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때문에 '대망신' 당한 한국 축구…결국 33억 들여 긴급 복구 결정

2025-03-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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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정말 창피하다. 선수들도 부상 위험 높아지고,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넘어져"
선수들 분노한 한국 축구 경기장 부실 잔디, 33억 원 들여 긴급 복구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부실한 잔디 상태가 국제적인 망신을 사자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결국 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긴급 복구에 나섰다.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경 / 뉴스1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경 / 뉴스1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9일 FC서울의 다음 홈경기 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에서 세계적인 스타 제시 린가드가 잔디에 걸려 넘어지고, 이후 SNS를 통해 잔디 상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문제가 국제적으로 확산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한국 축구의 성지로 불리지만, 최근 움푹 파인 잔디로 선수들과 팬들의 거센 원성을 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제시 린가드는 지난 3일 경기 도중 울퉁불퉁한 잔디에 발목이 걸려 넘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겪었고, 그 모습이 전 세계로 퍼지며 한국 축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FC서울의 미드필더 기성용도 최근 축구 유튜브 채널 '이스타티비'를 통해 국내 축구경기장 잔디 관리 실태에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기성용은 영국 버밍엄시티 훈련장의 잔디를 보며 "이렇게 좋은 잔디에서 훈련하고 너무 부럽다. 사실 한국 선수들은 안타깝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80억 원을 벌어 2억 원을 (잔디에) 쓴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그게 말이 안되는 거다. 내가 선수라도 당장 이렇게 좋은 잔디에서 축구화 신고 뛰고 싶을 정도다. 이거 꼭 내 달라, 생각해보니 너무 열받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대표 레프트백 출신 김진수도 경기 후 "정말 창피하다. 선수들도 부상 위험도가 높아지고,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넘어진다. 공을 차려고 하면 잔디가 밀린다. 이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K리그1 FC 서울에서 함께 뛰고 있는 기성용과 린가드 / 뉴스1
K리그1 FC 서울에서 함께 뛰고 있는 기성용과 린가드 / 뉴스1

잔디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대한축구협회는 A매치마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원래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전과 요르단전이 각각 고양과 수원으로 장소가 변경된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FC서울 소속 요르단 국가대표 야잔 알아랍은 "지금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결국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황을 알기 때문에 경기장을 옮긴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이러한 사태에 대응해 대대적인 잔디 복구 작업을 진행한다. 우선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잔디 중 2,500㎡ 이상을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고, 5,900㎡ 면적에 대해선 배토 및 잔디 파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11억 원이었던 예산을 3배로 늘린 33억 원을 투입해 교체용 잔디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선진 장비도 도입한다. 교체가 가능한 잔디는 전년 대비 3배 가량 많은 1만2,500㎡를 확보했는데,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총 잔디 면적(8,740㎡)의 1.4~1.5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또한 해외 유명 경기장에서 사용 중인 선진 장비도 새로 들여온다. 여름철 잔디 생육에 필요한 통풍, 공기 순환 역할을 하는 쿨링팬을 현재 고정식 8대에서 이동식과 포그 등 5대를 추가로 마련하고, 부족한 일조량 문제를 해결할 인공 채광기, 배수불량 토양을 개선하는 에어 에어레이터 등도 새로 갖출 예정이다.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장 관계자가 잔디를 보수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장 관계자가 잔디를 보수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서울시 관계자는 잔디 관리 실패의 원인으로 "올해 K리그가 지난해보다 16일 앞당겨진 역대 가장 이른 2월 22일에 시작되다 보니 사전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한파가 3월 초까지 이어지고 땅이 얼면서 잔디 뿌리내림과 생육이 불량해 곳곳에 들뜸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설공단 측은 "올해 프로축구 조기 개막에 따른 예상 문제 등을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일정 조율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한지형 잔디(생육적온 15~24℃)를 사용하고 있어 2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경기 일정에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단기적인 복구 외에도 중장기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가칭 '전국 축구경기장협의회'를 4월부터 운영하고, 경기장 대관 방식도 개선한다.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은 지속하되 잔디 보호를 위해 그라운드석 제외 대관지침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종원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겨울철 잔디관리가 어려운 시기에 리그 일정이 앞당겨져 제대로 된 경기장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잔디 교체물량 대폭 확대, 선진 장비 투입 등 투자를 늘리고 리그 일정을 조율해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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