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도 너무 써서 기절할 정도... 이름까지 세상 특이한 한국 식물

2025-05-0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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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도둑이 몰래 숨겨 든 지팡이처럼 생겼다는 약용 한국 식물

고삼. / 국립생물자원관
고삼. /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의 수많은 식물 중에서도 이름이 예사롭지 않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녀석이 있다. 도둑놈의지팡이. 구부러진 뿌리가 도둑이 몰래 숨겨 든 지팡이를 떠올리게 해 이처럼 특이한 이름이 붙었다. 도둑놈의지팡이는 한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고삼이다. 오랫동안 한약재로 사랑을 받아왔고, 현대에는 화장품 재료로도 주목받는다. 지독한 쓴맛으로 유명한 도둑놈이지팡이에 대해 알아봤다.

고삼. / 국립생물자원관
고삼. / 국립생물자원관

도둑놈의지팡이, 즉 고삼은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극동 지역 등 아시아 전역에 걸쳐 자생한다. 한국에서는 산기슭, 들판, 풀밭에서 쉽게 발견된다.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어디서나 자란다. 건조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깊은 뿌리를 내리며 살아남는 강인한 식물이지만, 기본적으론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을 좋아한다. 키는 1~2미터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뻗다가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어린 줄기에는 부드러운 털이 나 있고 검은빛이 살짝 돈다. 시간이 지나며 털은 사라지고 녹색으로 변한다. 잎은 홀수 깃꼴겹잎이다. 15~41개의 작은 타원형 잎이 어긋나게 달린다. 여름이면 6월부터 8월 연한 노란색 꽃이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화사하게 핀다. 가을에는 콩깍지 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뿌리는 고삼의 핵심이다. 굵고 구부러진 모양이 도둑놈의지팡이라는 이름을 낳았다.

고삼. / 국립생물자원관
고삼. / 국립생물자원관

고삼은 약용 식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뿌리는 한약재로 쓰인다. 마트린과 같은 성분 덕분에 해열, 이뇨, 항염, 항암,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염, 장염, 세균성 이질 같은 소화기 질환에 효과적이다. 목향이나 감초와 함께 달여 먹으면 치유가 빠르다고 전해진다. 심장 질환, 혈액순환 개선, 혈당 조절, 탈모 예방, 폐결핵 같은 호흡기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도둑놈의지팡이 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지독한 쓴맛에 있다. 뿌리를 생으로 씹으면 혀가 저리고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의 강렬한 극강의 쓴맛이 몇 시간이나 남는다. 이 쓴맛은 마트린 성분 때문다. 써도 너무 쓰기에 아무리 약효가 뛰어나도 복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주로 환약 형태로 사용되며 전탕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삼 / 쿠팡 제공
고삼 / 쿠팡 제공

얼마나 쓰냐면 쓴맛 때문에 불편한 것을 넘어 기절할 정도로 쓰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고삼을 약재로 쓰는 동시에 해충을 쫓는 용도로도 활용했다. 고삼을 집 근처에 심으면 벌레가 덜 꼬인다고 믿었다. 살충 성분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며 신빙성을 얻었다.

고삼은 현대 화장품 산업에서 오히려 주목받는다. 고삼 뿌리 추출물은 항염, 항균, 항산화 효과 덕분에 여드름 치료제, 피부 진정 크림, 항노화 제품에 활용된다. 특히 피부 염증을 줄이고, 민감성 피부를 진정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고삼 추출물이 함유된 스킨케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천연 성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광받는다.

도둑놈의지팡이라는 이름은 뿌리 모양뿐 아니라 민간 설화와도 연결된다. 옛사람들은 이 식물이 도둑처럼 몰래 자라며 강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여겼다. ‘쓴너삼’이라는 도둑놈의지팡이 별명은 너무도 지독한 쓴맛을 강조한 이름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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