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관상용인데…한국서는 제철 별미로 꼽히는 의외의 ‘과일’
2025-05-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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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 덕분에 ‘향토 과일’, ‘계절 한정 별미’로 통해
5월, 봄 햇살이 본격적으로 따뜻해지면 남몰래 계절을 알리는 과일이 하나 있다.

누군가는 이 과일을 ‘어릴 적 담 너머에서 따먹던 기억’으로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시장에서 “요즘엔 보기 힘들다”며 반가워한다. 바로 앵두다.
한국에서는 이맘때쯤 짧은 기간 동안 출하되는 앵두가 제철 과일로 꼽힌다. 시큼 달콤한 맛이 특징이며, 앵두 청, 앵두 잼, 앵두 장아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정식에도 활용된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 앵두가 해외에서는 대부분 '관상용'으로만 취급된다는 점이다.
관상용? 외국에선 열매보다 꽃과 수형
앵두나무는 학명으로 Prunus tomentosa, 영어로는 난징 체리(Nanking cherry) 혹은 Chinese bush cherry라고 불린다.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이 나무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주로 조경용 또는 울타리용 관목으로 심어진다.
미국 미주리 식물원(Missouri Botanical Garden)은 이 나무를 “화려한 꽃과 관상용 가치가 높은 관목. 열매는 먹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식용 재배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 원예 커뮤니티나 가드닝 사이트들을 보면 앵두에 대해 “작고 시고 과육이 적다”, “보통 새들이 먹는다”는 평가가 많다. 다시 말해, 열매는 그저 덤일 뿐, 봄꽃이 피는 모습과 수형(樹形)의 아름다움이 주목적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선 ‘계절 한정’ 귀한 과일
그러나 한국에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앵두는 매년 5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남짓 출하되며, 전국 일부 전통 시장이나 농가 직거래로만 소량 유통된다.
특히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는 희소성 덕분에 ‘향토 과일’, ‘계절 한정 별미’로 통한다. 어린 시절 시골 담장 옆에 심어졌던 기억과 함께 정서적 가치도 크다.
시큼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생으로 먹기도 하고, 설탕에 절여 앵두 청이나 앵두 잼을 만들어 탄산수나 요거트에 섞어 먹는다. 특히 요즘 건강과 전통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는 중이다.
같은 나무, 다른 문화
앵두는 이처럼 같은 식물이라도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르게 소비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서양에선 꽃과 잎을 감상하는 ‘조경수’에 가깝지만, 한국에선 손꼽히는 ‘봄의 입맛’으로 자리 잡았다.
짧게 지나가는 계절, 길게 기억될 맛. 5월 황금연휴 동안 근교 시장에서 앵두 한 봉지를 만나게 된다면, 그건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한국만의 봄’을 맛보는 작은 사치일지도 모른다.