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곡' 울려퍼진 제주섬...제77주년 4.3추념식 거행

2025-04-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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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공원서 엄수...대규모 운집 유족,도민 눈시울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거행됐다.

3일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 봉행에 앞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유족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 뉴스1
3일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 봉행에 앞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유족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 뉴스1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한 이번 추념식은 ‘4·3의 숨결은 역사로, 평화의 물결은 세계로’를 주제로 마련됐다.

후보 시절 4·3추념식 참석을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부를 대표한 추도사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았고, 4·3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이후 3년 연속 추도사를 낭독한 첫 총리로 기록됐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대행, 개혁신당 천하람 당대표대행,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원내 정당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초 참석을 예고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국회를 대표해 사상 처음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념식장을 찾았으며, 정부 인사 중에서는 제주 출신인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함께했다.

현장에서는 내란 정국 여파로 인한 긴장감이 돌았다. 추념광장 중심부에는 참가자 소지품을 확인하는 검문대가 설치됐고, 주요 정치인 주변에는 사복 경찰이 배치됐다. 한덕수 총리의 추도사 도중 일부 관중석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제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봉행되고 있다 / 뉴스1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제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봉행되고 있다 / 뉴스1

한 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과 보상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하며, 미진한 진상조사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 안팎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제주가 보여준 평화와 상생의 정신을 모든 국민이 함께 실현하자”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가 차원의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가 많다”며 “해원의 날까지 국회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4·3에 대한 왜곡은 현재의 적대, 혐오, 선동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며 “제주의 역사가 인권과 평화의 세계적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눈앞에 있다”며 “4·3이 한 시대의 기억을 넘어 세계 인류의 역사로 남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3이 그랬던 것처럼, 헌법의 가치 위에서 정의와 평화의 불빛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과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의 전액 국비 운영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며 정치권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청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70여 년 만에 아버지의 유해를 찾은 김광익 씨의 사연도 소개됐다. 김 씨의 아버지 고 김희숙 씨는 1950년 예비검속으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뒤 실종됐다. DNA 감식을 통해 유해가 확인됐고, 섯알오름이 아닌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아래에 묻혀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가 아버지의 유해 앞에서 오열하자 주변 유족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 공연은 김수열 작가의 ‘평화의 시’ 낭독으로 시작됐고, 가수 양희은과 벨라어린이합창단의 무대로 이어졌다.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의 마지막 가사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는 유족들의 가슴을 울렸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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