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면 오히려 졸린다는 신기한 사람들, 이 병에 걸렸을 수 있다
2025-03-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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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이 진정제처럼 작용한다는 그 환자들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끔 신기한 이야기가 오간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 중 일부는 에너지 음료나 커피를 마시면 각성 대신 오히려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각성제인 카페인이 어떤 이들에게는 역설적으로 진정제처럼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다. 이러한 특이한 현상은 ADHD라는 복잡한 신경발달 장애와 카페인의 독특한 상호작용에서 비롯한다.
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다 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 장애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정신질환의 진단과 분류를 위한 국제적인 기준으로 사용된다)에 따르면 ADHD는 크게 세 가지 하위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주의력 결핍이 주된 증상인 부주의형(inattentive type), 둘째는 과다 행동과 충동성이 두드러진 과다 행동-충동형(hyperactive-impulsive type), 셋째는 이 둘이 모두 나타나는 혼합형(combined type)이다. 부주의형은 흔히 ‘조용한 ADHD’로 불리기도 한다. 이 유형의 환자는 과다 행동 없이 조용히 멍하니 있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외부로 드러나는 증상이 적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2~17세 아동 및 청소년의 9.4%가 ADHD 진단을 받았고, 성인의 경우 0.96%로 보고됐다. 2023년 뉴트리언츠(Nutrients)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2~4배 더 많이 진단받으며, 특히 소아기에는 남아가 여아보다 네 배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성인 ADHD는 과소 진단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유병률은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ADHD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헬스라인(Healthline) 보도에 따르면, ADHD는 유전적 요소가 강하게 연관돼 있으며, 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회로 이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전전두엽의 발달 속도와 이를 조절하는 뇌 영역 간 불균형이 증상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이 장애는 아동기에 주로 진단되지만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성인 ADHD 환자는 일상 계획 수립, 극단적인 신체 불안, 충동적 행동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2016년 국가 동반질환 조사(National Comorbidity Survey Replication)에 따르면, 미국 성인 ADHD 유병률은 2007년 0.43%에서 2016년 0.96%로 증가했다.
ADHD 치료는 주로 약물과 비약물적 접근을 병행한다. 헬스센트럴(Healthcentral) 보도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리탈린)나 암페타민 계열(애더럴) 같은 각성제 약물이 70~80%의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이 약물은 뇌의 도파민 수치를 높여 집중력과 충동 조절을 개선한다. 비약물 치료로는 인지행동치료(CBT), ADHD 코칭, 규칙적인 운동이 포함된다. ADHD 성인들을 지원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ADDA(Attention Deficit Disorder Association)의 보고에 따르면, 단일 운동 세션이 ADHD 증상과 뇌 기능을 즉각 개선한다고 한다. 수면 위생 개선과 균형 잡힌 식단도 증상 관리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약물 부작용이나 개인 차이로 인해 대체 치료법을 찾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서 카페인이 등장한다. 카페인은 커피, 차, 초콜릿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중추신경계 각성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향정신성 물질이다. 화학적으로 1,3,7-트리메틸크산틴(1,3,7-trimethylxanthine)으로 불리며, 뇌에서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 도파민과 글루타메이트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효과를 증대한다. WebMD에 따르면, 카페인은 도파민을 증가시켜 쾌감, 주의력, 운동 능력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하루 400mg(커피 약 4잔)까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고 FDA가 정의한다. 자연 상태에서 카페인은 커피콩(1잔에 약 95mg), 녹차(1잔에 약 30mg), 코코아(초콜릿 28g에 약 20mg), 콜라나무 열매에서 추출된다. 에너지 음료에는 인공적으로 첨가된 카페인이 1캔(250ml)에 80~150mg 들어간다.
ADHD 환자에게 카페인은 일반인과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베리웰 마인드(Verywell Mind) 보도에 따르면, ADHD 환자는 도파민 시스템에 기능 이상이 있어 카페인을 각성제가 아닌 진정제로 느낄 가능성이 있다. 미국심리학회(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리뷰에 따르면 카페인은 ADHD 아동에게 역설적으로 진정 효과를 주며 과다 행동을 줄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1975년 연구에서도 카페인이 소아 ADHD 환자의 공간 학습 능력을 개선했다고 보고됐다. 다만 2023년 뉴트리언츠 저널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카페인은 플라시보 대비 ADHD 증상(부주의, 과다 행동, 충동성)에 유의미한 개선을 주지 못했다. 특히 고용량(600mg) 섭취 시 부작용(불안, 수면 장애)이 두드러졌다.
일부 ADHD 환자는 카페인을 섭취하면 졸림을 느낀다. ADHD 관련 온라인 잡지인 애티튜드(Additude) 보도에 따르면 ADHD 환자에게 필요한 카페인 양은 과다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졸음이 반작용으로 올 수 있다.
메디컬 뉴스 투데이(Medical News Today)는 카페인이 동물 모델에서 주의력과 기억력을 개선했지만, 과다 행동과 충동성엔 효과가 일정치 않다고 보도했다. 이는 ADHD 뇌가 카페인을 과도한 자극으로 인식해 오히려 억제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2022년 PMC(PubMed Central: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디지털 아카이브)에 올라온 연구에 따르면, 미군 ADHD 병사들은 다른 병사들보다 카페인을 더 많이 섭취하며 카페인 섭취 시 증상 완화와 인지 능력 향상을 경험했다.
카페인은 일반적으로 각성, 집중력 향상, 피로 감소를 가져오지만, ADHD 환자에게는 이 효과가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헬스라인 보도에 따르면 카페인은 보통 수면을 방해하고 뇌 혈류를 줄이지는 효과가 있지만 ADHD 환자의 경우 도파민 증가로 인해 이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특히 약물(암페타민)과 카페인을 섭취하면 불안, 수면 문제, 위장 장애가 심해질 수 있다. ADHD 아동 및 성인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CHADD는 보고서에서 카페인과 약물 조합이 ‘위험한 과다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아동에게 에너지 음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4~6세는 45mg, 10~12세는 85mg이 최대 카페인 섭취량이라고 미국소아과학회는 말한다.
결론적으로, 카페인은 ADHD 환자에게 잠재적 이점이 있지만 약물만큼 효과적이진 않다. 카페인이 단기적으로 집중력을 높일 수 있으나 장기 효과는 미지수다. 일부 환자가 커피나 에너지 음료 후 졸림을 느끼는 건 뇌의 도파민 반응과 과자극 억제 때문일 수 있다. 다만 개인마다 반응이 다르기에 카페인 요법을 시도하려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특히 카페인이 ADHD 환자에게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카페인이 불안과 초조감을 증가시키거나 수면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하기 때문이다. ADHD에 정말 카페인이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기엔 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