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의외다…한국처럼 유독 '나이·서열' 중요하게 따진다는 뜻밖의 '나라'
2025-04-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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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닮은 문화적 DNA
한국 사회에서 나이와 서열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관계의 시작점이자 기준선이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 나이를 묻고, 그에 따라 언어와 행동을 조정하는 것은 한국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관행이다. 이는 유교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를 통해 질서 있는 관계를 유지하려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런 위계 중심의 사회는 한국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다. 놀랍게도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처럼 나이와 서열을 민감하게 따지는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에서도 이와 매우 유사한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가장 오랫동안 받은 나라 중 하나다. 1000년에 가까운 지배 시기를 거치며 유교 문화를 흡수했고, 이후 이를 자국화해 독자적인 사회 질서를 형성했다. 이로 인해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나이와 서열을 엄격히 따지는 문화를 발전시켰다. 가족과 공동체 내에서 연장자를 존중하고, 직장에서는 상하관계가 도덕적 권위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는 단순한 직위나 경력을 넘어서, 연령 자체가 권위의 상징이 되는 한국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언어 사용에서도 유사한 특징이 나타난다. 베트남에서도 존칭어와 격식어가 존재하며, 나이에 따라 언어 선택이 달라진다. 친구 사이에서도 나이에 따라 상대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고, 연령 차이가 있는 경우 반드시 격식을 갖춰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한국에서 말하는 '존댓말 문화'와 사실상 기능적으로 동일하다.
베트남 사회가 이러한 문화를 갖게 된 배경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수세기에 걸친 중국의 지배는 정치·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유교적 세계관을 베트남 전역에 퍼뜨렸다. 효와 예를 중시하는 태도는 가정, 교육, 직장,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와 매우 흡사한 문화적 특성으로 이어졌다. 유교적 가치가 단지 철학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관계 규범을 설정하는 실질적 사회 규범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나라는 공통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같은 동남아시아권에 속한 인도네시아와 비교해도 베트남은 훨씬 더 유교적 질서에 익숙한 나라로 분류된다.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배를 오래 받으며 서구식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반면, 베트남은 중국의 문화와 한문 전통, 유교사상에 영향을 받아 한국과 유사성이 많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이·서열 문화 외에도 한국과 베트남은 다양한 측면에서 정서적으로 닮은 구조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에 대한 인식이다. 베트남은 한국 못지않은 교육열을 보이는 나라다. 과거 시험을 500년 넘게 유지했던 역사를 지닌 베트남은 공부를 통해 신분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지금까지도 강하게 남아 있다. 하노이의 문묘(Temple of Literature)에는 장원급제자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고, 이는 한국의 도산서원과도 유사한 교육 유산이다.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도 베트남 학생들의 수학, 과학, 독해 실력은 OECD 국가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소득은 아직 낮은 편이지만, 공부 잘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 덕분에 교육 수준은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런 정서는 '공부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회 전체에 공유돼 있는 한국과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
조상 숭배 문화 역시 두 나라가 공유하는 유교적 유산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을 중심으로 조상을 기리는 제례 문화를 유지해왔지만, 베트남에서는 조상을 일상 속에서 기리는 문화가 더 생활에 밀접하게 작동한다. 많은 가정에서 집 안에 조상 사당을 설치하고, 퇴근길에 향과 꽃을 사들고 귀가해 사당 앞에 예를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과로 자리 잡고 있다.

건축 양식과 문자 체계 또한 닮아 있다. 베트남은 한문을 사용하다가 독자적인 문자체계인 '쯔놈'을 개발했고, 이는 세종대왕 이전 한국의 이두나 향찰과 같은 기능을 했던 문자체계와 유사하다. 건축 양식에서도 중국에서 전래된 직선적 궁궐 배치를 수용하되, 지역 정서에 맞게 굴절 구조로 변형한 형태가 나타나며, 이는 경복궁과 창덕궁 차이처럼 베트남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된다.
베트남 광장에 세워진 동상 대부분이 '호국 영웅'을 기리는 인물들이라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이는 사업가나 발명가, 스타보다는 국가를 지킨 인물들을 기억하려는 정서가 강한 한국과 닮은 면모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 희생을 기리는 문화는 두 나라가 공유하는 역사적 감수성 중 하나다.
이처럼 베트남은 단순히 동남아의 한 국가가 아니라, 유교와 공동체 중심의 삶을 바탕으로 한국과 정서적으로 맞닿아 있는 나라다. 비록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문화와 가치관에서 느껴지는 유사성은 오히려 가까운 이웃보다 친숙하게 느껴진다. 한국인이 베트남을 단지 '여행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이웃'으로 인식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