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보다 훨씬 크다... 전문가들도 정체 모르는 한국의 초대형 새우
2025-05-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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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의 상남자 같은 식감”... 감탄스러운 맛의 한국 새우

깊은 바다에서 끌어올린 새우 하나가 손바닥을 가득 채운다. 크게는 30cm에 육박하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홍대새우. 일반적인 새우와 견줘 두세 배나 큰 이 새우는 전남 여수와 완도, 고흥의 바닷가에서 어민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신비로운 새우다.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홍대새우에 대해 알아봤다.
홍대새우는 전라남도 여수, 완도, 고흥 등 남해안 지역에서 주로 잡히는 대형 새우다. 유튜버 마초가 최근 자신 유튜브 채널 ‘마초TV’에서 여수 앞바다에서 새벽 조업을 나가며 이 새우를 소개했다.
마초에 따르면 홍대새우는 현지 어민들 사이에서 홍대로 불린다. 어민들조차 대하와 혼동하기도 한다고 한다.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은 2년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홍대새우를 다룬 적이 있다. 그는 홍대새우가 대하와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진 새우라면서 아직도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존재라고 밝혔다. 어민들이 오래전부터 홍대새우라고 부르며 유통했지만 정확한 표준명이나 학명이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그는 밝혔다.
홍대새우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우람한 크기다. 마초는 홍대새우가 생수병보다 크다고 말한다. 영상을 보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수컷은 10~20cm, 암컷은 이보다 더 큰 20~30cm에 이른다고 했다.
김지민 역시 홍대새우가 대하보다 훨씬 크다면서 때로는 동남아시아에서 잡힌 새우로 오해받을 정도로 거대하다고 밝혔다.
몸통이 단단하고 촘촘한 갑각으로 덮여 마치 갑옷을 입은 듯하다. 마초는 이 갑각이 층층이 이어져 접어도 서로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이 단단함이 홍대새우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말했다.
홍대새우 더듬이엔 색색의 문양이 보인다. 뿔은 코보다 약간 길게 튀어나와 있다. 마초는 뿔과 코의 길이 차이를 통해 수컷과 암컷을 구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암컷은 뿔이 코보다 짧고 등에 알이 가득 차 있는 데 반해 수컷은 뿔이 더 길고 알이 없다고 설명한다. 이 뿔과 코의 차이가 홍대새우를 대하와 구분 짓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다.
홍대새우는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지민이 일본 도감을 참고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홍대새우는 보리새우과의 특징인 촘촘한 갑각 마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하, 흰다리새우, 블랙타이거새우 등 기존의 보리새우과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대하는 뿔이 훨씬 길고 몸통에 검은 줄무늬가 없으며, 흰다리새우는 주로 중남미 지역에서 양식되던 종으로 국내 자연산으로는 드물다. 김지민은 홍대새우가 흰다리새우와 외형적으로 비슷하지만 국내 해역에서 자연산으로 잡히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홍대새우가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교잡종이거나 미기록 신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식지는 주로 남해안의 따뜻한 바다다. 마초에 따르면 홍대새우는 바다 수온이 올라가는 4월에서 5월 사이에 많이 잡힌다. 특히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금어기를 앞두고 조업이 활발하다. 금어기가 시작하면 홍대새우를 잡을 수 없어 어민들 사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김지민은 완도와 고흥에서 소량으로 잡히며 현지 어민이 대하와 비슷하지만 다른 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홍대새우가 특정 시기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귀한 어종임을 보여준다.
맛은 홍대새우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마초는 홍대새우를 생으로 맛본 뒤 “탱글탱글하고 달달하다”고 극찬했다. 흰다리새우보다 비린 맛이 적고 식감이 단단해 씹을 때 근육질의 탄력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김지민은 홍대새우를 생으로 먹은 후 “근육질의 상남자 같은 식감”이라며, 달콤한 감칠맛과 탱탱한 질감이 대하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소금구이로 조리했을 때는 촉촉한 육즙이 살아있어 짭짤한 풍미가 더해진다고 덧붙였다.
마초는 홍대새우로 파스타, 튀김, 버터구이를 만들어 먹은 뒤 대가리의 진한 풍미가 일품이라고 소개했다.
마초는 홍대새우를 손질하는 방법을 상세히 보여줬다. 살아있는 새우는 껍질이 단단해 벗기기 어렵지만 죽은 후에는 층층이 이어진 갑각이 쉽게 벗겨진다고 한다. 내장은 꼬리 부분을 눌러 돌리면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튀김용으로는 꼬리를 남겨두고, 파스타용으로는 완전히 손질해 사용한다. 김지민은 소금구이를 추천했다. 굵은 소금을 이용해 오븐 효과를 내 촉촉하게 굽는 방법을 제안했다. 생으로 먹을 때는 비브리오 패혈증 예방을 위해 얼음물에 살짝 담갔다가 내장을 제거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홍대새우의 인지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전국적으로 유통되기보다는 여수, 완도, 고흥 등 지역 어민들 사이에서 주로 알려져 있다. 김지민은 홍대새우의 표준명을 밝히기 위해 ‘집단지성’을 요청하며 정확한 이름이 정해지면 유통과 경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마초는 홍대새우가 금어기 직전 짧은 시기에만 잡히는 귀한 새우라면서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