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별 생각 없이 먹는데... 외국서는 사람 만나기 전엔 안 먹는 나물
2025-03-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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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봄을 대표하는 그 식재료
달래는 외떡잎식물 백합과(혹은 수선화과로 분류되기도 함)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부추나 마늘과 같은 속에 속한다. 크기는 작다. 높이가 5~12cm 정도에 불과하고, 잎은 길이 10~20cm, 폭 3~8mm 정도로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이다. 땅속에는 구형이나 난형의 작은 비늘줄기가 있고, 그 아래로 수염뿌리가 뻗어 있다. 4~6월경에는 5~12cm 정도의 꽃대 끝에 흰색이나 붉은색의 작은 꽃이 12개씩 핀다. 열매는 삭과로 작고 둥글다. 씨앗 대신 주아(꽃이 진 자리에 생기는 작은 구근)를 통해 번식하는 경우가 많다. 독특한 매운맛과 향을 가진 향신채다. 이 맛은 마늘에도 들어 있는 ‘알리신’이란 성분에서 비롯된다. 봄철에 주로 채취되지만, 최근에는 하우스 재배로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게 됐다.
달래는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유역 등 동아시아 지역의 산과 들에서 자생한다. 한국에서는 충남, 강원, 경기, 황해, 함남 등 전국의 산야에 널리 분포하며, 요즘엔 온상 재배로 이른 봄이나 겨울에도 공급된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흔히 먹는 달래는 ‘산달래’로 분류되고, 상대적으로 수가 적어 잘 먹지 않는 종은 ‘들달래’로 등록돼 있다. 이는 과거 식물 조사에서 이름이 잘못 붙여진 결과로 보인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야생 달래는 이른 봄에 돋아나지만, 수요가 늘면서 재배종이 시장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재배종이라 해도 씨를 거의 맺지 않아 품종 개량이 어렵기 때문에 야생 달래와 거의 동일하다.
한국에서는 달래를 봄나물로 즐기는 전통이 깊다. 주로 생으로 무쳐 먹거나, 살짝 데쳐 초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된장찌개에 맨 마지막에 넣어 향긋한 봄맛을 더하기도 하고, 장아찌로 만들어 밑반찬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달래간장’은 대표적인 달래 레시피다. 달래 100g을 깨끗이 씻어 잘게 썰고, 간장 2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다진 마늘 약간을 넣어 버무리면 완성된다. 이 간장은 밥에 비벼 먹거나 고기와 쌈장에 곁들이면 밥도둑이 된다.
또 다른 요리로는 ‘달래무침’이 있다. 달래 200g을 데쳐 물기를 짜고, 간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멸치액젓 1작은술,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양념해 무치면 매콤하고 향긋한 나물이 된다.
‘달래장떡’은 달래와 밀가루 반죽을 섞어 얇게 부친 전이다. 달래 50g, 밀가루 1컵, 물 적당량, 소금을 넣고 반죽해 기름 두른 팬에 부치면 간단하면서도 맛있다. 볶음 요리로는 ‘주꾸미 달래볶음’을 추천한다. 주꾸미 300g과 달래 100g을 고추장, 간장, 마늘, 설탕으로 양념해 볶으면 매콤한 봄철 별미가 된다. 이 외에도 달래를 샐러드, 냉채, 튀김, 조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다.
외국에서는 달래를 직접적으로 먹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등지에서는 달래가 정원에 나는 없애기 힘든 잡초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 자생하는 야생 마늘이나 양파류는 한국의 달래와 다르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채취해 먹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식재료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달래가 마늘과 비슷한 취급을 받아 냄새 때문에 다음 날 사람을 만날 일이 없을 때나 먹을 정도로 꺼려진다. 한국에서는 그냥 매콤한 나물 정도로 여겨지지만, 사실 달래는 마늘과 마찬가지로 냄새가 독한 편이다. 한국인들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매 끼니마다 먹다 보니 달래 냄새가 묻혀 신경 쓸 일이 없지만, 마늘 냄새에 민감한 문화권에서는 달래 역시 피해야 할 음식으로 분류된다. 일본에서는 달래를 생으로 먹기보다는 된장국에 살짝 넣거나 나물로 데쳐 먹는 경우가 간혹 있다.
달래의 영양성분과 효능은 주목할 만하다. 달래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100g당 약 40~50mg을 함유한다. 이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 이상을 충족할 정도로 높은 수치다. 비타민 C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피로 회복을 돕는다. 또한 칼슘 함량이 높아 뼈 건강에 좋고,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 산성화를 막아준다. 파나 마늘은 산성 식품인데 반해 달래는 알칼리성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철분도 풍부해 빈혈 예방에 기여하며, 비타민 A와 식이섬유도 소량 포함돼 눈 건강과 소화를 돕는다. 특히 알리신 성분은 매운맛과 향의 원천인데, 이는 항균 작용과 혈액 순환 개선, 원기 회복, 자양강장 효과를 가져온다.
한방에서는 달래의 비늘줄기를 ‘소산’이라 해 여름철 배탈, 복통, 종기, 벌레 물림 치료에 사용한다. 협심통에는 달래를 식초와 끓여 복용하고, 타박상에는 밀가루와 반죽해 붙이며, 종기에 태운 달래를 붙이면 부기를 빼고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장카타르, 불면증, 보혈약으로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고, 독벌레 물림에도 찧어 붙이면 해독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달래의 항산화 효과와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도 확인됐는데, 2014년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에 따르면 달래 추출물이 HaCaT, HepG2, HCT116, PC3 세포에서 암세포 억제 효과를 보였다. 향기 성분 분석에서는 탄화수소와 유기산이 높게 나타났고, 총 42개의 향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가열하면 비타민 C 등 영양소가 손실되므로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달래는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릴까? 쌀밥과는 기본적으로 궁합이 뛰어나다. 달래간장을 얹은 밥은 간단하면서도 중독적인 맛을 낸다. 고기, 특히 삼겹살이나 불고기와 함께 쌈장 대신 달래간장을 곁들이면 매운맛이 고기의 기름기를 잡아줘 조화를 이룬다. 해산물과도 잘 맞는데, 달래를 넣은 꼬막무침이나 오징어 냉채는 봄철 입맛을 살린다. 된장찌개나 국물 요리에 마지막에 넣으면 향이 살아나며, 두부와 함께 조리하면 담백함과 매운맛이 어우러진다. 젓갈과도 잘 어울려 달래를 넣은 양념장은 쌈이나 나물에 곁들이기 좋다.
달래 손질은 간단하다. 먼저 흐르는 물에 뿌리 부분의 흙을 깨끗이 씻는다. 수염뿌리는 잘라내고, 겉껍질이 더러운 경우 살짝 벗겨낸다. 잎이 너무 길면 먹기 좋게 5~7cm로 자르고, 데쳐서 사용할 경우 끓는 물에 10~20초만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생으로 먹을 때는 씻은 뒤 물기를 털어내고 바로 사용하면 된다.
보관할 땐 씻지 않은 상태로 키친타월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고 냉장고 채소칸에 두면 사느흘 정도 신선하게 유지된다. 씻은 달래는 물기를 제거한 뒤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하루나 이틀 안에 먹는 게 좋다. 오래 보관할 경우 향과 맛이 떨어지니 달래간장이나 장아찌로 만들어 두고 며칠 내 먹는 것을 추천한다. 냉동 보관은 추천되지 않는다. 해동 후 질감과 향이 손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