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도 자주 등장해 친근한데…종의 40%가 멸종위기 처한 '뜻밖의' 동물

2025-05-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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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기에 놓인 양서류의 SOS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날을 맞아 재조명된 동물이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물 속의 금개구리알을 구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물 속의 금개구리알을 구현.

바로 한국 속담에도 자주 등장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알려진 '개구리'가 그 주인공이다. 매년 4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세계 개구리의 날(Save the Frogs Day)로 지정돼 있다. 이날은 단순히 개구리를 기념하는 날을 넘어, 점점 악화되는 양서류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 보호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양서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기에 처한 척추동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약 8000여 종 가운데 약 40%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이 중에서도 개구리는 양서류 중 가장 다양한 종을 가진 동물군으로, 그 위기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구리 서식지는 주로 논, 습지, 하천, 연못 등 물가 주변이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해 이들의 삶의 터전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도심 내 공원이나 녹지, 하천 등에서도 개구리를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이 무심코 양서류 알이나 유생을 포획하거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일이 빈번하다. 번식과 산란을 위해 물웅덩이를 찾아 이동하다가 차량에 깔리거나 사람들에게 밟히는 사고도 적지 않다. 공원 정비, 하천 정비사업, 신도시 개발 등 각종 개발 사업은 개구리들의 서식지를 직접적으로 교란하거나 파괴하고 있다.

개구리 자료사진. / 뉴스1
개구리 자료사진. / 뉴스1

'세계 개구리의 날' 의미를 되새긴다면, 무엇보다 양서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먼저, 도심 내 양서류 서식지에는 이들이 살고 있으며 보호받아야 할 존재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워야 한다. 양서류 알이나 유생을 채집하거나 서식지를 변형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원 관리나 하천 정비사업 역시 양서류 서식지를 고려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무분별한 수풀 제거, 낙엽 청소, 하천 직선화 등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정비일지라도, 양서류에게는 생존 기반을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도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문제도 심각하다. 과거 금개구리가 서식하던 지역들은 대규모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일부 지자체는 금개구리를 대체서식지로 옮겼다고 주장하지만, 양서류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수백만 평에 걸쳐 넓게 서식하던 개체군을 1만 평 남짓한 대체서식지로 옮긴 사례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이 대체서식지마저 훼손되는 사례가 이어졌다는 점은 대체서식지가 얼마나 불안정한 보호수단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현재 한국에서는 청개구리, 참개구리처럼 여전히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종도 존재한다. 특히 청개구리는 한반도 전역에 널리 분포하며, 논, 하천, 습지, 인공습지, 심지어 도시공간에서도 관찰이 가능하다. 도심에서도 접근이 쉬운 공원이나 하천 주변에서 청개구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개구리가 도심에 흔한 것은 아니다. 서식지 파괴와 오염, 외래종 유입 등으로 인해 일부 종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멸종위기 한국고유종 금개구리. / 뉴스1
멸종위기 한국고유종 금개구리. / 뉴스1

한국 개구리 중에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종도 존재한다. 수원청개구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국내 고유종이다. 서식지가 제한적이며, 개발과 서식지 파괴로 급격히 개체 수가 줄고 있어 100년 내 멸종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금개구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논 습지와 농수로 등에 서식하지만 농약 사용과 개발로 인해 급격히 감소했다. 맹꽁이 역시 제한된 서식지 특성상 대규모 개발로 인한 국지적 멸종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개구리는 단지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 한국 문화에서도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속담에는 개구리를 소재로 한 표현이 수십 개에 이른다. '우물 안 개구리'는 좁은 세상만 알고 살아가는 사람을 빗댄 말이고,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과거 어려움을 잊고 교만해진 사람을 비꼬는 데 사용된다.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는 무슨 말을 해도 반응 없는 사람을 비유하고, '개구리도 움츠려야 뛴다'는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이 외에도 '개구리 삼킨 뱀의 배' '개구리 소리도 들을 탓' 등 개구리를 빗댄 다양한 속담이 오랜 세월 전해지고 있다.

개구리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기에 이처럼 수많은 속담과 표현으로 문화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친숙했던 존재들이 하나둘 위기에 몰리고 있다. 논밭과 하천, 공원과 습지에서 들리던 개구리 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경고다. 청개구리처럼 아직 흔히 볼 수 있는 종도 있지만, 멸종위기 개구리들이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관심과 보호가 절실하다.

유튜브, 김현태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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