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모두 이름은 들어봤는데... 생김새와 맛은 대부분 모르는 나물

2025-03-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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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소설에 등장하는 그 나물

싱아 / '보면대박 TV' 유튜브 영상 캡처
싱아 / '보면대박 TV'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인이라면 다들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나물이 있다. 싱아. 고 박완서 소설가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그 싱아다. 이 소설의 제목에 등장하는 싱아는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작가의 유년 시절과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수를 상징하는 존재다. 싱아에 대해 알아봤다.

싱아 / '텃밭 친구' 유튜브 영상 캡처
싱아 / '텃밭 친구' 유튜브 영상 캡처

싱아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의 산지나 들판에서 자생한다. 수영, 수엉, 시엉이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언으로 불린다. 높이 1~2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삼각형에 가까운 모양을 띤다. 줄기와 잎에는 작은 가시 같은 돌기가 있어 만질 때 약간 거친 느낌이 든다. 싱아의 열매는 둥글고 작다. 익으면 검은색으로 변한다.

사람들이 먹는 건 열매가 아니라 어린 줄기와 잎이다. 줄기의 질긴 껍질을 벗기면 그 안에서 부드럽고 연한 속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생으로 먹거나 요리해 즐긴다. 맛은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박완서 소설가의 소설에서처럼 과거에는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서 누구나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나물이었지만, 요즘은 도시화와 식생 변화로 인해 눈에 잘 띄지 않게 됐다. 그래도 산에 가면 아직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드물게나마 밭 주변에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싱아의 제철은 봄에서 초여름이다. 4월부터 6월 사이가 가장 적당하다. 이 시기에 싱아의 어린 순이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다. 여름이 지나면서 줄기가 질겨지고 맛이 덜해지기에 제철에 맞춰 채취하는 게 중요하다. 과거 농촌에서는 봄철이면 산이나 들에 나가 싱아를 꺾어다가 그날그날 먹을 만큼 준비했는데, 이런 모습이 박완서 소설가의 소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설 속 화자는 고향에서 흔하게 자라던 싱아를 떠올리며 서울로 이사 온 뒤 그 풍요로움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실제로 싱아는 제철에 채취했을 때 가장 신선하고 영양가가 높기에 예전에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나물로 사랑받았다.

싱아를 요리해 먹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건 생으로 먹는 것이다. 어린 줄기를 꺾어 겉껍질을 벗긴 뒤 속살만 씹으면 새콤하고 아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소설 속에서도 싱아를 생으로 먹던 기억이 언급되는데, 이는 별다른 조리 없이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싱아가 자연 그대로의 맛을 가진 나물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생으로 먹는 걸 넘어 조금 더 손질해 먹고 싶다면 몇 가지 요리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추천하는 건 무침이다. 싱아의 어린 순을 채취해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니 30초에서 1분 정도면 충분하다. 데친 싱아를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뒤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을 약간 넣고 무친다. 새콤한 싱아와 고소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딱 좋다.

두 번째로는 싱아 장아찌를 만들어볼 수 있다. 싱아 줄기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뒤 간장 1컵, 물 1컵, 식초 반컵, 설탕 2큰술을 섞어 끓인 장아찌 국물을 식혀서 싱아와 함께 밀폐용기에 담는다. 하루 정도 숙성하면 아삭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장아찌가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싱아를 튀김으로 먹는 방법도 있다. 싱아 순을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튀김 반죽(밀가루와 물을 1:1로 섞고 소금 약간 추가)에 묻혀 170도 기름에서 바삭하게 튀겨낸다. 간단한 간장 소스나 고추장 소스를 곁들이면 색다른 간식으로 즐길 수 있다.

싱아를 먹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야생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채취 장소를 잘 살펴야 한다. 오염된 지역이나 도로변 근처에서 자란 싱아는 농약이나 중금속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깨끗한 산이나 들에서 채취한 것만 먹는 게 안전하다. 또 싱아의 줄기와 잎에 있는 작은 가시가 손을 찌를 수 있으니 채취하거나 손질할 때 장갑을 착용하는 걸 추천한다. 껍질을 벗길 때도 칼이나 손톱으로 조심스럽게 벗겨야 속살이 손상되지 않는다. 먹는 양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새콤한 맛 때문에 위장이 약한 사람은 과식하면 속이 쓰릴 수 있다. 특히 생으로 많이 먹을 경우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적당량을 섭취하는 게 좋다. 데치거나 익혀 먹으면 이런 부담이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싱아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소량으로 테스트해보는 게 현명하다. 드물긴 하지만 야생 식물에 대한 개인별 반응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싱아는 박완서의 소설을 통해 문학적으로도 의미를 갖게 됐다. 소설에서 싱아는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잃어버린 유년의 순수함과 자연의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화자가 서울로 이사 온 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며 되묻는 장면은, 사라진 고향과 과거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실제로 1930~1940년대 농촌에서는 싱아가 흔한 식재료였고, 아이들이 산에 가서 꺾어 먹던 추억의 나물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싱아를 아는 사람도, 채취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었다. 요즘은 소설 제목으로 더 익숙한 단어가 됐고, 실제로 싱아를 먹어본 적 있는 사람은 60대 이상 어르신들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산에 가면 여전히 자라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직접 찾아보고 요리해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싱아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은 연결고리 같은 존재다. 박완서의 기억 속에서 빛나던 그 나물은 이제 우리에게도 한 번쯤 되새겨볼 가치를 준다. 제철에 맞춰 싱아를 채취한 뒤 생으로든 요리로든 즐겨보면서, 그 새콤하고 시원한 맛 속에 담긴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잊혀져가는 나물이지만 이 땅에서 사라진 건 아니니까.

싱아 나물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 '니시의학 자연건강 tv' 유튜브 채널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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