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선 절대 안 먹고 그냥 관상용인데…한국선 식용으로 최고라는 대반전 ‘채소’

2025-04-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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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아우르는 독특한 채소의 매력

꽃이 피면 더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식물이, 어떤 지역에선 식탁 위 반찬으로 올라온다.

자료사진. 과거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옥상에 입주민 30여 세대가 참여해 쑥갓 등 야채 1000포기와 수박, 참외 200본 등 다양한 작물이 있는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과거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옥상에 입주민 30여 세대가 참여해 쑥갓 등 야채 1000포기와 수박, 참외 200본 등 다양한 작물이 있는 모습. / 뉴스1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쑥갓’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한두해살이풀 쑥갓은 학명으로 Chrysanthemum coronarium, 혹은 최근 분류상 Glebionis coronaria로 불린다. 쑥갓은 동서양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식물이다. 유럽에서는 정원에 심는 관상용 꽃으로 여겨지는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향긋한 식용 채소로 사랑받고 있다.

쑥갓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이다. 키는 30~60cm가량 자라며, 줄기와 잎은 얇고 부드럽고, 잎은 어긋나게 달려 있으며 깊게 갈라진 형태를 지닌다. 꽃은 가지 끝에 노란색 또는 흰색으로 피며, 고운 색과 단정한 형태 덕분에 유럽권에서는 꽃의 미적 가치가 주목받는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이 식물을 ‘크라운 데이지(Crown Daisy)’라 부르며 정원용 식물, 즉 장식용으로만 활용한다.

이와는 달리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권에서는 쑥갓을 적극적으로 식용한다. 한국에서는 국거리나 전골 요리, 샤부샤부 등에 자주 들어가며, 특유의 향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맛을 돋운다. 쑥갓은 특히 쌈채소로도 인기가 높다. 삼겹살이나 불고기를 먹을 때 쌈장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향긋함이 더해져 개운한 뒷맛을 남긴다.

일본에서도 쑥갓은 '춘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나베 요리의 필수 재료로 꼽힌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방식으로 활용되며, 봄철 대표 채소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쑥갓을 조리해 먹으며, 향채와 유사한 개념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자료사진.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자료사진.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자료사진. / Carol La Rosa-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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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 Usman Tahir isolated-shutterstock.com
자료사진. / Usman Tahir isolated-shutterstock.com

한국에서 쑥갓의 식용 역사는 오래됐다. 고려시대 중국으로부터 전래됐다는 설이 있으며, 그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되어 왔다. 대부분 꽃이 피기 전, 잎과 줄기가 연할 때 수확하며, 꽃이 피면 질감이 거칠어지고 풍미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식용으로 쓸 경우, 꽃을 감상하기 전에 미리 수확해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쑥갓이 식탁에서 환영받는 이유 중 하나는 건강상 이점 때문이다. 비타민 A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위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향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다른 채소로 대체하기 어려운 풍미를 제공한다.

반면 유럽권에서는 이 향을 생소하거나 거북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크라운 데이지는 정원이나 공원, 꽃병 속에나 존재할 뿐, 식탁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잎을 샐러드에 섞거나 허브처럼 활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일반적인 사용은 아니다. 식재료보다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식물임에도 문화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음식에 풍미를 더하고 건강에도 좋은 채소로, 서양에서는 색과 형태의 조화를 감상하는 관상용으로. 이는 각 문화권이 채소를 바라보는 관점, 식재료 향에 대한 수용 정도, 그리고 전통적인 식생활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결국 쑥갓은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문화와 미각, 미학의 차이 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꽃으로, 한국에서는 식재료로 활용되며 양쪽 모두에서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일상 속 흔한 식물 하나에도 세계는 서로 다른 시선과 쓰임새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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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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