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중의 채소' 찬사 들으며 유행했는데... 하루아침에 유통 금지된 나물

2025-06-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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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에서 간에 치명적인 발암물질로 전락한 나물

컴프리 / 국립생물자원관
컴프리 / 국립생물자원관

컴플리라는 식물이 있다. 유럽의 캅카스 지방에서 시작돼 세계 곳곳으로 퍼진 식물이다. '밭에서 나는 우유', '채소 중의 채소' 등의 찬사를 받으며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여겨졌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이 지치과 여러해살이풀은 196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차와 녹즙 등으로 가공돼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1년 미국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컴프리를 이용한 식품의 수입과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컴프리는 건강식품에서 위험한 발암물질을 포함한 식물로 그 지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컴프리 / 국립생물자원관
컴프리 / 국립생물자원관

컴프리는 높이 60~90cm까지 자라며 전체에 흰 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어긋나며 난상 피침형을 띠고, 뿌리에서 나는 잎에는 잎자루가 있지만 줄기의 윗잎은 잎몸과 잎자루가 구별되지 않는다. 6, 7월에 피는 꽃은 종 모양이며 엷은 붉은색이나 자주색을 띤다. 생명력이 매우 강해 한 번 심어 놓으면 40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매년 자란다.

원산지인 캅카스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빵을 만들 때 컴프리 잎을 함께 갈아서 사용했다. 식용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널리 활용됐다. 비타민 B12가 풍부한 채소류인 컴프리는 빈혈, 소화, 위장질환, 피부염, 화상, 타박상, 관절염, 근육염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에서는 잎과 뿌리를 감부리라고 부르며 건위, 소화기능 부진, 위산과다, 위궤양, 빈혈, 종기, 악창, 피부염에 처방했다.

한국에서도 컴프리의 인기는 대단했다. 튀김, 볶음, 나물 등의 요리로 이용됐다. 또한 간질환에 좋다는 소문까지 퍼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컴프리는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컴프리 제품을 찾았다. 특히 간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간염 환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컴프리 / 국립생물자원관
컴프리 / 국립생물자원관

그러나 이러한 컴프리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컴프리에 함유된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pyrrolizidine alkaloids)라는 독성물질이 세포 내 DNA에 작용해 유전체 구조에 이상을 일으키고 간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독성이 체내에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는 컴프리뿐만 아니라 350여 종류 이상의 식물에서 660여 가지 이상의 물질이 존재하는 자연독소다. 이 물질의 위험성은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됐는데, 간정맥 폐색증과 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독성 물질이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계속 축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래 먹을수록 손상이 점점 커진다.

미국 FDA는 2001년 총 25종의 컴프리 중 3종(Symphytum officinale, S. asperum, S. xuplandicum)의 컴프리에서 간 기능 저하 및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식품 및 의약품에서 해당 컴프리의 사용을 금지했다. 한국 식약처도 이에 따라 해당 종 컴프리를 식품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컴프리 / 국립생물자원관
컴프리 / 국립생물자원관

백승운 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의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컴프리에는 간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 간의 정맥폐쇄질환을 일으키므로 서양에서는 재배조차 금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간염 치료제로 둔갑하기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컴프리는 잎이 어릴수록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 독성물질은 섭취 후 즉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축적되면서 서서히 간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컴프리 사태는 건강식품에 대한 무분별한 믿음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자연에서 나는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며, 과학적인 검증 없이 효능만을 강조한 민간요법이나 건강식품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재 컴프리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식용이 금지된 상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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