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집어삼킨 900살 하동 은행나무의 참담한 모습 (사진)

2025-03-2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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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 '만휴정'도 전소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경남·울산으로 번진 대형 산불로 국가유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오후 어둠이 짙게 깔린 경북 의성군 의성읍 업리 동사곡지(저수지) 뒤편 야산에 거대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 뉴스1
23일 오후 어둠이 짙게 깔린 경북 의성군 의성읍 업리 동사곡지(저수지) 뒤편 야산에 거대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5일 국가유산청 '산불 관련 국가유산 피해 현황'에 따르면 경북 의성에서 보물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경북 안동의 '만휴정 원림' 등이 모두 전소됐다.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산불로 보물 2건, 명승 2건, 천연기념물 1건, 시도지정 3건 등 총 8건의 문화유산이 일부 또는 전부 불에 탔다. 이 중 보물은 경북 의성 고운사 목조건물 가운루와 연수전이다.

고운사는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서기 681년)한 '천년 고찰'로 경북을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다. 산림 당국은 전날 오후 4시 50분께 고운사가 산불에 소실됐다고 밝혔다. 사찰에 있던 스님과 신도들은 전각에 불길이 옮기기 직전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운사가 소장 중이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도 미리 인근 대피소로 옮겨 화를 면했다.

2015년 촬영된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 국가유산포털
2015년 촬영된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 국가유산포털
화마 피해를 입은 경상남도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 경남 하동군 제공
화마 피해를 입은 경상남도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 경남 하동군 제공
산불 피해를 본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 경남 하동군 제공
산불 피해를 본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 경남 하동군 제공

특히 수령 900년에 이르는 경남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도 피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높이 27m, 둘레 9.3m의 두양리 은행나무는 900살 정도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강민첨(963~1021) 장군이 심은 것으로 전해지며 마을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겨 온 나무로서 1983년 12월 경남 기념물로 지정됐다.

인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도 유명한 안동 길안면의 명승인 만휴정 원림도 전소됐다. 만휴정은 조선 전기에 지어진 정자로 주변 계곡, 폭포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으로 2011년 명승으로 지정됐다. 만휴정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문신 김계행(1431~1517)을 배향한 묵계서원과 안동 용담사도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탄 울주 목도 상록수림 / 국가유산청 제공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탄 울주 목도 상록수림 / 국가유산청 제공

앞서 산불 발생 첫날인 지난 22일엔 '백운산 칠족령'과 '하동 두방재'가 일부 소실됐고 23일엔 천연기념물인 '울산 울주군 목도 상록수림' 중 1000㎡ 면적이 불에 탔다. 의성군 안평면에 있는 비지정 문화재 운람사의 전각과 부속건물도 화마에 휩싸였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에 대해 긴급 조치에 나선 상태다. 봉정사에는 국보 극락전, 대웅전, 보물 보조관음보살좌상 등 국가유산 다수가 보관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안동 봉정사에 있는 유물들을 긴급 이송 조치 중"이라고 했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안동 하회마을 앞까지 산불이 다가오자 민속유산팀과 역사유적정책과 관계자들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안동 병산서원과 하회마을 앞에는 소방차 각각 2대와 5대가 대기하고 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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