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9km… 아는 사람만 아는 대한민국 최대 벚꽃터널 '명소'
2025-04-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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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수놓은 환상의 벚꽃 드라이브 로드
벚꽃이 피는 계절, 봄의 절정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름난 벚꽃 명소로 발길을 옮긴다. 서울의 여의도 윤중로, 진해 군항제, 경주의 보문호수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진 명소들도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는 거대한 벚꽃 터널이 남도의 한 곳에 숨겨져 있다. 그 길이는 무려 129km. 구례에서 펼쳐지는 '구례 300리 벚꽃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라남도 구례군은 벚꽃 시즌이 되면 도시 전체가 흰빛과 연분홍빛으로 물든다. '대한민국 최대 벚꽃길'로 불리는 구례의 벚꽃길은 총연장 129km, 300리(117.818182km)가 넘는 거리다. 이 거대한 벚꽃 도로는 단일 노선이 아니라, 구례 전역에 흩어진 벚꽃길들이 하나로 이어진 형태다. 하지만 그 규모와 풍경은 단순한 합산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벚꽃 터널로서 손색이 없다.
이 벚꽃길은 '섬진강 벚꽃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도 17호선과 19호선을 따라 조성된 이 길은 구례의 대표적인 벚꽃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강 건너편은 전북 남원이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섬진강은 남한 5대강 중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청정 수질을 자랑한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길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나무들이 터널처럼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섬진강 벚꽃길은 단순히 자동차로 통과하는 도로가 아니다. 교통량이 많지 않아 도보 산책로로도 적합하며, 실제로 마라톤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이 벚꽃길은 봄꽃 시즌마다 진가를 발휘한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시야를 가득 메운 벚꽃과 함께, 때때로 은빛으로 반짝이는 은어나 참게 같은 담수어가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풍경도 마주할 수 있다.
1992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구례의 벚꽃길은 단순한 관광자원에 그치지 않는다. 구례군은 이 벚꽃길을 중심으로 '구례300리 벚꽃축제'를 해마다 열고 있으며, 축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사람, 구례 군민의 정체성 등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남도라는 지역 특유의 정취와 여유로운 분위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꽃길의 조성 방식은 다른 지역의 벚꽃 명소들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남긴다.

남원 터널을 지나 구례 산동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벚꽃길이 시작된다. 이후 구례 읍내, 문척면, 간전면을 거쳐 경상남도 하동에 위치한 남도대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계절마다 다른 빛을 품지만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 4월 초에는 단연 압도적인 장관을 이룬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펼쳐진 만개한 벚나무들은 마치 하늘 아래 또 하나의 꽃의 강을 흐르게 만든다.
이처럼 구례의 벚꽃길은, 그 규모와 아름다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숨은 명소'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129km의 벚꽃터널은, 그 존재만으로도 놀랍다. 유명 관광지의 혼잡함을 피하고 싶거나 조용하고 여유롭게 봄의 절정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곳 구례에서 비로소 진짜 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