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의선 회장 직접 소개하며 “현대는 대단한 기업... 큰 영광”
2025-03-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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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현대차 미국 제조시설에 초대하자 트럼프 “오케이”
트럼프 대통령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정 회장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고문,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등 현대차그룹 관계자들과도 차례로 손을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날 만남은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발표하는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출범 이후 강도 높은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끌어내고 있다. 이날 행사도 그가 직접 주관하며 현대차그룹의 결정을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다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말 흥분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회장과 현대차 관계자들을 소개하며 "매우 고맙다", "큰 영광이다", "훌륭한 팀"이라는 말을 연신 던졌다. 그러다 미국 측 인사들을 소개할 때는 "이 사람들 이름은 나한테 훨씬 쉬워서 덜 어렵다"고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풀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투자 개요를 간략히 설명한 뒤 "위대한 기업 현대와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정 회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정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 기회를 주고 초청해줘서 감사하다. 새 임기를 멋지게 시작한 걸 축하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잘돼가고 있다"고 화답하며 웃었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1986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50개 주에서 57만 개 넘는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4년간 2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는 현대차가 미국에 한 가장 큰 투자"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인이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과거 미국 대통령들과의 인연도 꺼냈다. 그는 2022년 5월 22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을 때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언급했다. 당시 정 회장은 바이든과 함께 50억 달러(약 6조 3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로부터 2년 10개월 만에 다시 백악관 연단에 선 그는 "이번 주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80억 달러 규모의 새 공장을 열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공장으로 미국 내 차 생산량이 연간 100만 대를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공장의 시작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정 회장은 "조지아주 서배너에 8500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투자한 결정은 2019년 서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시작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보며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 지으며 "맞다"고 답했다.
정 회장이 "그리고 다음엔 다보스에서 새 공장을 얘기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정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이 프로젝트가 끝나 더욱 뜻깊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고맙다"고 화답했다. 정 회장은 "미국 산업의 미래에 강한 파트너가 돼 자랑스럽다"며 "최첨단 공장을 직접 방문해 미국과 노동자에 대한 약속을 확인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케이"라며 흔쾌히 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의 문답에서도 현대차를 치켜세웠다. 그는 "현대차의 투자 발표가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 청사진이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당연하다"라면서 "현대차는 대단한 기업이다. 다른 훌륭한 회사들도 미국에 들어오고, 여기서 확장할 회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관세 정책이 효과를 낸 명백한 증거"라며 "현대차는 여기서 만들면 관세를 안 내도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다시 "우리의 목표는 미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하다"며 손뼉을 쳤다.
정 회장은 "2019년 서울 만남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며 "그때마다 미국 투자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회장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현대차의 결정은 내 정책이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미국은 현대차의 핵심 시장"이라며 "이번 투자는 현지 경제와 일자리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기업들도 현대를 따라올 거다"라며 "곧 더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 분야로 나뉜다. 총 210억 달러 중 자동차 생산에 86억 달러가 투입된다. 이는 조지아주 서배너의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같은 공장을 확장하고 최신 설비를 들이는 데 쓰인다. 부품·물류·철강 분야엔 61억 달러가 배정돼 공급망을 강화하고 현지 협력사와 연계를 늘린다.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엔 63억 달러가 들어가 전기차와 수소차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집중된다. 현대차는 이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과 조지아주 기아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번 투자로 연간 생산량을 12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투자 자금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집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