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지도부 극한 갈등만 재확인... 국민의힘 의원총회 파행
2025-05-09 13:50
add remove print link
한때 일촉즉발 분위기까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의원들의 첫 만남이 파행을 빚었다. 9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는 단일화 논란 속 당 지도부와 날카롭게 대립하다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촉즉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날 의총은 당초 오전 11시 예정이었으나 김 후보 일정으로 인해 1시간가량 늦게 시작됐다. 일부 의원이 김 의원을 기다리다 "왜 이렇게 늦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국회 본관 입구에서 김 후보를 맞이하며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김 후보는 나경원·김기현·강민국·김미애 의원 등과 악수하며 의총장 앞자리에 앉았다.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김 후보를 환영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급속하게 차가워졌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지난 일주일간 후보와 의원들 간 단일화 논의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오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김 후보를 향해 "알량한 대선후보 자리를 지키려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지만, 곧바로 "이기려면 단일화와 빅텐트가 필요하다"며 단일화를 촉구했다.
김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해 달라"고 직격했다. 이어 "입당도 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후보로 만들려는 작업에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적이 있다. 한 후보가 이 후보를 이겨본 적이 있나"라며 "단일화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김 후보 발언 직후 권 비대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지도자라면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한 뒤 현장을 떠났다. 김 후보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하려 했다. 이에 의원들은 "얘기를 듣고 가라"며 몸으로 김 후보를 막았다. 김 후보가 이를 뚫고 나가는 과정에서 고성과 충돌이 벌어지며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김 후보가 퇴장하자 권 원내대표 표정이 격앙된 듯 굳어졌다.
의총은 김 후보와 권 비대위원장가 퇴장한 뒤 5분 만에 끝났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명분은 여론조사 결과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와 의원들의 전원일치 의견"이라며 "당원과 의원 의견을 지도부가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김 후보가 지난달 27일 인터뷰에서 '5월 10일 이전 단일화 하겠다'고 스스로 말했다"고 지적하며 단일화 약속을 강조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갈등 향방에 대해 "내가 점쟁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선후보 등록 직인을 찍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 여권은 김 후보 의총 참석으로 김 후보와 당 지도부의 갈등 해결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갈등의 골은 깊어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