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만드는지 알면 맛있는 게 아니라 섬뜩해질 수도 있는 딸기맛 밀크셰이크

2025-02-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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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가지 넘는 첨가물 포함... 화학 실험실에서 탄생한 초가공식품”
“비스킷·포장시리얼·케이크·크루아상·과자류 등이 대표적 초가공식품”

한 외국 제조업체가 만든 딸기맛 밀크셰이크 파우더. 해당 제품의 재료는 설탕, 크리머, 탈지분유, 말토덱스트린, 소금, 향료, 착색제, 이산화규소 등이다. 딸기는 안 들어 있다.
한 외국 제조업체가 만든 딸기맛 밀크셰이크 파우더. 해당 제품의 재료는 설탕, 크리머, 탈지분유, 말토덱스트린, 소금, 향료, 착색제, 이산화규소 등이다. 딸기는 안 들어 있다.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가 신간 ‘매직필(Magic Pill)’에서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으로 초가공식품을 지목하면서 초가공식품이 얼마나 해로운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작 ‘도둑맞은 집중력’이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침해하는 과정을 분석한 하리는 ‘매직 필’에서 식품 산업이 만들어낸 ‘구조적 질병’인 비만과 그 해법을 탐구한다. 특히 그는 비스킷, 포장 시리얼, 케이크, 크루아상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들이 인체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을 경고하며, 이들 식품이 단순한 영양 문제를 넘어 사회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포장 시리얼도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이다. / 픽사베이
포장 시리얼도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이다. / 픽사베이

하리는 현대인의 식탁을 점령한 초가공식품이 “화학 실험실에서 탄생한 조합”이라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딸기 맛 밀크셰이크는 실제 딸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50여 가지 화학물질로 인공 향을 구현하며, 이 과정에서 첨가되는 설탕, 지방, 소금은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계산된 양으로 투입된다. 식품 기업들은 유통 기한을 늘리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향료, 방부제, 착색제, 유화제 등 6000가지 이상의 첨가물을 사용한다. 이는 과거 자연식품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식품 공학’의 산물이다.

특히 그는 ▲비스킷 ▲포장 시리얼 ▲케이크 ▲크루아상 ▲과자류 ▲인스턴트 식사 ▲탄산음료 등을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으로 꼽는다. 이들 음식은 공통적으로 정제된 탄수화물과 고농도 당류, 화학 첨가물로 구성돼 있으며, 소비 시 포만감 신호를 교란시켜 과식을 유도한다. 하리는 “이런 음식들은 먹을수록 더 먹고 싶게 만드는 악순환을 설계한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밀가루, 버터, 설탕으로 만드는 비스킷과 달리 현대식 비스킷은 팜유, 고과당 옥수수 시럽, 인공 향료가 대량으로 사용된다. 이는 혈당을 급격히 올려 식후 허기감을 빠르게 재촉하며,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하리는 “비스킷 한 조각에 들어간 설탕 양이 하루 권장량의 3분의 1을 넘는다”고 설명한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광고되는 포장 시리얼은 대부분 글루코스 시럽과 인공 색소로 가공된다. 특히 어린이용 제품은 캐릭터 마케팅을 통해 유혹하며, 하리는 “이들 제품의 당 함량은 초콜릿 바와 맞먹는다”고 경고한다. 또한 과일 향을 강조하는 시리얼도 실제 과일 성분은 전무한 경우가 많다.

베이커리에서 파는 케이크와 크루아상은 버터 대신 값싼 마가린과 트랜스지방을 사용해 제조비용을 절감한다. 이들 지방은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또한 크루아상의 겉면에 발라지는 광택제는 소비자의 시각적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화학물질로 처리된다.

즉석 섭취가 가능한 라면, 냉동 피자 등엔 나트륨과 방부제가 과다하게 포함돼 있다. 하리는 “한 끼 인스턴트 식사로 하루 나트륨 섭취량의 80%를 채울 수 있다”며 이로 인한 고혈압과 신장 질환 위험을 우려한다.

자연식품은 섭취 후 위장에서 천천히 분해되며, 뇌에 포만 신호를 전달해 적정량에서 식사를 멈추게 한다. 반면 초가공식품은 빠른 흡수를 위해 구조가 단순화됐고, 혈당을 순간적으로 치솟게 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 이는 당뇨병과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화학 첨가물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해 음식에 대한 갈망을 증폭시킨다. 하리는 “이런 음식들은 마약과 유사하게 도파민 분비를 유발해 중독성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매직 필’은 최근 각광받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오젬픽, 위고비 등)의 등장 배경을 식품 산업의 실패에서 찾는다. 하리 자신도 오젬픽을 복용해 16.5kg을 감량했지만 메스꺼움과 변비, 심박수 증가 등 부작용을 경험했다. 그는 “이들 약물은 포만감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지만 근육량 감소, 췌장암 위험 증가 등의 문제를 동반한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재증가한다는 점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체중 유지를 위해선 평생 복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하리는 비만을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의 결과로 본다. 그는 “초가공식품을 학교와 병원에서 퇴출하고 신선한 농산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규제 강화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2018년 당류 세를 도입해 음료 회사들이 제품의 설탕 양을 20% 이상 줄이도록 유도한 사례가 있다.

개인 차원에선 ▲가공 지표가 4단계 이상인 식품 피하기 ▲식품 라벨의 성분표 읽기 ▲가정에서의 요리 습관 기르기 등을 제안한다. 특히 그는 “자연식품으로 된 한 끼가 초가공식품 10끼보다 건강에 유익하다”며 식습관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리는 식품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소비자의 중독성을 유발해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마케팅을 통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표적 공략을 하며, 건강에 해로운 제품을 ‘편리함’과 ‘행복’으로 포장한다. 그는 “이들의 전략을 막지 않으면 비만과 대사 질환은 더욱 확산할 것”이라며 경고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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