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주로 먹는데... 한국서도 "이걸 사람이 먹을 수 있어?" 말 나오는 채소

2025-03-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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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쓴맛 때문에 호불호 갈리는 한국 나물

씀바귀 / 연합뉴스
씀바귀 / 연합뉴스

씀바귀는 씁쓸한 맛이 매력적인 들나물이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서 싱그러운 잎을 내밀며 피어나는 씀바귀는 강한 쓴맛 뒤에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독특한 풍미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입안 가득 퍼지는 씁쓸함이 처음엔 낯설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깔끔한 여운이 미묘한 중독성을 선사한다. 씀바귀 특유의 쓴맛은 겨울을 지나며 땅속에 응축된 생명력이자 긴 기다림 끝에 얻는 봄의 신호다. 어려웠던 시절 밥상 위의 소박한 반찬이자 보약처럼 여겨졌던 씀바귀는 오늘날에도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특별한 식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씀바귀가 어떤 나물인지 알아봤다.

씀바귀 / 뉴스1
씀바귀 / 뉴스1

씀바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뿌리와 잎에서 나오는 하얀 즙이 쓴맛을 내는 특징이 있어 씀바귀라는 이름이 붙었다. 쓴귀물, 싸랑부리, 쓴나물, 씸배나물 등 다양한 지역별 별칭으로도 불린다.

씀바귀는 주로 들판, 풀밭, 밭 가장자리, 산지 등 햇볕이 잘 드는 낮은 해발 지역에서 자라며,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 지역의 산과 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자생력이 강해 도로 근처나 인가 주변에서도 자라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자란 씀바귀는 중금속 오염 가능성이 높아 채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씀바귀를 전통적으로 봄나물로 활용해 왔는데, 주로 3, 4월에 어린잎과 뿌리를 캐서 먹는다. 요즘이 제철이란 얘기다. 따뜻한 봄 날씨가 시작되면서 싱싱한 상태로 채취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조리법으로는 나물이나 무침이 대표적이다. 씀바귀 특유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이나 쌀뜨물에 몇 시간 담가 쓴 성분을 우려낸 다음 참기름이나 고추장, 간장 등으로 버무려 먹는다. 이렇게 하면 쌉쌀한 맛이 부드러워지면서 입맛을 돋우는 데 효과적이다. 소금물에 삭혀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고, 생즙으로 만들어 마시는 경우도 있다. 생즙은 쓴맛이 강렬하지만 건강에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성숙한 씀바귀를 건조해 진정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동의보감’ 같은 고문헌에서는 심신을 편안하게 해 항상 먹으면 좋다고 기록돼 있다.

한국과 달리 외국에서는 씀바귀를 식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드물다. 중국에서는 ‘치연고채(齿缘苦荬)’라고 부르며 주로 약용으로 사용한다. 씀바귀의 전초를 말려 해열, 소화 촉진, 염증 완화 등의 목적으로 달여 먹거나 외용제로 바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서도 야생에서 자라는 씀바귀를 나물로 먹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일본에서는 주로 지역 특산물이나 전통 요리에서 소량 활용되며, 현대 식문화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않는 편이다. 서양에서는 씀바귀가 식용 채소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쓴맛을 가진 민들레나 치커리 같은 식물이 대체재로 사용된다. 따라서 한국처럼 씀바귀를 적극적으로 요리에 활용하는 문화는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씀바귀를 키우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자생력이 강한 식물이라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자란다. 씨앗을 봄이나 가을에 뿌려 심으면 되고, 햇볕이 잘 들고 배수가 좋은 토양을 선호한다. 해발고도가 낮은 들판이나 산지에서 자연스럽게 번식하는 특성을 고려하면, 집에서도 화분이나 텃밭에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물은 토양이 마르지 않게 적당히 주고, 너무 습하지 않도록 주의하면 충분하다. 씨앗은 채취 후 건조해 보관했다가 다음 해에 심어도 되고, 뿌리째 캐서 옮겨 심는 방식으로도 번식이 가능하다.

씀바귀는 특유의 쓴맛 때문에 한국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나뉜다. 이 쓴맛은 이눌린이라는 성분에서 비롯한다. 아메리카노의 쓴맛은 애교일 정도로 맛이 쓰다. 흡사 아메리카노를 농축한 듯한 쓴맛이 난다. 누가 처음 먹어봤을지 궁금할 정도로 맛이 쓴 까닭에 예로부터 여인의 한과 비유됐다.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 이를 즐기는 이들과 거부하는 이들로 극명하게 갈린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씀바귀의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우고 봄철 떨어진 식욕을 되살리는 데 탁월하다고 느낀다. 특히 나물로 먹을 때 고추장이나 참기름과 어우러진 맛이 독특한 풍미를 준다고 평가한다. 반면 싫어하는 사람들은 데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쓴맛에 화들짝 놀란다. 어린이나 쓴맛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에서는 특히 거부감이 크다. 처음 먹으면 “이걸 어떻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게다가 씀바귀 요리는 번거롭다. 조리 과정에서 쓴맛을 줄이기 위해 물에 오래 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씀바귀는 ‘너무 귀해서 외갓집 문지방이 높아야 먹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귀한 나물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맛 때문에 기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개인의 체질 차이가 있다. 한의학에서 씀바귀는 차가운 성질을 가진 식물이다. 몸이 찬 사람은 과식하면 설사나 복통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체질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기도 한다.

씀바귀의 영양 성분은 매우 풍부하다. 100g당 탄수화물 11.2g, 단백질 2.5g, 지방 0.6g, 수분 85.8%로 구성돼 있으며, 칼로리는 39kcal로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합하다. 섬유질이 6.6g으로 풍부하고, 비타민 A(305㎍ RE), 비타민 C(8mg), 비타민 B1(0.17mg), 비타민 B2(0.09mg), 비타민 B6(0.14mg), 니아신(0.80mg), 베타카로틴(1832㎍) 등 비타민류가 다량 함유돼 있다. 미네랄로는 칼슘(69mg), 칼륨(202mg), 철분(3.9mg), 인(46mg), 엽산(16.1㎍) 등이 포함돼 조혈 작용과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비타민 A는 배추의 124배에 달하고, 항산화 성분인 토코페롤과 시나로사이드는 일반적인 항산화제보다 14배 강한 효과를 보인다.

효능 면에서도 씀바귀는 단연 뛰어나다. 먼저 섬유질과 트리테르페노이드 성분이 소화력을 높여 위장 건강을 돕고, 식욕 부진을 개선한다. 시나로사이드와 토코페롤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 방지와 항암 효과를 제공하며, 이눌린은 혈당 조절에 기여해 당뇨 예방에 좋다. 혈관 건강에도 유익한데, 항산화 성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내 노폐물을 배출해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같은 질환을 예방한다. 한방에서는 해열, 건위, 폐렴, 간염, 종기 치료제로 쓰였고, 민간에서는 황달, 속병, 음낭습진, 타박상, 외이염 등에 달인 물을 먹거나 바르는 식으로 활용했다. 차가운 성질 덕분에 체내 열을 내려 피부 염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항박테리아 효과는 5배,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는 7배에 달한다고 밝혀졌다.

씀바귀는 이렇게 영양과 효능이 풍부하지만, 그 강렬한 맛과 조리법의 번거로움 때문에 여전히 한국인들 사이에서 사랑과 외면을 동시에 받는 채소다. 봄철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식재료지만, 쓴맛을 즐기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다.

씀바귀 무침 만드는 법. / '뚝딱 마수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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