 1위에서 단번에 3위로 떨어지며, 4위 아마존(2조4550억 달러)에 추격당하는 상황이 됐다. 엔비디아 외에도 브로드컴이 17.4% 하락하며 큰 폭의 낙폭을 기록했다. 오라클(-13.8%), 슈퍼마이크로컴퓨터(-12.5%), 마이크론 테크놀로지(-11.7%) 등도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9.4% 급락하며 반도체 업종 전반의 약세를 확인시켰다.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했던 전력 인프라, 원전, 발전업체들도 전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급락했다. 비스트라 에너지는 28.3% 하락했고, 미국 원자력 에너지 1위 업체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20.9%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2.1%), 알파벳(-4%) 등 AI 분야를 선도하는 빅테크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그동안 AI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애플은 이날 3.2% 상승하며 유일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기술주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투자금이 경기순환주로 이동한 데다, 채권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다른 업종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자금을 완전히 빼지 않고,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부동산 등 방어주로 순환매를 하는 것을 보고 고무됐다"고 말했다.
딥시크의 혁신적 AI 모델 개발 소식은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자거래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53%로 전 거래일 대비 9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됐다.
또한 딥시크의 기술 혁신으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0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42달러(-1.09%)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73.17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49달러(-2.0%) 내렸다.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 소식은 단순히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넘어, AI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고비용·고에너지 소모형 AI 모델에 의존해온 기존 빅테크들에 큰 도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기술주에서 벗어나 방어적 성향의 주식으로 자금을 이동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