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싸고 맛있는데... 군대 짬밥 때문에 누명 쓴 한국 물고기
2025-04-1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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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것도 10마리 2만5000원... “여전히 착한 가격” 전문가도 감탄한 생선

임연수어가 제철을 맞았다. 임연수어는 두 얼굴의 물고기다. 이름만 들어도 입맛을 다시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군대를 다녀온 이들에겐 짬밥의 악몽으로 남은 생선이기도 하다. 유명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은 임연수어는 오해 때문에 누명을 쓴 물고기라고 말한다. 김지민이 8일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올린 영상에서 임연수어가 왜 이렇게 엇갈린 평가를 받는지 이유를 알렸다.
임연수어는 바다빙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냉수성 회유 어종이다. 최대 65cm까지 자라지만,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건 25~30cm 정도다. 차가운 물을 좋아해 5월이 지나면 수온이 올라가면서 북태평양 캄차카반도나 러시아 연안으로 떠난다. 그러다 12월에서 1월쯤 강원 고성 바다로 돌아와 산란기를 맞고, 2~5월엔 속초, 양양, 삼척, 경북 동해안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생활을 반복한다. 산란기는 12~2월이다. 이때 먼바다 어선이 대량으로 잡아 올린다. 3~4월엔 산란을 마치고 살을 찌우려 연안으로 붙는데 이 시기가 바로 제철이고 낚시꾼들에게 대목이다.
강원지역 해안선과 방파제에서 ‘칼싸움’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낚시 전쟁이 벌어진다. 입소문이 퍼지면 1~2m 간격으로 낚싯대가 빼곡히 들어차고, 한 시간 만에 수십 마리를 건져 올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김지민은 2016년 양양 수산항 방파제에서 찌낚시로 서너 시간 만에 80마리를 잡은 경험을 떠올렸다. “담그면 나오고 담그면 나왔다”라면서 “그때 국산 임연수어의 참맛을 알았다”고 전했다. 김지민에 따르면 봄철 연안에서 임연수어 낚시를 하면 임연수어의 기름진 살과 껍질을 즐길 수 있다.
임연수어를 둘러싼 풍문이 있다. 2010년대 들어 3년 주기로 대풍을 맞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2013년, 2016년, 2019년엔 배, 갯바위, 방파제 할 것 없이 엄청난 양이 잡혔다. 김지민은 3년에 한 번씩 대박이 난다는 이야기가 낚시꾼 사이에서 떠돌았지만 2022년엔 그만큼 풍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풍문이 사실이라면 올해 대풍을 맞아 내륙과 수도권 대형마트에도 저렴한 국산 임연수어가 풀려야 한다. 하지만 수온 상승으로 개체 수가 줄고 과도한 조업까지 겹쳐 잡히는 양이 예전만 못하다.
임연수어는 오해받는 물고기다. 김지민은 “추억의 생선으로 기억하는 이들과 치를 떠는 이들이 공존한다”고 했다. 어머니나 할머니가 구워주던 고소한 껍질 맛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특히 남성들은 군부대나 학교 급식에서 나온 임연수어를 떠올리며 고개를 젓는다는 것이다. 임연수어를 다루는 콘텐츠마다 ‘군대 트라우마’ ‘특유의 냄새’를 호소하는 댓글이 달리는 것이 증명한다.
김지민은 그 맛없던 임연수어는 국산이 아니라 수입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김지민은 “수입산 단기임연수어가 국산 이름을 달고 시장을 어지럽혔다”며 억울한 누명을 지적했다. 김지민에 따르면 러시, 미국, 알래스카에서 수입한 단기임연수어는 껍질이 두껍고 비린내, 흙냄새가 강하다. 냉동 보관이 길어질수록 잡내가 심해져 급식이나 군부대 짬밥에서 악명을 떨쳤다. 반면 국산 임연수어는 비리지 않고 껍질이 바삭해 ‘최고의 반찬’이란 찬사를 받는다. 짬밥 때문에 억울하게 욕먹는 셈이다.
김지민에 따르면 싱싱한 임연수어를 고르려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크면 클수록 맛있다. 손질도 편하고 먹을 살이 많다. 둘째, 구름무늬를 확인해야 한다. 수입산은 알록달록한 무늬가 선명하지만 냉동이 오래되면 흐릿해진다. 국산은 은빛에 희미한 무늬가 특징이다. 신선 냉동 임연수어라도 무늬가 선명한 걸 고르는 게 낫다. 김지민은 무늬가 흐릿하면 오래된 거라 조림으로 만들면 ‘지옥의 맛’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맛있게 먹는 법은 다양하다. 기본은 소금 간을 한 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튀기듯 굽는 방식이다. 봄철 기름진 임연수어는 껍질과 살이 쫙 분리돼 쌀밥에 김처럼 싸 먹으면 고소함이 폭발한다. 밀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도 맛있다. 간장이나 고춧가루 양념을 발라 먹는다.
김지민은 ‘파채 찜’을 추천한다. 구운 임연수어에 파채를 얹고 달콤한 간장 양념과 끓는 기름을 끼얹으면 껍질 없는 살의 심심함을 보완할 수 있다. 강원도 현지에선 3~5월 잡힌 생물을 회로 먹기도 한다. 제철 경험으로 나쁘진 않지만 살이 물렁해 횟감으론 추천하지 않는다고 김지민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