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양배추인 줄 알았는데 맛이... 최근 한국서 재배 시작했다는 이색 채소
2025-05-09 10:37
add remove print link
양배추 아니라 치커리 일종인 이 채소의 정체

붉은 자줏빛 잎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채소가 있다. 라디치오(Radicchio). 적양배추를 꼭 닮았지만 양배추가 아니다. 독특한 쓴맛과 선명한 색감으로 샐러드와 요리의 격을 한층 높이는 식재료인 라디치오의 매력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라디치오는 치커리의 일종이다. 이탈리아 북부의 지역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채소다. 15세기부터 재배 기록이 있다. 현대적인 라디치오의 깊은 붉은색과 흰 줄기는 1860년 벨기에 농학자 프란체스코 반 덴 보레가 ‘임비안치멘토(미백)’ 기법을 통해 개발한 결과다. 이 기법은 뿌리를 어두운 환경에서 재배해 색소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오늘날의 라디치오 특유의 색과 맛을 완성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트레비소, 키오자, 카스텔프랑코 등 지역별로 다양한 품종이 존재하며, 각각 독특한 모양과 풍미를 뽐낸다. 한국은 주로 수입에 의존했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재배에 성공해 충북 제천 중심으로 여름철 재배가 시작되며 점차 국산 라디치오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라디치오의 외관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단히 결구된 키오자 품종의 경우 소형 양배추를 꼭 닮았다. 트레비소 품종은 길쭉한 모양에 흰 줄기와 붉은 잎이 조화를 이룬다. 잎은 진한 자주색 또는 붉은색을 띤다. 안토시아닌 색소로 인해 선명한 색감이 특징이다. 크기는 보통 10~15cm다. 손바닥만 한 크기가 일반적이다. 잎은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며, 줄기는 단단하고 즙이 많다. 이 아름다운 색상 덕분에 라디치오는 샐러드나 플레이팅에서 비주얼 요소로도 사랑받는다.
영양 면에서 라디치오는 건강식품으로 손색없다. 100g당 약 23kcal로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적합하며, 비타민 K, 비타민 C, 비타민 A, 엽산, 칼륨, 철분, 망간 등이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 K는 혈액 응고와 뼈 건강에 기여하며, 100g 섭취로 일일 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다.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물질은 세포 손상을 막고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눌린이라는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 성장을 촉진해 소화기 건강을 돕는다. 또한, 인터빈(intybin) 성분은 소화를 촉진하고 심혈관 건강을 강화하며, 간 기능 개선에도 기여한다. 라디치오는 항암 효과와 혈압 조절,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치오의 맛은 독특하고 강렬하다. 치커리답게 생으로 먹을 때 쌉싸름한 쓴맛과 살짝 매운맛이 두드러진다. 이 맛은 인터빈 성분에서 비롯된다. 첫맛은 달콤하게 시작되지만 씹을수록 쓴맛이 점차 강해지며 입안에서 개운한 여운을 남긴다. 이 쓴맛은 샐러드에서 다른 채소와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잡아준다. 단맛이 나는 드레싱이나 과일과 함께 먹으면 쓴맛이 중화돼 부드러운 풍미로 변한다. 구우면 달콤한 풍미가 추가돼 고소함이 더해진다. 오븐에 구운 라디치오는 쓴맛이 부드러워지며 캐러멜화된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계절에 따라 맛도 달라지는데, 한겨울에서 초봄에는 단맛이 강하고, 여름에는 쓴맛과 매운맛이 두드러진다.
라디치오의 요리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흔한 방법은 샐러드로 즐기는 것이다. 잎을 손으로 찢어 양상추, 루콜라, 토마토와 섞고, 꿀이나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이면 쓴맛이 부드러워져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잎 자체를 접시처럼 사용해 랩 샐러드로 만들거나, 치즈와 과일을 올려 색다른 전채로 변신시킬 수도 있다. 구이 요리도 인기 있다. 라디치오를 반으로 잘라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를 뿌리고 오븐이나 그릴에 굽는다. 이렇게 구운 라디치오는 스테이크나 생선 요리의 곁들임으로 제격이다. 파스타에 볶아 넣으면 토마토 소스와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내며, 피자 토핑으로 사용하면 색감과 맛 모두를 살린다. 한국식으로는 쌈 채소로 활용하거나, 간장과 마늘로 볶아 반찬으로 먹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라디치오는 아직 대중적이진 않지만 고급 마트나 온라인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선택할 때는 잎 끝이 갈변하지 않고, 줄기가 단단하며, 선명한 자주색을 띠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보관은 신문지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하면 1~2주간 신선함을 유지한다. 변색을 막으려면 썰자마자 사용하거나 식초물에 담가두는 게 좋다. 라디치오는 연중 먹을 수 있지만 한겨울에서 초봄이 가장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