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알리는 대표적 해산물…한국에선 회가 인기이지만 일본에선 알에 환장한다는 생선

2025-03-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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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엔 도미회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식감 자랑

숭어 자료 사진.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숭어 자료 사진.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회로 즐겨 먹는 광어와 우럭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체 횟감 중 하나로 숭어가 주목받는 계절이다. 봄에는 도다리, 여름에는 민어, 가을엔 전어가 있다면 겨울에는 방어가 생각나지만 숭어도 빠질 수 없다.

서울의 한강 하류에서 산책하다 보면 오후 늦게 밀물이 빠르게 밀려들면서 한강 물살이 역류하는데 숭어도 같이 바다에서 거슬러 올라온다. 숭어는 바닷고기지만 민물을 좋아해 바다에서도 강이 가까운 하구에서 가장 잘 잡힌다.

숭어의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로, 겨울부터 봄까지 긴 기간 동안 즐길 수 있다. 숭어는 제철에 즐기면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맛은 뛰어나 가성비 좋은 생선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보리숭어라고 불리는 '숭어'와 참숭어라 불리는 '가숭어' 두 종류의 숭어가 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징이 명확하고 제철이 서로 다르다.

가숭어와 숭어는 딱 2~3월을 기점으로 제철을 바통 터치한다.

가숭어는 12월 찬 바람이 불 때부터 살이 통통하게 찌고 기름기가 차기 시작한다. 그리고 3월 산란기가 되면 모든 영양소를 다 알로 보내기 때문에 살이 빠지고 맛이 덜해진다.

이쯤부터 먼바다에서 산란기를 보내고 세찬 물살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먹이 활동을 열심히 한

숭어의 제철이 도래한다. 즉 봄에 맛있는 어종은 숭어이고, 겨울철에 맛좋은 건 가숭어인 셈이다.

숭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 예방에 좋다. 비타민 B군이 풍부해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난중일기'에 이순신과 수군들이 먹었다는 기록이 종종 나온다. 숭어는 예로부터 수군에게 매우 유용한 식량자원으로 활용됐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숭어회 자료 사진. / 유튜브 채널 '푸드박스'
숭어회 자료 사진. / 유튜브 채널 '푸드박스'

몸에 좋은 영양소가 다량 들어있는 숭어는 도미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식감이 좋고 맛도 뛰어나 주로 한국에서 회로 먹는다. 숭어회는 미더덕과 더불어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해산물 취급을 받는다.

어획량이 많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예전부터 서민의 횟감으로 사랑받아 왔다. 지방이 많은 편이지만 아주 풍부하지는 않아서 농후한 풍미는 없다. 하지만 제철 숭어는 마치 사과를 베어 무는 듯한 사각거리는 식감을 자랑하는데, 이는 어지간한 고급 횟감에서도 느끼기 힘들 정도다.

쫄깃한 숭어회는 아삭한 묵은지에 싸서 먹으면 더욱 좋다. 생선 비린내랑 흙 내음도 잡아주는 탓이다.

흔히 '숭어밤'이라고 부르는 숭어의 위도 별미 중 별미이다. 단단한 식감이 인상적이며 내장임에도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닭의 근위(똥집)를 생으로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훨씬 더 치감이 쫄깃하다.

회로 거의 소비되기에 볼 일이 없지만 가볍게 염장을 해서 말린 숭어도 맛이 좋다. 숭어는 살에 수분이 많아서 생물을 그대로 익히면 살이 풀어지는 느낌을 주지만 말리면 이런 느낌이 없어진다. 말리는 과정에서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의 함량도 늘어난다.

영암 숭어 어란. / 목포MBC
영암 숭어 어란. / 목포MBC

숭어를 가공한 상품 중 특이한 것으로 어란이 있다. 산란기 숭어는 알집이 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알이 큰데, 이 알집을 터지지 않게 꺼내서 가공한 것이다. 알집을 무거운 돌로 누르고 매일 기름을 발라가며 말리는데, 만드는 데 1달 이상 걸리는 등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손도 많이 가서 매우 비싼 가격에 팔린다. 전남 영암, 무안 등 서남해안 쪽 어란이 품질이 좋다고 한다.

숭어알을 절여 말린 카라스미(カラスミ)는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고노와다(해삼 내장), 우니(성게알)와 함께 3대 진미로 꼽는 귀한 음식이다. 고가로 인해 일반 가정에서는 접하기 힘들고 주로 특별한 행사나 고급 요리에서 사용된다.

'카라’는 ‘좋은’, ‘비싼’을 의미하고 ‘스미’는 ‘먹’이란 뜻이다. 완성된 카라스미가 먹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유튜브 채널 '얌야미'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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