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코가 빨개지는 특이한 한국 물고기... 오직 한반도에만 서식 (영상)
2025-04-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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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Koreo'가 당당하게 들어가 있는 한국 물고기

자갈바닥 위로 빨간 코를 빼꼼 내민 채 헤엄치는 모습이 이채롭다. 한국 고유종인 새코미꾸리는 그 이름처럼 눈에 띄는 붉은 코와 지느러미를 자랑하는 민물고기다.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을 알려주는 지표종이자 점차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귀한 존재인 새코미꾸리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새코미꾸리는 잉어목 미꾸리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학명은 ‘코레오코비티스 로툰디카우다타(Koreocobitis rotundicaudata)’. 이름에 'Koreo'가 들어간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 고유종이다. 한강과 임진강, 삼척오십천 등 주로 한강 수계와 임진강 일대에 분포한다. 북한 지역에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12~14cm 크기로 자라며 최대 16cm까지 성장하는 새코미꾸리는 길고 원통형인 몸체가 특징이다.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한 형태이며, 몸통 뒷부분으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해진다. 위턱이 아래턱보다 더 길고, 입 주위에는 3쌍의 수염이 있다. 특히 눈 밑에는 움직일 수 있고 끝이 둘로 갈라진 안하극이 있는다. 미꾸리과 물고기의 특징이다.
새코미꾸리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코와 지느러미 부분이 붉은색을 띤다는 점이다. 특히 가을부터 겨울철에는 이 붉은색이 더욱 선명해진다. 마치 단풍이 물들 듯 화려한 색상으로 변한다. 지역에 따라 '말미꾸라지', '숙고', '지름문체', '하늘미꾸라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새코미꾸리는 하천 중·상류의 물 흐름이 빠르고 바닥에 자갈이 깔린 여울이나 소 등에 주로 서식한다. 자갈에 붙어있는 부착조류가 주식이기 때문이다. 잡식성으로 수생곤충, 미생물, 유기물 등을 먹으며 살아간다. 산란기는 5~6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미꾸리과에 속하지만 새코미꾸리는 일반적인 미꾸라지나 미꾸리와는 구별된다. 미꾸라지는 수염이 길고 몸이 납작한 반면 미꾸리는 수염이 짧고 몸이 원통형이다. 새코미꾸리는 미꾸리처럼 원통형 몸체를 가졌지만, 꼬리지느러미 기부 상부에 검은 점이 있고 코와 지느러미가 붉은색을 띠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새코미꾸리를 포함한 미꾸리과 물고기들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식탁에 올랐던 식재료다. 특히 민물고기탕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구하기 어려운 최고급 식재료로 꼽힌다. 담백한 살맛과 특유의 감칠맛으로 추어탕이나 매운탕의 재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포획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수질오염과 하천 개발로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낚시나 포획 시에는 산란기를 피해야 하며, 어린 개체는 다시 놓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코미꾸리를 손으로 잡을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록 미꾸리과이지만 참종개처럼 눈 밑에 가시(안하극)가 있어 부주의하게 만지면 피부가 찰과될 수 있다. 따라서 맨손으로 다룰 때는 등 쪽을 향해 부드럽게 쥐어야 상처를 입지 않는다.
요리법으로는 전통적인 추어탕이 가장 유명하다. 토장이나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하고, 미꾸리류 특유의 향을 중화한다. 구이로 조리할 때는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뿌려 노릇하게 구워내면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새코미꾸리의 생태적 가치는 단순히 식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물고기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한국의 생물다양성을 상징한다. 1997년 독립된 속으로 분류되며 학계에서도 주목받았다. 참종개속과 미꾸리속의 특징을 동시에 보여주는 독특한 진화적 위치 덕분이다. 하지만 하천 개발, 수질 오염, 외래종 유입으로 새코미꾸리의 서식지는 점점 위협받고 있다. 특히 자갈층이 있는 맑은 여울을 선호하는 특성 때문에, 하천 정비 사업이나 댐 건설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강과 임진강 외에 북한 지역에도 분포하지만 정확한 개체 수는 파악하기 어렵다. 지역 주민들은 과거 새코미꾸리가 떼를 지어 자갈 위를 헤엄치던 모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