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람들마저 잡초로 아는데... 맛있는 나물이라는 반전 식재료

2025-05-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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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 나물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닭의장풀 / 국립생물자원관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닭의장풀 / 국립생물자원관

여름이면 논두렁, 길가, 도랑 옆에서 하늘빛 꽃을 피우는 작은 식물이 있다. 닭의 볏을 닮은 두 장의 파란 꽃잎이 귀엽게 고개를 내밀며 바람에 흔들린다. 닭의장풀. 달개비로도 흔히 불리는 닭의장풀은 한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식물이지만 그 가치를 모르고 지나치는 이가 많다. 시골 어르신들조차 이 풀이 훌륭한 나물 재료라는 사실을 잊고 잡초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닭의장풀은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양과 약효까지 갖춘 소중한 식재료다. 닭의장풀의 매력을 파헤쳐 본다.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닭의장풀 / 국립생물자원관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닭의장풀 / 국립생물자원관

어디서나 피어나는 강인한 식물

닭의장풀은 외떡잎식물이다. 닭의장풀속에 속하는 대표적인 한해살이풀이다. 높이 15~50cm로 자란다. 줄기 아랫부분은 땅을 기듯 비스듬히 뻗다가 윗부분은 곧게 선다. 잎은 대나무 잎을 닮은 달걀상 피침형으로 길이 5~7cm, 너비 1~2.5cm 정도다. 7~8월이면 잎겨드랑이에서 하늘색 꽃이 포에 싸여 피어난다. 꽃은 두 장의 큰 파란 꽃잎과 한 장의 작은 흰 꽃잎, 그리고 노란 헛수술과 긴 수술로 이뤄져 곤충을 유인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이 헛수술은 꿀이 없는 닭의장풀이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한 진화적 전략이다.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닭의장풀 / 국립생물자원관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닭의장풀 / 국립생물자원관

닭의장풀은 한국 전역, 특히 길가, 논밭, 냇가, 습지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번식력이 강해 한 번 자리 잡으면 빠르게 군락을 이룬다. 닭장 근처 도랑에서 흔히 자라기에 닭의장풀이란 이름이 붙었다. 북반구에 널리 분포한다. 한국엔 닭의장풀 외에도 좀닭의장풀, 흰꽃좀닭의장풀 같은 변종이 자생한다. 이들은 포엽의 털이나 꽃 색깔로 구분된다.

제철은 늦봄에서 초여름, 즉 5~6월이다. 이때 어린잎과 순이 가장 연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여름 내내 자라니 채취 시기를 조금 늦춰도 괜찮다. 다만 꽃이 피기 전의 어린잎이 나물로 먹기에 가장 적합하다.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닭의장풀 / 국립생물자원관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닭의장풀 / 국립생물자원관

나물로 즐기는 닭의장풀, 그 맛과 조리법

닭의장풀은 겉보기엔 평범한 풀 같지만, 입에 넣으면 놀라운 식감과 맛을 선사한다. 어린 잎과 순은 부드럽고 약간의 점액질을 품어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맛은 강하지 않고 담백하며, 은은한 풀내음이 입맛을 돋운다. 하지만 생잎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조리 전 준비가 중요하다. 잎을 데친 뒤 맑은 물에 담가 냄새를 우려내야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어린잎과 순을 뜯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군다. 이후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버무려 나물무침으로 먹거나, 고추장 양념에 무쳐 초무침으로 즐긴다. 닭개장 같은 국물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데친 닭의장풀을 된장에 버무려 밥과 함께 먹으면 담백한 맛이 밥도둑이 된다. 초무침은 새콤달콤한 양념 덕에 여름철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다. 닭개장에 넣으면 쫄깃한 식감이 국물과 조화를 이뤄 깊은 풍미를 더한다.

닭의장풀 무침 / '지안농원TV' 유튜브 영상 캡처
닭의장풀 무침 / '지안농원TV' 유튜브 영상 캡처

많은 사람이 닭의장풀을 그저 잡초로 여긴다. 시골에서도 닭의장풀을 나물로 먹던 전통이 점차 잊히고 있다. 하지만 과거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닭의장풀의 어린 잎은 귀한 먹거리였다. 꽃은 남색 염료로 쓰였고, 전초는 약재로 활용됐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식물이 우리 곁에 널려 있는데도 무심코 지나치기엔 너무 아쉽다.

건강을 챙기는 약초, 닭의장풀의 효능

닭의장풀은 맛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로운 식물이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압척초라 부르며 약재로 사용한다. 플라보노이드인 아오바닌과 델피닌 성분을 함유해 해열, 해독, 소종, 이뇨 작용이 뛰어나다. 감기, 인후염, 간염, 황달, 혈뇨, 볼거리 같은 증상에 효과가 있으며,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나 당뇨병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생잎을 찧어 종기나 화상에 바르면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잎은 세포 관찰 실험 재료로도 쓰일 만큼 생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식물이다.

특히 당뇨병에 도움을 준다는 소문이 퍼지며 한때 닭의장풀이 마구 채취돼 개체 수가 줄어든 적도 있었다. 특효약이라기보단 보조적인 효능을 가진 식재료로 이해하는 게 맞다. 꾸준히 나물로 섭취하면 이뇨 작용과 해열 효과로 몸을 가볍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닭의장풀 무침. / '지안농원TV'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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