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에 차이도록 많아서 잡초인 줄 알았는데... 맛있는 나물이었네요

2025-05-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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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아니라 장수 식품이라는 한국의 흔한 나물

질경이 / 연합뉴스
질경이 / 연합뉴스

시골 길을 걷다 보면 발밑에서 납작하게 엎드린 초록 잎을 만난다. 차 바퀴에 짓밟히고 사람들의 발에 밟혀도 꿋꿋이 자란다. 질경이. 한국의 들판과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영양과 약효는 결코 범상치 않은 질경이에 대해 알아봤다.

질경이 / '몸 & Nature' 유튜브 영상 캡처
질경이 / '몸 & Nature' 유튜브 영상 캡처

어떤 식물이고 어디서 자랄까

질경이는 질경이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식물이다. 줄기가 없고, 뿌리에서 직접 타원형 또는 난형의 잎이 퍼지며 자란다. 잎의 길이는 4~15cm, 너비는 3~8cm 정도다. 6~8월이면 잎 사이에서 10~50cm 높이의 꽃대가 올라오고, 그 위에 백색의 작은 꽃이 수상꽃차례(꽃자루가 없는 작은 꽃들이 길쭉한 꽃대에 촘촘하게 붙어서 피는 무한화서)로 빽빽이 핀다. 열매는 삭과다. 익으면 옆으로 갈라지며 흑갈색 씨앗이 나온다. 이 씨앗은 물에 닿으면 점액을 분비해 사람이나 동물의 발에 붙어 퍼져나간다. 그래서 질경이는 ‘길경이’라 불리기도 한다. 길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자생한다. 특히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 들판, 논밭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고도에 상관없이 자라는 생활력이 강한 식물이다. 일본, 대만, 중국, 시베리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 분포한다. 질경이는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릴 만큼 생명력이 강한 까닭에 민초를 상징하는 식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제철은 봄에서 초여름, 특히 4~6월이다. 이때 어린 잎이 가장 부드럽고 나물로 먹기에 적합하다.

요리법과 맛, 질경이의 식탁 위 변신

질경이는 한국에서 오랜 세월 나물로 즐겨왔다. 어린 잎은 생으로 먹거나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는다. 질경이의 잎은 약간 질긴 편이라, 데치는 과정이 필수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낸다. 이렇게 준비한 질경이는 지역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데친 질경이를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깨소금으로 무쳐 매콤하고 짭짤한 나물을 만든다. 충남에서는 말린 질경이를 쌀뜨물에 불린 뒤 국간장과 들기름으로 볶아 고소한 맛을 낸다. 경남에서는 ‘빼뿌쟁이무침’이라 부르며 데친 질경이를 된장과 마늘로 버무려 담백하게 즐긴다.

말린 질경이를 물에 불려서 볶는 모습. / '충청도외할머니밥상' 유튜브
말린 질경이를 물에 불려서 볶는 모습. / '충청도외할머니밥상' 유튜브

볶음 요리도 인기다.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데친 질경이를 약한 불에서 볶다가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뒤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하면 맛있는 나물이 완성된다. 질경이는 김치나 장아찌로도 담근다. 소금물에 데친 잎을 깻잎 장아찌처럼 간장이나 된장에 절이면 오래 보관하며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씨앗(차전자)은 볶아 가루로 만들어 요거트나 샐러드에 뿌려 먹거나 메밀국수 반죽에 넣어 쫄깃한 식감을 더하기도 한다.

질경이의 맛은 담백하다. 데치고 양념하면 질긴 식감이 부드러워지며,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더하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쫄깃한 식감 덕분에 씹는 재미가 있고, 양념에 따라 매콤하거나 짭짤한 맛이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질경이 / 국립생물자원관
질경이 / 국립생물자원관

건강을 위한 선물, 질경이의 효능

질경이는 장수 식품이기도 하다. 약재로도 오랜 역사를 가진다. 한방에서는 잎을 ‘차전초’, 씨앗을 ‘차전자’라 부르며 다양한 질환 치료에 사용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차전자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소변을 원활하게 하고 눈을 맑게 하며 간의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질경이에는 섬유질, 칼륨,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A·C·K, 그리고 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파이토케미칼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항염, 항산화, 소화 촉진 등에 기여한다.

특히 차전자는 이뇨제로, 신장 기능이 약하거나 요로결석, 방광염 같은 요로계 질환에 효과적이다. 섬유질과 펙틴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완화하고, 소화를 돕는다. 차전자 피(씨앗 껍질)는 수분을 40배 이상 흡수해 포만감을 주고 장내 유익균을 증진해 다이어트와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질경이 잎은 기관지 점막을 보호하고 가래를 줄여 기침, 천식,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도 좋다. 간 해독을 돕는 성분 덕분에 간 기능 개선에도 기여한다. 민간요법으로는 잎을 짓찧어 상처나 타박상에 붙여 고름을 빼고 염증을 가라앉혔다.

다만 질경이는 차가운 성질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이나 소화가 약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한다. 임산부는 자궁 수축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며, 간질환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담 후 섭취해야 한다.

질경이나물 볶음 레시피 / '충청도외할머니밥상'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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