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먹는 물고기... '미친 음식'으로 불리는 최고급 식재료

2025-05-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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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함과 독성 사이, 세계가 주목한 위험한 진미

복섬 자료 사진. / 유튜브 채널 '맛있겠다 Yummy'
복섬 자료 사진. / 유튜브 채널 '맛있겠다 Yummy'

한입에 천국이냐 지옥이냐. 이토록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생선이 또 있을까. 복어, 그중에서도 복섬(검복)은 한국 식탁에서 오랜 시간 ‘위험하지만 맛있는 것’의 대명사로 불려 왔다. 식감은 부드럽고 담백하지만, 손질을 잘못하면 그 맛을 본 것이 생애 마지막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복섬은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짧고 뭉툭한 체형에 짙은 회색빛. 검복이라는 이름도 몸 빛깔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맹독이라는 무기가 숨어 있다. 복어류는 대부분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성 물질을 갖고 있는데, 복섬은 그중에서도 독성이 센 편에 속한다. 한 마리에서 나오는 독만으로도 성인 수 명을 단숨에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조심스러운 진미'

우리나라에서 복섬은 복요리 전문점이 아니면 좀처럼 접하기 어렵다. 관련 자격증을 갖춘 조리사만이 손질하고 조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섬은 타 복어보다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식재료로서의 유통은 더욱 제한적이다.

하지만 일단 제대로 손질된 복섬을 먹어본 미식가들은 특유의 담백한 맛과 입안에서 미끄러지듯 사라지는 식감을 잊지 못한다. 복섬 살은 다른 복어류보다 더욱 탄력 있고, 입 안에 넣는 순간 탱글탱글하게 씹히면서 은은한 단맛이 퍼진다. 특히 복섬 특유의 지방이 살짝 올라온 부위는 씹을수록 고소함과 감칠맛이 배어 나와,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는 '복 중의 복'으로 통한다.

복섬 지리. / 유튜브 채널 '목포MBC'
복섬 지리. / 유튜브 채널 '목포MBC'

대표적인 요리법은 복섬 지리(맑은탕)다. 맑고 투명한 국물에 복섬 살과 무, 대파, 두부 등을 곁들여 끓여내는데, 특별한 조미료 없이도 뽀얗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복섬 지리는 숙취 해소용 해장국으로 인기다. 맵지 않고 개운한 국물에 도톰한 살점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복섬 한입에 삼복더위가 사라진다"는 말처럼, 여름철 복달임 음식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일본에서는 '복어의 제왕'

일본에서도 복섬은 특별한 존재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는 아니다. 주로 교토, 오사카, 시모노세키 등 복요리로 유명한 지역의 고급 요릿집에서 예약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소량만 잡히고 손질 난도가 높아 가격 또한 상당히 비싸다. 일부 가게에서는 복섬 사시미 한 접시에 수만 엔(수십만 원)이 넘는 가격이 매겨지기도 한다.

이하 복섬 사시미. / 유튜브 채널 '목포MBC'
이하 복섬 사시미. / 유튜브 채널 '목포MBC'
유튜브 채널 '목포MBC'
유튜브 채널 '목포MBC'

일본에서는 복섬을 '목숨을 건 미식(命がけの美食)'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 복섬은 복어 취급 면허를 가진 전문 조리사 중에서도 별도의 추가 훈련과 검증을 받은 이들만 손댈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까다롭다. 미세한 실수라도 독소가 살점에 묻으면 먹은 사람은 치명적인 중독 증상을 겪을 수 있는 탓이다.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요리법은 얇게 저민 ‘복섬 사시미(てっさ)’다. 투명에 가까운 살점이 접시에 꽃잎처럼 펼쳐지는데, 입에 넣으면 일반 복어보다 훨씬 쫀득하고 진한 감칠맛이 퍼진다. 그 담백하면서도 강한 여운은 복어를 수십 번 맛본 미식가조차 감탄하게 만든다.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쫀득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다른 어떤 생선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복섬 요리를 경험해 보려는 일본인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서구권에선 '기괴하거나 미친 음식'

복섬을 비롯한 복요리는 서구권에서는 ‘금지 식품’ 취급을 받는다. 미국, 캐나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복어 수입 자체가 불법이거나 매우 제한적이다.

'먹고 죽을 수도 있는 생선'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현지 식품 안전 당국은 복어류에 대해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그렇다 보니 유튜브, 틱톡 등지에서는 오히려 "한국, 일본에서는 독 있는 생선을 먹는다"는 영상이 바이럴되곤 한다. 도전적이고 엣지 있는 미식 콘텐츠로 각광받는 셈이다.

사람들이 복섬에 끌리는 건 단순히 자극적인 독 때문만은 아니다. ‘먹어도 되는 것’과 ‘먹어선 안 되는 것’의 경계 위에 있는 존재. 그 위태로운 줄타기 속에서 전해지는 쾌감과 풍미, 그것이 복섬의 진짜 매력이다.

유튜브 채널 '목포MBC'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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