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할 정도로 특이한 이름... 온갖 효능이 다 들어있는 한국 봄나물

2025-05-0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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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로도 먹고, 약으로도 먹고, 피부에도 바르는 한국 나물

쥐오줌풀 / 국립생물자원관
쥐오줌풀 / 국립생물자원관

바람이 스치는 들판에서, 발끝에 가볍게 스치는 작은 풀꽃들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식물이 있다. 소박한 연분홍빛 꽃송이를 가득 피워내면서도 강렬한 향으로 존재를 알리는 식물. 이름마저 인상적인 쥐오줌풀이다. 생김새는 얌전하지만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짙은 야생성이 담겨 있는 식물이다. 냄새로 이름을 얻었고, 효능으로 오랫동안 인정받은 쥐오줌풀. 야성미 넘치는 나물을 제대로 들여다본다.

쥐오줌풀 / 국립생물자원관
쥐오줌풀 / 국립생물자원관

이름은 투박하지만 약효는 깊다

쥐오줌풀은 마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Valeriana fauriei로, 속명 발레리아나(Valeriana)는 라틴어 'valere(강해진다)'에서 유래했다. 종명은 프랑스 식물학자 포리를 기념해 붙여진 것이다. 한국의 전국 각지, 특히 산지의 습하고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제주도, 전남의 섬 지역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줄기는 곧추서며 높이 40~80cm까지 자란다. 줄기 마디마다 흰 털이 나고, 잎은 서로 마주나며 깃털처럼 깊게 갈라진다. 어린순은 나물로 활용할 수 있으나 쓴맛이 강하므로 데친 뒤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다음 이용한다. 5월부터 8월까지 연분홍색이나 흰빛을 띠는 작은 꽃들이 원추형으로 모여 핀다. 꽃송이는 겹우산 모양을 하고 있고, 꽃잎은 5개로 갈라진다.

쥐오줌풀은 뿌리줄기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로 이름을 얻었다. 특유의 향이 쥐 오줌 냄새를 연상케 하지만 사람마다 체감하는 정도는 다르다. 쥐오줌 냄새는 개미산, 초산, 길초산 등 저급지방산과 보르네올 에스테르 성분 때문이다.

나물로 즐기는 쥐오줌풀의 깊은 맛

쥐오줌풀은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귀한 식물이다. 주로 이른 봄, 어린순이 올라올 때 채취해 먹는다. 어린순은 줄기가 부드럽고 잎이 연해 먹기에 좋다. 다만 특유의 쓴맛이 강하므로 반드시 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가볍게 데친 뒤, 찬물에 여러 번 헹궈야 쓴맛을 적절하게 뺄 수 있다.

데친 쥐오줌풀은 물기를 꽉 짜낸 후 참기름, 간장, 다진 마늘, 깨소금을 넣고 무쳐 먹는다. 들깨가루를 약간 뿌려 고소한 풍미를 더해도 좋다. 고추장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 새콤달콤하게 먹는 방법도 있다.

쥐오줌풀은 국거리로도 활용된다. 된장국이나 맑은 국에 넣으면 은은한 향이 국물에 퍼져 구수한 맛을 낸다. 특히 봄철에는 된장 풀어 끓인 국에 데친 쥐오줌풀을 넣고 가볍게 끓이면 향긋한 봄나물이 완성된다. 말려서 묵나물로 보관한 뒤 겨울철에 끓여 먹어도 된다.

또한 쥐오줌풀은 튀김으로도 즐길 수 있다. 데친 순이나 꽃을 튀김옷에 살짝 묻혀 바삭하게 튀겨내면 쓴맛이 중화되면서 고소함이 살아난다. 튀김용으로 사용할 때는 너무 크거나 억센 부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약으로 먹고, 피부에도 바르는 식물

쥐오줌풀은 단순한 산나물에 머물지 않는다. 약용 가치가 매우 높아 동서양에서 모두 귀하게 여겨졌다. 한방에서는 쥐오줌풀 뿌리를 말려 '길초근(吉草根)'이라고 부르며 신경쇠약, 불면증, 정신불안, 월경불순, 위통 등의 치료에 써왔다.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는 쥐오줌풀을 진정과 경련 해소에 권장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페스트 치료에도 사용됐고, 지금도 독일에서는 길초근 추출물을 이용해 불면증 약을 제조하고 있다.

쥐오줌풀 / 국립생물자원관
쥐오줌풀 / 국립생물자원관

국내에서도 쥐오줌풀의 효능은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은 쥐오줌풀이 스트레스 완화와 불면증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동물 실험으로 증명했다. 또한 한국식품연구원은 쥐오줌풀 추출물이 세포의 자가포식(오토파지) 기능을 활성화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개선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쥐오줌풀 뿌리 추출물이 피부 손상을 개선하고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추출물은 자외선이나 오염물질에 노출돼 손상된 피부의 활성산소 생성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피부톤을 맑게 해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를 기반으로 안티폴루션과 미백 기능을 가진 화장품 시제품도 개발됐다.

가정에서는 쥐오줌풀 뿌리를 담금주로 만들어 숙면을 돕는 방법도 널리 이용된다. 잘 씻은 뿌리를 소주에 담가 한 달간 숙성한 뒤 잠자기 전 한두 잔씩 마시면 신경이 안정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부작용 걱정이 적어 민간요법에서도 신뢰받는 방법이다.

쥐오줌풀 / '산야초나라 TV'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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