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도 호불호 강한데…경상도 밥상에 유독 자주 등장한다는 '식재료'
2025-04-10 15:55
add remove print link
특유의 향으로 국물 요리에 자주 사용
한국의 향신료 중에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이 있는가 하면, 특정 지역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재료도 있다.

산초가루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예다.
이름은 익숙할지 몰라도, 실제로 맛을 보거나 사용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산초는 흔히 초피와 헷갈리기도 하지만, 산초 특유의 향은 훨씬 진하고 알싸하다.
이 향신료는 특히 경상도 지역, 그중에서도 경북 북부나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민물고기 요리에 빠지지 않고 쓰여 왔다.
산초는 산초나무의 열매를 말린 뒤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든다. 이 산초가루는 고춧가루처럼 뿌려 쓰는 양념이 아니라, 소량만으로도 음식 전체에 깊고 특이한 향을 더하는 향신료에 가깝다. 고기나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입맛을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추어탕, 매운탕 같은 민물고기 요리에 필수처럼 사용되고, 국물 위에 마지막에 톡톡 뿌려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산초가루는 향이 강해서 국물요리의 느끼함을 줄여주고, 비린 향을 덮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향이 매우 독특하고 강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재료이기도 하다. 처음 접하는 이들은 산초가루의 톡 쏘는 향에서 약재나 나무껍질 같은 느낌을 받아 당황하기도 한다. 일부는 “국물 맛을 망쳤다”고 표현할 만큼 낯설게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향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강한 중독성을 느낀다. 마치 강한 블루치즈나 고수처럼, 입맛을 타는 향신료라 할 수 있다.
◈ 경상도 사람들에겐 익숙한 밥상 필수품
산초가루는 매운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된장국이나 청국장, 육개장처럼 진한 국물요리에도 산초가루를 살짝 뿌리면 구수한 맛에 독특한 풍미가 더해진다. 또한 조림이나 나물무침, 묵은지 볶음 같은 밑반찬에도 향신료처럼 소량 넣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북 지역 일부 식당에서는 산초가루를 소금이나 고춧가루처럼 테이블에 비치해 놓고 손님들이 기호에 따라 뿌려 먹을 수 있도록 한다.
경상도에서는 겨울철 보양식 개념으로 먹는 국물요리에 산초가루를 곁들이는 것이 흔한데, 그 이유는 산초가 단순히 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는 민간 약재 개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서쪽 지역에서는 산초가루를 찾기 어렵다. 생소하고 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널리 퍼지지 못했고, 향신료 자체에 대한 접근성도 낮다.
향이 강하고 익숙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만큼 한 번 입에 맞으면 다른 양념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독특한 풍미가 있다.
산초가루는 특정 지역의 식재료로 여겨지기보다는, 한국 향신료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재료다.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향토 재료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요즘, 산초가루도 조용히 다시 식탁 위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매운탕이나 추어탕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산초가루를 통해 완전히 다른 국물의 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